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주거환경연합 조봉희 교육문화원장 / 과천주공7-2단지 재건축조합장

로또 청약으로 투기심리 자극, 저품질 아파트 양산 가능성 높아

 

한국감정원 도시재생지원처 이규훈 부장
한국감정원 도시재생지원처 이규훈 부장

정부가 정비사업 옥죄기의 수단으로 결국 분양가상한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르면 10월에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관리처분인가 신청 단지’에서 ‘입주자모집승인 신청 단지’로 확대적용하고 후분양 기준 역시 ‘지상층 골조공사 완료’로 강화한 것을 보면 이번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정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인해 경제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어 발표가 연기되거나 내용 수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발표를 강행했으며 별도의 유예기간도 두지 않은 것은 재건축․재개발을 막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조합원의 권리와 부담이 확정되는 관리처분인가 이후 사업장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금지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관리처분인가에 포함된 예상 분양가격 및 사업가치는 법률상 보호되는 확정된 재산권이 아닌 기대이익에 불과하며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조합원의 기대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국민의 주거안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용택지가 부족한 도심권에 주거환경이 양호한 신축 주택을 다량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이 거의 유일하다.

정부가 공급확대를 위해 들고 나온 3기 신도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직주근접이 가능하고 주거여건이 뛰어난 곳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데, 도심권이 아닌 외곽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부가 온갖 규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등을 막으면서 도심권 주택공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와 달리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도심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규제로 인해 공급은 위축되고 대기수요는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의 규제로 통제가 불가능한 시점이 올 수밖에 없고 이는 주택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국민 주거안정의 공익을 운운하며 소수인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에게 불합리한 피해를 강요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소수자의 권리를 중요시한다고 강조해 온 현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어찌 이렇게 철저히 무시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저품질의 아파트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토부는 가산비를 통해 개별 사업장 특성을 탄력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지만 이 역시 분양가를 억누르겠다는 목적이 분명한 이상 분양가심의위원회가 일정 수준 이상의 분양가를 인정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신기술, 신공법을 적용한 고급 자재에 대한 원가가 분양가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로또 당첨으로 인한 투기 조장의 문제도 크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주택 대비 2~3%에 불과한 신규 주택에 대한 가격 통제가 실제 주택가경 안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분양가격을 낮췄다 하더라도 결국 인근 시세에 수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최초 분양을 받은 당첨자만 막대한 시세차익의 불로소득을 얻게 된다.

정부는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격 설정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기회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개발이익을 조합원보다 분양 당첨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종 기반시설 부담과 임대주택,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등 각종 부담은 모두 조합원에게 떠넘기고 있고 사업에 대한 리스크 역시 모두 조합원이 감당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그 이익은 조합원이 아닌 당첨자가 누린다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현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포비아(공포증)’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재개발에 대해 집값 불안을 야기하는 진앙이자 투기세력의 온상으로만 인식하고 있으며, 최대한 사업진행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규제를 다 동원하는 양상이다.

또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의 표심을 결집하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소수 조합원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정책이 계속돼서는 안된다. 장기적 관점과 거시적 안목으로 추진해야 할 주택 정책을 근시안적으로 정략적으로만 이용한다면 결국 집값 상승과 주택시장 불안이라는 후폭풍을 맞게 될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주택 공급을 줄여서 오히려 가격을 오르게 만들고 가진 자들만 더 배부르게 하는 반 서민 정책”이라는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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