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청주시가 적극 중재 나서야” … 청주시, “중재방안 모색중”

“사직1구역 신경 좀 써라” “청주시는 강력한 행정명령으로 갈등을 중재하라”

지난 9월 18일 오전 10시. 청주시청 본관 앞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사직1구역 조합원들이 ‘청주시의 적극행정’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 어떤 사연일까?

충청북도 청주시 사직1구역은 현재 재개발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기존 조합장이 구속된 이후 후임 집행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2월 추진위원회를 승인받으며 재개발사업에 나선 사직1구역은 2008년 12월 조합설립을 인가 받은 이후 정비사업 침체기와 맞물리면서 사업이 꽤 오랜 기간 정체되어야 했다. 그러다가 2018년 12월 건축·경관·교통공동위원회 심의를 조건부 통과하고, 올해 5월 한국토지신탁 사업시행대행자 선정, 6월 사업시행계획 인가 접수 등 최근 사업에 탄력을 붙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비리 혐의로 조합장이 구속되면서 기존 조합 집행부측과 조합정상화추진위원회측의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또 다시 위기에 빠져든 상태이다.

먼저, 조합정상화추진위원회측은 기존 조합장이 법정 구속된 이후 8월 22일 조합 집행부들의 해임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합원총회를 개최했다. 이 총회에서 사직1구역 조합원들은 이사, 감사 등 조합 집행부 전원 및 집행부와 친인척 관계인 대의원 5명을 해임하는 것을 의결하, A씨를 직무대행자로 지명했다.

하지만, 기존 조합 집행부들 역시 위 해임총회 앞서 이사회를 개최, B씨를 직무대행자로 선임한 상황. 이후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게 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실제로 해임총회 발의자들 및 A씨 등과 B씨를 비롯한 기존 조합 집행부들은 각각 후임 조합 집행부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후보 등록을 받아 총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조합원들로서는 혼란스럽기만 한 상황이다.

이에 조합정상화추진위원회측은 급기야 청주시에 ‘적극 중재’를 요청하며 집회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사직1구역 조합임시총회 발의자 공동대표는 “해임된 이사들이 B씨를 직무대행으로 지명해 B씨가 조합장을 하고, 해임된 이사들은 물론 구속된 기존 조합장의 아들까지 이사로 다시 선임하려 하는 등 조합원들의 민의에 반하는 총회를 개최하려 하고 있다. 특히, 선거관리위원 모집을 ‘깜깜이’로 진행한 것도 모자라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일삼는 등 우리 사직1구역의 올바른 재개발과 발전에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사직1구역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발의자 공동대표 및 직무대행자 A씨 등의 명의로 청주시측에 적극적인 중재 및 청주시도시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분쟁의 조정, 중립적인 선거관리와 공정한 선거 진행 등을 요청한 상황인데, 청주시가 이에 대한 확실한 답변이 없어 그저 답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9월 18일 집회에 참가한 한 사직1구역 조합원은 “우리의 요구는 조합이나 정상화추진위원회 중 누군가의 편을 들어달라는 이야기가 아닌, 청주시가 그저 공정한 입장에서 총회를 개최해달라는 것”이라며 청주시청의 적극행정을 촉구했다.

반면, 청주시청측은 “중재에 나서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라는 입장이다.

청주시 도시재생사업과 관계자는 “최근 양측과 함께한 자리에서 중재총회를 맡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기존 조합측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청주시의 권유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며 “양측의 총회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인 만큼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제111조 제2항을 통해 “시장 등은 정비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감독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서 ‘토지등소유자, 조합원, 그 밖에 정비사업과 관련한 이해관계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된 경우’ 등에는 이 법에 따른 업무를 하는 자에게 그 업무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자료의 제출, 그 밖의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으며, 소속 공무원에게 영업소 등에 출입해 장부‧서류 등을 조사 또는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113조 제2항을 통해 “시장 등은 정비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관계 공무원 및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반을 구성해 정비사업 현장조사를 통해 분쟁의 조정, 위법사항의 서정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조합 등은 점검반의 활동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분쟁이 없는 사업장은 없다고 할 정도로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은 각종 분쟁이 수시로 발생하는데, 관리감독을 해야 할 인․허가권자들은 민원이 두려워 중재나 분쟁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청주 사직1구역의 경우 조합장이 비리혐의로 구속되는 등 기존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고, 단기간에 분쟁이 해소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점에서 청주시가 적극적으로 중재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은 “가장 중요한 본질은 정비사업 구역에서 조합원들간 이견으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선량한 수많은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청주시가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필요가 있다. 한국도시정비협회 또한 도시정비법이 명시하고 있는 법정협회로서 청주시측의 요청이 있다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재개발사업 구역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소송 등이 이어질 경우 사업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로 인한 피해는 선량한 다수의 조합원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구역 내 분쟁으로 많은 조합원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 ‘공공’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도시정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