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피앤씨 강신봉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신한피앤씨 강신봉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신한피앤씨 강신봉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현재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이끈 가장 큰 변화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의 제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12월 30일 처음 법이 제정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특히 정비사업전문관리제도의 시행은 정비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시작이다.

최초의 도시정비법 제정 시 발표한 정비사업전문관리제도 도입 이유가 생각난다.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위탁받거나 자문할 수 있는 정비사업전문관리제도를 도입해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고 효율적인 사업추진을 도모함”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비사업전문관리제도는 기존에 체계적이지 못하고 전문성도 낮은, 자격 없이도 가능했던 행정컨설팅을 전문분야로 나아가게 했던 출발점이었다. 또, 생각해보면 당시는 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17년차에 접어드는 현시점에서의 의문은 ‘과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이 어떠한 역할을 해오고 있고 존재의 이유가 정당하게 인정받고 있는가?’이다.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 해석, 판례가 쌓여 훨씬 정밀해진 업무분야와 역할에 대해서는 적어도 정비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돼 있음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받는 질문중의 하나는 “정비사업체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라는 것이다. 정비사업체에서 몸담고 있는 한 이러한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변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렇다고 우리의 역할이 무시돼서도 안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이렇게 답변한다.

“정비사업체의 첫 번째 역할은 인‧허가 대행이고, 두 번째 역할은 정비사업에 대한 자문입니다.”

솔직히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도시정비법에서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역할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늘 더 많은 요구와 책임을 강요받는다.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전문가로서의 대접이 충분하지도 않다.

그리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해야 할 업무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하곤 한다.

“정비사업체의 업무 경계는 밑도 없고, 끝도 없고, 경계도 없다.”

필자의 자조적인 답변들이 현실적으로 와 닿는 것은 그만큼 정비사업체가 해야 할 업무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폭넓고 다양하다는 점이다.

조합방식의 정비사업은 추진위원회단계를 거쳐 조합단계로 이어진다. 상당수 구역들은 추진위원회의 대표자들이 조합의 대표로 선출되는 경우가 많고, 업무 역시 연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추진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조합설립이다. 이에 필요한 사업성추정, 분담금의 산출은 추진위원회에서 단절되는 것이 아니다. 조합설립 후 추정액들이 구체화되는 만큼 과정일 뿐, 업무는 지속이 된다. 추진위원회 운영규정에서 “추진위원회는 자신이 행한 업무를 조합의 총회에 보고해야 하며, 추진위원회가 그 업무범위 내에서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추진위원회에서는 그 본연의 업무수행을 위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 설계자를 선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통상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정비사업 완료시까지 이들 업체와 함께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최근 법제처 해석이나, 도시정비법 개정 발의된 내용 중에서 추진위원회에서 선정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조합으로 승계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업계의 이슈가 됐고, 그만큼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승계돼서 안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비리발생 가능성이라고 한다.

추진위원회의 업무가 조합으로 연속성 있게 승계되고 진행돼야 하는 필요성, 조합의 전문성 강화와 효율성, 경쟁력 확보라는 긍정적인 측면은 사라지고, 오직 일부 이슈되는 사건의 해결방안으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조합 승계 불가라는 처방전을 내린 것을 받아보고 한숨과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추진위원회와 조합은 인적 구성에서도 유사하고, 업무의 특성상 연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별도로 선정하라고 한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경우 1단계로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 2단계로 추진위원회 단계 업무를 위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 3단계로 조합 단계 업무 수행을 위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이라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단계별로 업무를 단절시키는 것이 과연 정비사업의 효율성, 연속성, 활성화에 바람직한 것인가?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설계자는 업무 연속성 때문에 조합으로 승계된다고 하면서도, 정말로 업무연속성이 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업무를 단절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아무리 객관적인 자세로 이해해 보려고 해도 도저히 알 수 없는 논리이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본연의 업무 수행을 위해 자본금 및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상당수의 회사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비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제도 도입 이유인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고 효율적인 사업추진을 도모함”이라는 목적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길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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