(주)신한피앤씨 강신봉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소다미술관.
소다미술관.

지난 2003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된 이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도 많은 제도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제도변화 중에는 어쩌다 한번 정비사업 활성화에 방점이 찍힌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제도변화는 정비사업 규제라는 정책 분위기 속에서 변화돼 왔다.

가장 큰 변화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게 서울시의 공공관리제도(‘관리’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 탓인지 나중에 공공지원제도라 명칭이 바뀌었다) 도입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정비사업에 대한 또 다른 규제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규제는, 도심에서 안정적으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일부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해 견제와 규제 대상으로 오인한 면이 크다. 이에 따라 정비사업 관련 정책과 제도가 주택시장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고, 많은 전문가들이 도시의 신규주택 부족에 따른 후유증을 예견하고 있다.

사회 각 부문이 그렇지만, 정비사업도 투명화 되면서 이제는 과거와 같은 정보차단, 비리, 강제수단 동원과 같은 정비사업의 문제점들이 많이 개선되어 가고 있다. 아니, 이제는 투명한 정비사업, 효율적인 도시재생, 정비사업에 대한 전문성 제고, 토지등소유자의 자발적인 의사결정 권장이 당연시되는 시기가 됐다.

정비사업에 대한 인식과 사고의 변화가 법률과 제도의 변화를 견인해 가는 시점에서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비사업의 문제점들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는 노력이 더욱더 필요한 시기가 됐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사업성과 관련해서 용적률과 층수 규제, 임대주택 건립 비율 상향, 분양가 규제, 보상비용의 증가, 일몰제, 이주비 대출 규제, 운영비 및 사업비 조달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슈들이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간절한 문제점들임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시대흐름을 반영한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에는 힘이 모아지지 못하고 있는 게 또 현실이다.

예를 든다면, 서울시의 경우 공공지원제도 시행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운영비 및 사업비의 일부를 서울시에서 융자해 줌으로써 최소한의 정비사업 진행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융자신청 금액 대비 실제 지원되는 융자금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어서 정상적인 사업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그 지원금조차 조기에 소진되어 신청을 할 수도 없는 지역들이 상당수이다.

이것은 서울시의 예산 한계로 인해 불가피한 것일 수 있으나, HUG의 기금을 활용해서 저금리로 융자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서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은 늘 공감하지만, 과연 정비사업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조합과 함께 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들이 현장의 목소리들을 취합해서 제도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으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사실상 조합(추진위원회)를 보조하며 정비사업을 이끌어가는 주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들이 이러한 정비사업 제도개선에 있어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들의 대표기구인 협회가 회원사들의 의견과 정비사업 현장의 목소를 정책화 시켜나가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은 실로 자명한 임무이다.

뼈아픈 고백이지만, 그동안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 각각은 규제의 파고에 휩싸여 익사하지 않기 위해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수많은 회사들이 문을 닫아야 했고, 살아남은 회사라 하더라도 제도개선을 따질 경황이 없었다. 회원사인 회사들이 휘청거리니 협회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고, 제도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협회와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 모두 제도개선을 위한 활동 대오에 앞장서야만 한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만큼 벼랑 끝에 몰린 것이 현재의 정비사업 여건이다. 이젠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제도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제도개선은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문제점을 취합하고 국민 눈높이에도 맞는 미래 주택 정책의 큰 틀을 만드는 정책변화와 제도개선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책당국과 힘으로 맞서는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개선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도시정비법에 의거해 설립되어 이제 만 9년이 임박한 협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임원을 맡은 몇몇 회사만의 주도로 끝나서는 안 된다. 양대 협회의 통합을 비롯한 회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 스스로가 협회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고, 결국 협회 통합을 이뤄 단일 협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의 명실상부한 대표기구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이렇게 돼야 비로소 ‘협회’가 정부와 지자체에 정비사업의 현실을 알리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구체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정비사업의 살아있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들이 협회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협회는 회원사들의 권익을 높이는 동시에 원활한 정비사업 추진에 필요한 제도개선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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