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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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양가상한제의 연혁

최근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예고하면서 도시정비사업 현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필자 역시 며칠 전 자문하고 있는 서울 시내 한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이미 3년 전 관리처분계획이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조합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분양가상한제란, 아파트의 분양가를 국가에 의해 산정된 택지비(감정평가액)와 건축비(표준 건축비)를 합친 금액 이하로 책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국민의 안정적 주거 공간 확보라는 명분 아래 시장 가격 결정에 개입해 집값 상승을 인위적으로 막는 제도다.

기실 분양가상한제는 1989년에 이미 실시된 제도이다. 당시에는 공공택지의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분양원가 연동제’라는 명칭이었고, IMF 사태 이후 잠시 중단됐으나, 노무현 정부 이후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자 민간택지까지 포함해 적용하도록 해 2007년 다시 부활했다.

이 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 다소 완화됐으나, 최근 국토교통부의 강력한 추진으로 민간택지에까지 거의 대부분 적용가능하도록 변경돼 이르면 10월초 경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부활하는 분양가상한제의 쟁점

기존 주택법 제57조, 제58조 및 동법 시행령 제61조에서 규율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는 기본적으로 ‘공공택지’에 적용하고, 그 외의 택지에서는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지역이어야 한다는 필수 조건을 충족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월 14일자로 입법예고한 새로운 주택법 시행령에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이기만 하면 일단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법 시행령 제61조 제2항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리모델링주택조합은 제외하도록 하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시점을 기준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시행될 분양가상한제는 해당 예외부분을 전부 없애고, 오로지 ‘입주자모집승인 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도록 했다.

 

◇ 소급입법의 문제점

새로 시행될 분양가상한제는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이미 받아놓은 정비사업조합도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이 새로운 분양가상한제 시행 시점보다 늦는 경우라면, 적용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개발·재건축 단지 내 조합원 입장에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당시보다 기대 이익이 줄고(일반분양수입 저하로 인한 수익률 저하), 부담금은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조합원들의 재산권 침해, 신뢰보호원칙 위반 등 헌법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조합에서는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보다 더 높은 기(奇)현상마저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곧 시행될 분양가상한제가 ‘진정 소급입법’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이는 부진정 소급입법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고, 결국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으로 확보될 국민들의 주거안정 등 공익과 조합원들 개인의 재산권, 평등권 등 침해여부의 비교 형량을 통해 그 위헌성이 판가름 날 것이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새로 시행될 분양가상한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이미 철거·이주가 완료된 조합에 한해서는 적용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도시정비사업조합은 기본적으로 구역 내 조합원들이 자신의 자산(부동산) 및 일부 부담금의 투자를 통해 낡은 건축물 및 주거환경을 개발해 수익을 얻는 구조로 돼 있고, 이러한 수익구조에서 최종 정산서라고 할 만한 중요한 절차가 바로 ‘관리처분계획’ 절차다.

관리처분계획에서는 각 조합원들의 부담금은 얼마인지, 조합의 수익과 손해는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등의 사안이 조합원들의 총의로 결정되며, 사업시행인가나 조합설립인가처분과는 달리, 처분의 주체도 조합 자신이다.

다시 말해, 투기과열지구 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한 각 조합은, 대부분 새로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신뢰하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을 것이고, 조합원들 역시 관리처분계획 총회 등 절차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한 수익을 대부분 확정 통보받고 해당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찬성 결의를 했을 것이다.

따라서 관리처분계획이 이미 인가된 정비사업조합에까지 새로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수천, 수만명 조합원들의 총의에 반하는 것이고, 조합원들의 투자 및 이에 대한 손익계산서라 할 관리처분계획이 국가의 예측할 수 없는 행위로 인해 완전히 잘못 수립돼 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조합 및 조합원들은 정비사업조합의 사업 시행을 되돌릴 수 없다. 1인당 부담금액이 국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갑자기 증액됐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사업 이전의 상태로 회귀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나아가 관리처분계획 수립으로 인해 사용·수익권을 제한당하고, 거주를 이전하는 등 각종 생활 상 불편을 감수한 조합원들의 손해 역시 회복할 길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새로운 분양가상한제의 적용 범위는 위헌적 요소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적어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조합에 한해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 보다 사려 깊은 정책을 기대하며

최근 기사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인해 ‘청약은 로또’라는 공식이 시중에 퍼져 지난 7월 한 달 동안만 하더라도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9만명 이상 급증했고, 일부 강남 신축 단지의 경우 한 달 새 호가가 억대로 치솟았다고 한다.

또한 막다른 길에 몰린 정비사업조합은 결국 아파트의 시공품질을 낮추는 등 방향을 통해 사업 손실을 만회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측은, 단지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도그마(Dogma)에 사로잡혀, 분양가상한제 시행의 명암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분양가상한제의 명분은 확실하다.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집값 억제’가 그것이고, 위와 같은 명분에 대해 필자 역시 공감하는 바가 있으며, 국내 가계 수입 대비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주거비용에 투자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가격을 정부가 정하도록 하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할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자유시장경제 국가에서 자신의 자산을 투자해 가치 있는 새로운 자산을 만들어내는 행위에 대해, 그 자산이 오로지 ‘주택’이라는 이유만으로 개발행위의 수익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의 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예상했다고는 하나, 정비사업조합의 특수성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재개발사업 등을 그저 ‘집값 상승의 원흉’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함에 있어 정부는 ‘집값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너무 많은 사람들의 재산권 및 신뢰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특히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이미 돼 기존 건축물이 철거되고, 조합원들이 이주까지 한 조합에까지 일률적으로 상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등을 검토해 보다 사려 깊은 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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