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게 이익 되는 방향으로 공공관리제도 더욱 강화돼야”

실존주의사상의 대표자 중 한명인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 사르트르(Sartre, Jean Paul)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고 말했다. 사람이 태어나서(Birth) 죽을 때(Death)까지의 모든 것은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생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요받는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선택이라는 말 속에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터. 그것이 개인의 선택이라면 그에 따른 결과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요, 집단이나 단체의 선택이라면 그에 속한 많은 이들이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될 것이다.

서울시 이용건 주거재생정책관은 “시민의 재산으로 편성된 예산인 만큼 허투루 쓰지 말고, 당장에 개인적인 불이익이 없을지라도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탓에 때로는 직원들이 저를 불편해 하기도 합니다”라고 웃음 지으면서도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공무원들이 하는 선택(결정)은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법이나 정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잘못될 경우 다수가 고통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되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물론 아집과 독선에 주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공무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고 잘라 말한다.

이용건 정책관은 지난 1984년 서울시에 입사한 이래 성동구 도시관리국장, 강남구 도시환경국장 등을 거쳐 서울시 주거재생과장, 건축기획과장을 역임하는 등 30여 년간 줄곧 서울시 및 자치구의 건축․도시계획 업무를 담당해 온 서울시 대표 일꾼이다. 또한 현재는 서울시 주거재생정책을 총괄하는 주거재생정책관으로서 더욱 책임감을 느끼며 시민을 위한 정책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년간 서울의 전세 가격은 11% 오른 반면, 매매가격은 약 3%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앉아서 3% 손해보고 있고, 전세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2년 만에 10% 넘게 올려주기 위해 적금이라도 깨야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렇게 주택 가격이 상승하지 못하다보니, 정비사업을 하면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재건축․재개발 사업추진도 정체돼 주거의 질은 점점 악화되는 연결고리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주택시장의 안정화는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용건 주거재생정책관은 “현재 서울시의 부동산 및 정비사업 시장을 바라볼 때 최근 나오고 있는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등의 정부 대책은 적절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다만, 이 정책관은 “주택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공의 책임 등 일부 내용 등은 지역여건과 현장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하면서 계속 보완해 나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이야기일까?

사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9․1 부동산 대책은 그동안 서울시가 유지해 왔던 정책 기조와 다소 차이를 보이는 측면이 있다. 재건축 연한 단축이나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완화, 공공관리제도의 변화 등이 그렇다. 이에 대해 이용건 정책관은 “해당 제도들의 변화가 특히 서울에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제도의 대상들이 대부분 서울에 분포돼 있기 때문”이라며 “시민, 나아가 국민을 최우선으로 두고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말한다.

이용건 주거재생정책관은 먼저 재건축연한 단축과 관련해서는 “재건축연한을 단축할 경우 추가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전월세 시장 및 지속 가능한 공동주택 관리에 영향을 초래하는 문제점이 우려된다”며 “큰 틀에서 경기회복이라는 정부정책에는 공감하지만, 재건축연한을 너무 단축하면 재건축 추진을 위해 공동주택을 관리하지 않고 노후도를 가속시키는 아파트들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기존 공동주택의 물량이 감소돼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완화와 관련해서는 “2013년 들어 주택보급률 97.4%를 기록하는 등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거에 사는 서민가구가 2012년 기준 8.6%에 달할 정도로 많고, 이들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이나 소형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공공에 있다”며 “그동안 서민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이나 공공관리제 등을 적극 활용해 임대주택비율이 6.2%까지 증가됐지만, 아직 OECD평균(11.5%)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책관은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을 완화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임대주택 매입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2010년 10월부터 공공관리제도를 시행해 현재 4년이 지났습니다. 689개 추진위·조합이 매월 사용하는 자금내용 등 23만 건의 관련 정보를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낱낱이 공개하고 있으며, 4670여건의 총회, 대의원회 등의 서면결의서도 지난해 10월부터 공개하도록 해 의사결정 투명성까지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공공관리로 시공자를 선정한 구역은 지금까지 16개 구역, 올해 들어 11개 구역을 선정하는 등 공공관리를 통한 시공자 선정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공공관리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최근 실시한 조합운영 실태점검 결과 조합운영, 공사·용역의 입찰 및 계약, 예산 및 회계, 정보공개 분야 등 전반에 걸쳐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사항들이 많이 지적돼 개선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과다한 총회비용은 물론이고 설계도면과 내역도 없이 공사비 단가만으로 입찰과 계약을 진행함으로써 추후 공사비 증감에 대한 검증이 곤란해 이로 인해 갈등과 분쟁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문제점 등 정비사업 전반에 대해 공공관리를 확대하고 강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도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9․1부동산 대책에 대한 이용건 주거재생정책관의 우려는 공공관리제도의 변화에서 방점을 찍는다. 그는 공공관리제도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전체 주민들을 대변해 투명하고 올바르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라고 소개하며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부조리를 공공이 묵인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공공관리제도 시행 상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할 부분인 것이지, 사실상 제도 자체를 없애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한다. 특히 이 정책관은 “공공관리제도의 개선과제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공공관리는 다수 주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더욱 강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950년대 6.25전쟁 이후 서울시 주거환경이 매우 심각하게 열악한 수준이었던 탓에 이를 조속히 개선하기 위해 무단 점유 판자촌 철거와 함께 1980년대 새로운 재개발 방식인 전면철거형 합동재개발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이를 통해 기반시설이 확충되는 등 노후 불량주거지가 정비됐으며 주거환경 또한 급속히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거환경개선의 이면에는 서민주택 감소와 함께 도시의 생태계 및 주민공동체, 역사성, 정체성, 자연경관 등이 훼손되고 없어지는 부작용은 물론이고 주택시장이 투기화되는 문제점이 발생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힘없는 서민과 약자들이 소외되고 계속 거주지에서 밀려다니는 슬픔도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대가 크게 변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개발과정에서 소외됐던 약자들도 배려하며 함께 같이 가는 도시재생이 돼야 합니다.”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이용건 주거재생정책관의 다짐은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도시재생 정책방향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이용건 정책관은 “거주자를 교체하며 마을의 주인을 바꾸는 도시재생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돼 지역의 정체성, 특색을 살려 가치를 만들어 가는 주거재생이 돼야 한다”며 “도시구조를 바꾸는 개발과 마을의 주거환경을 정비하고 개선하는 재생은 분명히 구분돼 누구를 위한 재생사업인지 목표를 정확히 해야 할 것이고,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테마와 이야기로 자산가치가 높아져 누구나 살고 싶고 찾고 싶은 ‘우리동네’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 정책관은 “마을공동체 스스로가 마을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가치를 높여나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하고, 서울시는 이러한 주민공동체의 육성을 지원할 것”이라며 “동호인, 신혼주부, 초등학교 자녀를 가진 주부, 치매노인을 모시는 가족 등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모여 자기가 살집은 자기가 선택하는, 삶의 요구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맞춤형 주거지를 조성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한 도시재생 사업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서울시는 얼마 전 국토부와 함께 창신·숭인지구를 시범 선도사업지로 선정하고 현재 활성화계획수립, 주민역량강화 및 거버넌스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내년부터는 창신·숭인이 속한 도심권을 제외한 동남·서남·동북·서북권 등 나머지 4개 권역별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 공모를 통해 도시재생 방향을 설정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이용건 주거재생정책관은 “이와는 별도로 뉴타운·재개발 해제지역들의 경우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노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해 지역 주민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주거환경관리사업들도 꾸준히 추진하고 특히 성곽 등 문화재 주변과 같은 특성이 있는 마을들은 테마와 스토리를 발굴하고 가꿔 마을의 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주민과 공공이 파트너가 돼 낙후되고 쇠퇴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기존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정체성을 회복하는 한편, 지역경제도 활성화 시키는 도시재생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다.

“도시의 여러 가지 다양한 특성과 상황별 요구에 따라 다양한 주거환경정비 방법과 도시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편안히 생활하며 숨을 쉴 수 있는 도시, 이를 위한 주거재생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되며, 앞으로 더욱 고민하면서 서울의 도시재생을 잘 가꿔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용건 주거재생정책관은 정책관으로 임명받은 후 정비사업 현장들을 돌아보면서 “새삼스럽게 ‘왜 이렇게 뉴타운 재개발 구역을 한꺼번에 많이 지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한다. 도시는 개발의 모습과 다양한 삶의 흔적이 공존해야 되는데, 마치 “내 어릴 적 삶의 기억과 추억들이 지우개로 모두 지워지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까웠다”는 것.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는 도시, 600년 역사를 가진 고도이자 활력이 넘치는 인구 천만의 대도시 서울을 ‘사람이 중심이 된 도시재생’으로 가꿔 나가겠다”는 이용건 주거재생정책관의 다짐이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나아가 미래 서울시의 긍정적인 변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도시정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