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총회에서 ‘가계약 해지’ 압도적 결의

선정 계기였던 ‘무상지분율 174%’가 이번에는 결별 이유?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가 시공자인 두산건설과 결별했다. 두산건설이 고덕주공6단지 시공자로 최초 선정된 지 11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경쟁입찰 방식에 의해 또 다시 시공자로 선정된 지 3년여 만이다.

고덕주공6단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지난 8월 9일 한국시각장애인복지센터에서 ‘2014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두산건설과의 가계약 해지를 결의했다.

전체 조합원 905명 중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 274명을 포함해 총 455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두산건설과의 가계약 해지의 건 ▲2014년 조합운영비 예산(안) 의결의 건 등 2가지 안건. 이날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상정된 두 안건을 모두 가결했다. 특히, 주요안건이었던 두산건설과의 가계약 해지의 건은 찬성 417표, 반대14표, 기권 및 무효 24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

고덕주공6단지는 무상지분율 174%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두산건설을 시공사를 맞이해 고덕지구 지분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그렇다면, 고덕주공6단지가 위와 같이 두산과 결별 수순을 밟게 된 것은 어떤 이유일까.

 

조합 “두산이 약속 어겨 사업지연 초래” 주장

두산건설과의 가계약 해지의 건과 관련해 조합은 제안설명을 통해 “지난 2013년 1월 2일 사업시행인가 고시가 완료된 이후 약 1년 7개월 동안 두산건설의 계약불이행으로 사업이 진전되지 못해 조합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됐다”며 “두산건설은 사상가 제척과 일조권피해로 인한 용적률 감소 등을 사업지연 사유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상가 제척은 두산건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이고, 일조권 문제는 현 집행부 취임 후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해결했기 때문에 두산건설이 이러한 사유를 들어 사업을 지연시키는 것은 사업파트너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두산건설이 재무상황 악화와 건설경기 침체 때문에 사업을 지연하며 계약을 위반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두산건설과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계약을 해지하고 건실한 다른 회사를 재선정해야 할지 조합원 여러분이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두산건설은 2013년 11월 직원 정리해고, 신용도 하락, 자본 90% 감자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함에 따라 사업실행 능력이 의심스럽고, 수년간 설계용역비와 정비사업 용역비를 연체해 조합원 협력업체들을 위기상황으로 내몰았을 뿐만 아니라, 조합의 운영자금도 2013년 5월 이후 현재까지 단 1차례만 지급해 조합운영비가 모두 소진되는 사태에 이르게 돼 사무국장과 여직원 모두 사직하고, 새롭게 채용할 비용도 없어 조합장 홀로 조합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더구나 두산건설의 사업비 미지급으로 협력업체들도 현재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몇 년이나 더 사업이 지체될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계약을 불이행해 사업을 지연시키고 사업실행능력도 의심스러운 두산건설과 공사도급가계약 해지를 의결하고 새로이 시공사를 선정해 하루라도 빨리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총회와 관련해 고덕주공6단지 정기춘 조합장은 “두산건설의 계약불이행 등으로 사업이 지연됨에 따라 조합에서 총회를 개최해 조합원들의 뜻을 모으고자 했으나, 대의원회에서 2차례나 부결돼 총회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에 분노한 많은 조합원들이 항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총회소집을 요구해 총 404명이나 되는 조합원들의 요구로 총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조합장은 “시공사 계약해지는 예전부터 우려됐던 부분이 현실화 된 것”이라며 “두산건설과 결별하게 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 더욱 정확한 분석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해 보다 빨리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조합장의 말처럼 최초 두산건설이 시공자로 선정된 직후부터 “고덕6단지 시공자로 끝까지 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두산이 제시한 ‘무상지분율 174%’가 재건축 활황기였던 당시에도 장밋빛 전망의 극대화일 뿐 현실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었다. 오히려 두산의 파격적인 지분율 제시가 이후 고덕지구 전체 조합의 시공자 선정과 계약 체결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만 끼친 바 있다. 결국 이번 총회에서 고덕6단지와 두산건설의 결별은 ‘결별이 예정된 만남’이라는 당초의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한편, 정기춘 조합장은 “새롭게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해 나서도 입찰에 응하는 건설사가 없을까봐 염려하는 조합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조합 및 조합원들은 피해자 입장이고, 각 건설사들이 ‘동료의식’으로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상황은 아닌 만큼 우려하기 보다는 모든 조합원들이 단결해서 빠른 사업진행을 위해 나아가야할 때”라고 말했다.

 

총회 후 고덕주공6단지 조합원들이 조합 사무실에서 서면결의서 개봉 및 재밀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총회 후 고덕주공6단지 조합원들이 조합 사무실에서 서면결의서 개봉 및 재밀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두산 “사업지연은 조합 귀책사유” 반박

하지만, 두산건설측은 당연히 위와 같은 계약 해지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총회 후 두산건설 관계자는 “조합에서는 사업비를 지급하지 않아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고 하지만, 지난해 투입된 비용만 해도 3억여 원에 달하고, 조합측에 기존 운영비 잔액도 남아있었던 만큼 조합운영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대형 평형이 많은 기존 설계안을 변경하기로 조합과 합의하고, 이와 관련된 공문도 주고받은 상황에서 갑자기 계약 해지를 밝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총회책자에 첨부된 조합과 두산건설의 공문 수․발신 내용에 따르면, 조합측은 수차례 조합운영비 및 사업비, 협력업체들의 용역비 지급 등을 요청했다. 특히 조합측은 2013년 11월 29일자 공문 ‘계약이행 최고 통지’를 통해 “당 조합은 2012년 12월 28일 사업시행인가를 완료하고 본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사업제안서 제출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귀사의 불응에 따른 사업지체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되고 있고, 귀사가 조합의 운영비 및 사업비를 지원하지 않아 조합의 사업추진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공사가계약서 제31조(계약의 해제 및 해지)에 의거해 30일의 계약이행 기한을 정해 최고 통지하오니 반드시 2013년 12월 30일까지 공사도급계약을 위한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기 바라고, 지연되고 있는 조합운영비 및 사업비를 조속히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2013년 12월 4일자 공문 ‘회사 브랜드 가치 및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대책 제출 요청의 건’을 통해서는 “귀 사는 우리 조합의 사업자 선정 시 ‘두산의 글로벌 경쟁력과 기술력 그리고 성공의 보증수표 두산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아파트 두산위브를 건설해 고덕지구 최고의 주거공간을 창조하겠다’는 약속을 해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2011년과 2012년 당기순손실을 시현했고 전국각지에 미분양아파트가 발생해 브랜드가치가 급격히 하락했으며, 재무적 능력에 대해서도 우려가 증가했다”며 “이에 귀사의 계약이행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우리 조합원들에 대한 약속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안을 2013년 12월 12일까지 제출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측은 2013년 12월 16일자 공문 ‘사업추진관련 당사 입장 제출’을 통해 이에 대해 회신했다.

해당 공문을 통해 두산건설은 먼저 “당사는 지난 2003년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정비계획수립, 안전진단, 조합설립 등 본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조합원의 선택을 다시 받아 적법한 시공사로 선정되고 공사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며 “이후 귀 조합의 귀책사유로 사상가에 대한 조합설립 동의를 얻어내지 못함에 따라 2년여 사업이 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비계획 변경, 건축심의 등 인허가 추진에 있어 당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 약 1년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득하게 됨으로써 사업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했고, 학교 일조권 문제로 일부 세대가 삭제돼 기형적으로 설계된 현 설계안을 아파트 상품가치가 향상될 수 있도록 원상회복하는 한편,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한 설계변경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귀 조합과 성실히 협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산건설은 “상기와 같이 당사는 본 사업을 10여년 이상 관리해왔을 뿐만 아니라 시공사로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귀 조합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일방적인 계약이행 최고 통지를 한 것에 대해 유감스러움을 밝힌다”며 “조합에서는 당사가 사업제안서 제출에 불응해 사업추진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허위 사실로, 현재 조합과 당사는 설계변경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으므로 분양가, 공사비 등을 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설계변경 설계도서가 완성될 시에 당사는 조속히 제반 사항을 검토해 귀 조합에 본계약 관련 당사의 제안사항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산건설은 “조합 및 일부 조합원들은 당사의 재무적인 문제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지만, 귀 조합의 주장과는 달리 당사의 재건축, 재개발사업지의 미분양 물건은 업계 최저 수준이며, 최근의 1조원의 자본 확충 및 4천억 원의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등으로 부채비율이 업계 수위권인 약 150% 내외로 획기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러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통해 당사는 동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떠한 문제도 없음을 알려 드린다”며 “귀 조합에서 당사를 사업추진 파트너로서 진정으로 인정하고 당사와의 사업추진에 대해 성실히 협조한다면 당사는 2003년, 2010년 두 번에 걸쳐 귀 조합원의 선택을 받은 시공사로서 성공적으로 사업추진을 완료해 명품아파트로 보답할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 드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고덕주공6단지 조합과 두산건설의 갈등을 계속 됐다.

 

새 시공자 누가 될지 벌써부터 관심

조합측은 지난 4월 2일 ‘계약이행 최고통지’라는 제하의 공문을 통해 “우리 조합은 2014년 3월 5일자 문서를 통해 귀사가 우리조합과 체결한 확정지분율제 계약을 이행하기 어렵다면 조합원들에게 사과하는 자세를 보이면서 최선의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요청했고, 사업비와 운영비의 장기 미지원으로 조합과 협력업체가 빈사상태에 놓여있음을 알리면서 해결기일을 통보하고 이행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귀사는 약 1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조합의 요청에 대해 아무런 회신도 없고 조치도 없었다”며 “대의원회의에서 조합은 확정지분제하에서 귀사와 협상을 하되, 확정지분제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자는 의견이 중론이었던 만큼 공사가계약서에 의거해 30일간의 이행기간을 정해 최고통지하오니 우리 조합과 귀사가 본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제안과 이에 따른 추진일정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한다. 아울러 귀 사가 조합에 대해 장기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사업비 및 조합운영비 지원을 즉시 이행해 조합과 협력업체의 업무마비를 해소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4월 17일 같은 제하의 공문을 통해 “이사회 심의결과 최고기일인 5월 9일까지 귀사의 자금지원 조치를 기다린 후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 했으니 적의 조치하기 바란다”며 “본계약 체결과 관련해서는 확정지분제를 준수하면서 조합원이 만족할 수 있는 최선의 사업제안을 제출할 것을 재촉구 한다”고 말했다.

이에 두산건설은 5월 9일 ‘사업추진 관련 당사 입장 제출’ 공문을 통해 “당사는 향후 고덕6단지 재건축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조합과 기 협의된 바와 같이 사업성 향상을 위한 설계변경을 통해 현실적인 사업계획(안)이 확정되면 조합과의 사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조합원들께서 납득 할 수 있는 최적의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다만, 당사는 지난해 9월 이후 귀 조합 및 협력업체와 수차례 설계변경에 대한 회의를 통해 우선적으로 사업계획변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사업제안서 제출 및 계약 해지를 운운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러울 따름이고, 미지급된 사업비는 조합이 반복해서 계약해지를 주장하는 한 지금이 불가하며, 계약 당사자인 조합과 시공사가 사업파트너로서 충분한 신뢰구축이 선행된 후 조합 집행부와 협의가 있을 시 지급이 가능함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두산건설과의 계약해지를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총회결의 무효소송을 진행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들은 총회참석 인원에 대한 부분과 서면결의 투표함 관리, 총회 진행 과정상의 절차적 문제 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합측은 총회 진행 및 성원, 결의 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기춘 조합장은 “변호사의 사전 법률자문을 받은 바 있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조합정관 등에 의거해 적법하게 총회를 개최․진행한 만큼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고덕주공6단지 조합측은 총회를 통해 시공자 계약해지의 건이 의결된 만큼 후속절차를 마치는 대로 이사회 및 대의원회를 거쳐 곧바로 새로운 시공자선정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두산과의 결별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이제 관심은 누가 고덕6단지 재건축사업의 새로운 파트너가 될 것인지로 모아지고 있다. 물론 새 파트너를 찾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터이다. 활황기였던 2003년과 달리 현재의 정비사업 현실은 극도의 침체기에 빠져있기 때문. 따라서 참여하는 건설사들의 조건이 조합원들의 기대치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지만, 조합원들의 뇌리 속에는 두산이 제시했었던 ‘무상지분율 174%’가 강하게 박혀있어 자칫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다시 한 번 진통을 겪을 우려도 있다.

물론 이번 총회에서 두산과의 결별이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결의된 것은 고무적이다. 조합원들이 ‘무상지분율 174%’라는 ‘환상’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사업지연을 막고자 하는 조합과 조합원들의 기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자못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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