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발자취 찾아 떠나는 밤바다 여행

금채 / 자유기고가

 

영화 ‘명량’의 행보가 무섭다.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68만)를 기록하더니, 하루에 125만명이 관람해 최고 일일 스코어도 갈아치웠다. 최단 100만 돌파(2일)를 시작으로 개봉 8일째 만에 관객수 700만명을 넘어서는 대기록도 세웠다. 이는 과거 700만 관객을 돌파한 괴물, 도둑들, 관상보다 5일 빠른 기록이고, 1000만명 이상 기록한 변호인(18일)·아바타(21일)·7번방의 선물(21일)·광해, 왕이 된 남자(21일) 등의 700만명 돌파 기록보다 두 배 이상 빠른 흥행 속도다.

영화 명량이 말 그대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일까. 새삼스럽게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장군의 리더십에 대한 칭송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고, 이를 현 정치인이나 정치 상황에 빗대기도 한다. 혹자는 장군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여행을 갔다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영화에, 이순신 장군에게 감명 받은 이들에게 손짓하는 도시가 있으니 바로 장군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전라남도 여수가 그곳이다. 여수는 유인도 51개와 무인도 269개 등 총 317개 섬이 연꽃처럼 내려앉아 넓은 바다에 꽃이 피어난 듯 그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 주는 화려함을 자랑하는 도시다.

아. 그러고 보니 여수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순신 장군 외에도 또 하나가 있다. 바로 ‘밤바다’이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한 때 길에서 자주 들려와 이 부분만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가수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밤바다의 한 대목이다. 자의 반 타의 반 자주 듣게 된 이 노래의 간질간질함 때문일까. 여수밤바다는 왠지 여유와 평온을 줄 것만 같은 환상을 갖게 한다.

그렇게 환상을 안고 여수로 떠났다. 서울에서 꽤 거리가 있는 먼 길을 가는 만큼 욕심이 많이 생길지 몰라 ‘이번 여행만큼은 휴식이 함께하는 힐링이 목적’이라는 다짐도 함께 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긴 했지만, 여수를 찾아 처음 간 곳은 바로 여수의 대표적 명소 중 하나인 돌산공원이었다. 돌산공원에서 바라보는 여수는 가히 세계4대 미항으로 자리매김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여수시는 호주의 시드니,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 이타리아의 나폴리 등 세계 3대 미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며 ‘세계 4대 미항’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낮에는 코발트블루의 깊은 바다, 빨간 등대와 어울러져 있는 마을은 외국에 온 느낌마저 들게 한다.

여수의 아름다움에 긴 여정의 피로를 어느 정도 씻어내고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를 찾았다. 여수는 임진왜란 때 왜적을 막아 낸 군사적 요충지로 충무공과 관련된 장소가 많다. 진남관을 시작으로 거북선공원, 거북선대교, 장군도, 이순신광장, 충민사 등 국난을 극복한 장군과 그를 따르던 선열들의 얼이 담긴 유서 깊은 충효의 고장이 여수다.

진남관은 여수를 상징하는 중요한 건축물로 현존하는 국내 최대의 단층 목조건물이다. 국보 제304호 진남관 터는 조선시대 400년간 조선 수군의 본거지로 이용됐던 역사의 현장이다. 이곳은 원래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의 본영으로 삼았던 진해루가 있던 자리로, 임진왜란이 끝난 다음해인 1599년, 장군의 후임 통제사 겸 전라 좌수사 이시언이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진해루 터에 75칸의 대규모 객사를 세웠다. 진남관이라는 이름은 “남쪽의 왜구를 진압해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명명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진남관은 경치 또한 훌륭하다. 진남관에서 바라보는 돌산대교는 정말 장관을 이룬다.

진남관에서 돌산대교 방향으로 바라보면 이순신광장이 있는데 광장에는 이순신장군 동상과 거북선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의 전라좌수영 거북선이 고증을 거쳐 실물 크기로 복원됐다. 거북선을 보고 있으면 그 뒤로 바다 건너 거북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이순신 광장에서 여수의 밤에 젖어든다.

낮에 바라보는 풍경도 좋지만, 야경을 보면 여수가 새롭게 보인다. 형형색색 바뀌는 돌산대교와 서울과는 사뭇 다른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한껏 여유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이순신 광장에서는 해마다 5월3일~6일 열리는 '여수거북선축제'가 열린다 하니 여행할 때 참고할만하다. 광장을 중심으로 좌수영음식문화거리가 있고, 반대편에는 중앙어시장이 있다.

여수 음식은 참 소박하다. 하지만 돌산갓김치, 게장백반, 서대회, 한정식 등 여수를 대표하는 수많은 음식들은 누구라도 만족을 주기에 충분할 듯하다. 갓김치는 어느 식당을 가도 밑반찬으로 먹을 수 있고, 그 외 먹거리도 굳이 유명한 맛집을 찾지 않더라도 가는 곳이 전부 맛 집이다.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긴 했지만, 여수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악’이란 주제를 내걸어 ‘2012년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면서 관광지로서의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해가고 있다.

특히, 여수세계박람회장에 가면 지금도 볼거리가 많다. 여수에서만 볼 수 있는 빅오, 엑스포 디지털갤러리, 스카이타워, 아쿠아리움 등이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 잡는다.

여수박람회장에 도착하면 첫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거대한 원형이다. 빅오(Big-O), ‘거대한 바다(Big Ocean)’라는 뜻으로 박람회장 앞바다의 방파제를 육지와 연결해서 꾸민 해상 무대이다. 빅오는 여수세계박람회의 상징적 조형물로서 빅오쇼에서는 분수 노즐을 통해 물을 뿌려 워터스크린을 만들고 레이저나 홀로그램 프로젝터 등을 쏘아 영상을 재현하는데 레이저로 만들어진 이 쇼는 여수에서 봐야할 것 중 하나로 손에 꼽힌다.

엑스포 공원 국제관으로 가다보면 거대한 천장에서 큰 고래가 반긴다. 60인치 LED 텔레비전 6324대로 만들어진 거대한 화면은 현존하는 대형 디지털 영상 구조물 중 최고의 해상도인 654만 화소를 자랑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나오는 다양한 해양 동식물과 심청전 등의 영상은 고개를 들고 있는 수고도 잊게 만들 정도로 훌륭하다.

아쿠아리움은 국내 최대 규모로 4층 건물에 설치된 수조에 바이칼 물범, 러시아 흰고래 등 희귀종을 만날 수 있다.

여수엑스포 박람회장 내에서 가장 높은 수직 구조물인 스카이타워의 높이는 76m(아파트 20층 높이)에 달한다. 스카이 타워는 버려진 시멘트저장고인 폐사일로를 재활용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 문화공간으로 전망대에 오르면 엑스포 해양공원 및 여수앞바다 일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스카이타워 외부는 하프 형상의 거대한 파이프오르간 ‘복스 마리스(Vox maris)’이 설치돼 있는데, 뱃고동 음색의 복스 마리스는 반경 6km까지 소리가 울려퍼져 ‘세계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파이프오르간’으로 기네스 인증을 받기도 했다.

여수에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너무나 많다. 2박3일이 짧게 느껴졌을 정도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낮과 밤의 풍경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그래서, 진정한 여수를 즐기려면 낮과 밤을 같이 봐야 한다. 여수까지 가서 ‘여수 밤바다’를 보지 않고 돌아설 사람이 있겠느냐 만은, 여수는 밤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가는길

남해고속도로와 전라선 철도, 고속버스, 여수공항을 통한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다. 남해고속도로는 서울 쪽에서 올 경우 호남고속도로의 광주를 경유하여 순천 IC를 통해 진입한 뒤 여수·율촌방향의 자동차 전용도로나 순천 도심을 지나 국도 17호선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 된다. 철도는 전라선 종착역이 여수역이기 때문에 열차에 몸만 실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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