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에 정비사업장 불만 팽배 … 반대 국민청원 속속 등장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알려지면서 정비사업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지난 6월 26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다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혀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도입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또한 이와 같은 ‘가능성’은 김현미 장관이 지난 7월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과 관련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기정사실화 됐다.

상황이 이러하자 ‘HUG의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 카드를 내세우려던 정비사업 조합들도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기본형 건축비 등을 바탕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제도. 현재는 택지지구 등 공공택지에만 적용하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는 사실상 가장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1977년 처음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여러 차례 폐지와 재도입을 반복해 왔다.

먼저, 최초 도입된 1977년 8월 18일부터 1989년 11월 9일까지는 지자체의 행정지도 방식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던 시기로 분양가의 일률적 규제가 이뤄졌다.

1970년대 말 주택공급의 감소와 중동건설 특수로 인해 통화량이 증가하고 주택의 가격이 올라가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규제가 실시됐는데, 1980년대 들어서 전두환 정부는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국민주택규모를 초과하는 민간아파트의 분양가격을 자율화했다.

하지만, 규제를 완화하자 다시 투기 과열 현상이 벌어지면서 정부는 1983년 토지 및 주택문제종합대책을 수립하는 등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1977년부터 1982년까지는 공급주택규모와 상관없이 3.3㎡당 가격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상한선은 매년 시장가격에 연동시켜 조정함으로써 가격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했으며, 1982년 이후에는 전용면적 85㎡를 기준으로 구분해 각각 분양가를 규제했다.

이후 노태우 정부는 1989년부터 1995년까지 주택건설 활성화를 위해 주택분양가에 건설원가를 반영시키는 원가연동제를 시행해 분양가 규제에 조금 탄력을 줬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로 도산하는 건설사들이 증가하면서 1995년부터는 분양가격의 단계적 자율화를 추진했다.

또한 김영삼 정부 말 외환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자 김대중 정부는 건설경기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규제완화정책을 시행했다. 1998년 9월에는 수도권 내 공공택지에서 건설되는 85㎡ 초과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가 자율화됐으며, 12월에는 수도권 내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60~85㎡ 이하의 아파트도 분양가가 자율화됐다.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는 공공부문의 60㎡ 이하의 주택을 제외하고 분양가가 전면 자율화된 셈이다.

그러나, 분양가 자율화 이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지나치게 분양가격을 올리는 상황이 발생해 주택시장이 또 다시 불안정해지자 정부는 2005년 주택법을 개정해 분양가 원가연동제와 분양원가를 일부 공개하는 분양가 규제를 재도입하게 됐다.

또한 지속적인 규제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분양가 규제 대상을 점차 확대, 2006년부터 공공택지의 모든 분양주택, 2007년부터는 민간택지에서 건설·공급하는 20세대 이상의 모든 공동주택까지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실시하게 됐다.

한편, 분양가상한제는 국회에서 수차례 폐지 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여․야간 의견 대립으로 의결되지 못했으며, 2014년 말 공공택지에 적용하되, 민간택지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 우려가 있는 경우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돼 현재에 이르렀다.

 

∥ 분양가상한제, 장점보다 단점이 크다

살펴본 바와 같이 분양가상한제는 집값이 급등할 때 시행했다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다 싶으면 폐지 수순을 겪는 등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도입과 폐지를 반복해 온 제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완전폐지’ 목소리가 컸는데, 이는 분양가상한제가 결국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져 정비사업 진행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예고하면서 최근에는 “정부가 로또분양을 양산하는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국민청원도 잇따르고 있다.

자신을 “청약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서민”이라고 밝힌 한 30대 국민은 7월 15일 올린 ‘분양가상한제야말로 서민 죽이는 정책’이라는 청원을 통해 “(분양가상한제는) 서민의 피를 빨아 로또분양자에게 이익을 주는 제도”라며 “그 땅은 조합원들 것이고 나 같은 서민의 피와 살이다. 청약당첨도 안 시켜 주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으로 서민들 다 죽이려한다. 그냥 서민은 집 가질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청약은 현금 있는 부자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자신을 “1주택 재건축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국민은 7월 17일 올린 ‘1주택 재건축조합원은 실소유자입니다. 투기꾼이 아닙니다’라는 청원을 통해 “1주택 재건축조합원은 수십년 동안 그 아파트를 소유하면서 성실히 재산세를 납부한 사람들이다. 그 집을 매매하는 당시에도 맞벌이로 돈을 모아 매매를 한 집이고, 집이 여러 채 있어서 투기를 하거나 물려받아 얻게 된 집 역시 아니다”라며 “청약을 넣고 분양을 받게 되는 사람들은 아파트를 매매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왜 우리의 개인적인 재산을 빼앗아서 혜택을 줘야하는지, 실소유자라는 측면에서 왜 우리는 그 대상으로 바라봐 주지 않는지 억울하고 안타깝다. (분양가상한제는) 원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청약자가 혜택을 가져가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검토철회를 제발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실, 분양가상한제의 문제점은 정비사업 현장이 겪는 어려움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어서 예전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주택의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힘든 외국의 사례는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분양가상한제가 지속될 경우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자칫 장기간 공급 부진에 따른 수급 불균형을 초래,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분양가상한제의 도입은 주택 품질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하에서는 낮게 책정된 분양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저품질의 생산자재를 사용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저품질의 주택 공급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실시공, 추가적인 주택 수리 및 보수에 따른 사회적 비용까지 야기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분양가격을 인하하도록 강요함으로써 다양한 품질의 주택을 다양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외에도 “일반 국민들도 그동안 부동산시장의 극심한 부침과 변화를 경험하면서 합리적 선택을 위한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만큼 정상적인 시장 질서에 반하는 가격은 미분양 등을 통해 외면을 받을 것이다. 법령 및 제도를 통한 지나친 보호는 오히려 소비자 선택을 왜곡하는 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문제로 제기된 분양가상한제가 과연 정부의 ‘고집’대로 다시 한 번 도입되더라도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시장 혼란에 따른 수요․공급 구조의 왜곡 초래와 낮게 청약 받아 막대한 프리미엄 차익을 누리는 ‘줍줍족’들만 배부르게 만들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리고, 이 기간동안 정비사업지역 주민과 종사자들은 ‘닥치고 집값잡기’에만 몰입하는 정부의 정책실패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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