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공사하도급계약에서 유치권 인정 범위 관련 판결

길을 걷다보면 간혹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된 채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푯말에 붙여져 있거나 빨간 페인트 등으로 크게 글이 쓰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이유로 공사가 중단됐는지 궁금하기도, 전혀 관계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도 안타깝기도 한 모습이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有價證券)을 점유하고 있는 자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에 관해 발생한 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하는 권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공사하도급계약에서 유치권이 인정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부산고등법원은 토공사 및 가시설공사를 하도급 받은 업체가 토지 소유자 및 건축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창원)2013나2361]에서 이에 대해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한 측은 “2011년 12월 24일부터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했는데, 이 사건 토지의 실제 소유자인 피고가 2012년 3월 28일경 A건설회사와 새로운 공사에 관한 양해각서를 작성한 후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점유를 침탈하고 유치권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하도급공사의 기성금 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원고의 유치권이 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고자 한다”며 “이 사건 하도급공사가 중단된 이후에도 지하굴착면을 지지하기 위해 설치한 철골구조물을 철거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토지를 보존하기 위한 필요비를 지출했으므로,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에 대한 필요비 상환청구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유치권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부산고등법원 창원제1민사부는 “건물의 신축공사를 한 수급인이 그 건물을 점유하고 있고 또 그 건물에 관해 생긴 공사대금 채권이 있다면 수급인은 그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건물을 유치할 권리가 있는 것이지만, 건물의 신축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이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없는 정착물을 토지에 설치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경우에 그 정착물은 토지의 부합물에 불과해 이러한 정착물에 대하여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고, 또한 공사 중단시까지 발생한 공사대금 채권은 토지에 관해 생긴 것이 아니므로 그 공사대금 채권에 기해 토지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고 설명하고 “이 사건 하도급공사는 대지에 건물의 지하층을 신축하는 공사에 통상적으로 따르는 터파기 및 흙막이 공사에 불과한 것으로서 장차 완공될 건물에 관한 공사로 볼 것이고, 토지에 관한 공사로 볼 수는 없는 만큼 원고가 갖는 이 사건 하도급공사의 대금채권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해 생긴 채권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민법 제203조 제2항에 의한 점유자의 회복자에 대한 유익비 상환청구권은 점유자가 계약관계 등 적법하게 점유할 권리를 가지지 않아 소유자의 소유물반환청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점유자가 유익비를 지출할 당시 계약관계 등 적법한 점유의 권원을 가진 경우 그 지출비용 또는 가액증가액의 상환에 대해서는 그 계약관계를 규율하는 법조항이나 법리 등이 적용된다”며 “원고가 이 사건 하도급 계약에 따라 터파기 및 철골구조물 설치공사를 한 것을 두고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보존하기 위해 필요비를 지출한 것으로 보더라도, 원고로서는 이 사건 하도급 계약에 따라 도급을 준 업체에게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를 상대로 민법 제203조 소정의 필요비 상환청구를 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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