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적용 관련해 위헌 논란도 불거져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정비사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이렇게 뜬금없는(?) 말이 나오곤 한다. 머릿속을 맴도는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10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것이라며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이후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자체에 대한 비판도 크지만, 무엇보다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정비사업 현장도 ‘최초로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한 점이다.

 

∥ 분양가상한제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단지’부터 적용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12일 “민간택지 내 공동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위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지정요건과 적용대상 등을 개선하겠다”며 “이르면 오는 10월초까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 준비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발표 후 지난 8월 14일 입법예고 된 주택법 시행령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분양가상한제 지정효력 적용시점을 변경하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지정 시 지정효력은 일반주택사업의 경우 지정 공고일 이후 ‘최초로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되고 있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의 경우 예외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입법예고된 바에 따르면, 앞으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에 따른 효력의 적용 시점을 일반주택사업과 동일한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한 단지’부터로 일원화한다.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요건도 변경된다.

지정요건 중 필수요건을 기존 ‘직전 3개월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인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개정할 예정인 것. 또 선택요건 중 하나인 분양가격상승률의 경우 해당 시·군·구의 분양실적이 없는 경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상 청약이 가능한 지역인 주택건설지역(특·광역시)의 분양가격상승률을 사용하도록 변경한다.

이외에도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전매제한기간이 기존 3~4년에서 인근 주택의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에 따라 5~10년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 국토부 발표 후 비판 여론 계속돼 … 정비사업장 집단행동 움직임도

이와 같은 국토교통부의 발표 및 주택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이 나오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의 ‘주택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게시물에는 열흘만에 800여건에 달하는 ‘반대’ 댓글이 달렸다.

각 언론사들도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주택 공급이 위축되고 기존 주택으로 수요가 집중돼 풍선효과로 인한 집값 상승이 우려된다”, “주택품질 우려가 크고, 소위 ‘로또 분양’으로 최초 분양자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이 돌아갈 것” 등 비판보도를 앞 다퉈 내고 있다.

국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들린다.

바른미래당 이혜훈(서울 서초구갑) 의원은 지난 8월 2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양가상한제는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인데 발표가 되자마자 기존 신축아파트의 집값이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폭등하고 있다. 일부 신규공급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춘다고 전체 집값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이미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정비사업장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집값도 잡지 못하면서 조합원들에게는 부당한 부담 폭탄을 안게 하고 엉뚱한 일반분양자들에게 정책으로 로또를 안겨주는 셈”이라며 “(현재의 정책은) 형평성이 무너지는 부당하기 짝이 없는 괴물이자 과정이 공정하지 않고 결과도 정의롭지 못한 재앙이다. 이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해 정책을 변경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과하고 정부는 아직까지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같은 비판들에 대해 지난 8월 13일 설명자료를 통해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격에 적정 이윤을 반영하고 가산비를 통해 추가적인 품질 향상에 소요되는 비용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만큼 사업 이윤 감소에 따른 공급 위축 우려가 적고, 이미 8.2대책, 9.13대책으로 대출·세제·청약 등 규제가 갖추어져 있어 풍선효과가 발생할 우려도 크지 않다”며 “과거 상한제가 적용된 대치·논현·서초 등 주요 민간택지에도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아파트가 공급됐었다.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부담 가능한 수준의 가격으로 주택공급이 지속된다면 기존 주택 수요도 분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토부교통부는 정비사업과 관련해서는 “법리 검토 결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경우에도 분양 승인을 받기 전이라면 분양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고, 관리처분인가에 포함된 예상 분양가격 및 사업가치는 법률상 보호되는 확정된 재산권이 아닌 기대이익에 불과하다. 또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조합원의 기대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분양가 심사 과정에서 다소 지연은 있을 수 있으나 사업 자체의 취소 등 물량 축소 우려도 낮다”고 말했다.

또한 김현미 장관 역시 위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자리에서 “관리처분인가 당시 분양가는 실분양 시 여러번 변경되는 것이 통상적인 만큼 (분양가상한제 지정효력 적용시점 변경이) 소급적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들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현 김래현 변호사는 “정부는 지난해 9.13 대책에서는 관리처분인가 이후 입주권을 1주택으로 인정해 대출 및 청약을 규제하고, 세금 부과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분양가상한제와 관련해서는 ‘입주권은 법률상 확정된 재산권이 아니라 기대이익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 중인 현장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재산권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그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이와 같이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자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집단행동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주거환경연합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오는 9월 초 국토교통부와 광화문 등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진행할 예정인 것.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정비사업 현장 등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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