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채 / 자유기고가

한때 지중해, 특히 그리스의 아름다움에 한껏 취한 적이 있었다. 아쉽게도 그리스 여행을 다녀온 후 겪은 후유증(?)이 아닌, 영화 맘마미아를 본 이후 나타난 감정이었다.

맘마미아는 홀로 딸을 키워온 엄마와 예비 신부, 그리고 예비 신부의 아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에 얽힌 이야기다. 특히, 이 영화는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퍼스 등 걸출한 유명배우들과 아만다 사이프리드라는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예쁘장한 여배우뿐만 아니라 영화 내내 들려오는 아바의 명곡들로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헌데 필자의 가슴에 더욱 깊게 새겨진 것이 있었으니, 배우도 노래도 아닌 영화가 진행되는 배경 즉 그리스의 해변과 아름다운 건물들이였다. 영화에서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과 햇빛이 반짝이는 청록색의 바다는 지중해에 대한 환상을 갖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리스는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할 국가로 마음속에 점 찍혔다. 하지만 인연이 없는 탓인지 꽤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보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던 찰나 얼마 전 지인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산시 탕정면에 가면 지중해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마을이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아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탕정 지중해 마을에 도착하니, 먼저 고층 아파트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국적인 건축물이 반긴다.

지중해 마을은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양식을 차용해 각 건물마다 엔타시스 양식(기둥의 중간 부위가 약간 불룩하게 나오도록 한 건축 양식)의 돌기둥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마을 남서쪽은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 풍으로 붉은 지붕의 성곽 형식이 두드러지고, 남동쪽은 그리스 에게해의 화산섬 산토리니를 모델로 건물이 꾸며져 원형의 파란 지붕과 화사한 하얀 벽이 그리스로 여행 온 착각을 들게 한다.

마을은 2만여㎡ 대지에 66동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각 동의 1층에는 레스토랑, 카페, 로드숍 등 상가가 들어서 있으며 2층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임대 공간으로, 3층은 마을 주민들의 주거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여행객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 게스트 하우스는 여행객들이 하룻밤 쉬어갈 수 있도록 깔끔하게 꾸며져 있으며, 마을 여행에 관해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마을 여행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이뤄진다. 크지 않은 마을이라 몇 번을 둘러봐도 부담스럽지 않은데, 여기저기 골목 사이를 둘러볼 때 마다 색다른 느낌을 얻는다. 유럽풍 건물과 곳곳에 마련된 메시지가 적힌 리본으로 꾸민 나무, 풍선으로 장식한 가로등 등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해 마치 지중해의 풍광 좋은 마을을 여행하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거리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거나 골목 사이를 오가며 산책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지중해 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역시 산토리니 풍의 건물들이다. 흰색과 청색의 조화가 산뜻하고, 건물 사이로 난 골목도 아기자기하다. 천사의 날개나 등대 모양의 빨간 우체통이 눈에 띄는데, 지중해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 존이다.

조성된 지 아직 몇 해 지나지 않은 탓인지, 지중해 마을은 아직까지 완성된 상태가 아니다. 새로운 상가가 들어서기 위해 공사 중인 곳도 있고, 공실도 꽤 눈에 띈다. 하지만, 그만큼 호젓한 느낌의 여행이 가능하다. 필자처럼 지중해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보기를 추천한다.

 

∥아산 탕정면은?

아산 동쪽에 위치한 탕정면은 본래 논농사가 활발한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다. 천안시에 인접해 있어 근교농업이 활발하고 구릉지대에서는 과수재배도 성했다. 특히, 탕정의 남부는 아산만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좀 센 편이기는 하지만 지리적 여건상 자연재해가 매우 적어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다.

탕정이라는 명칭은 온양의 옛 이름으로, 삼국시대부터 고려 초까지 사용됐던 지명이다. 탕정은 끓는 샘, 온천을 뜻한다. 이 지역의 온천수가 천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녔음을 나타내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탕정면이라는 이름이 다시 쓰이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4년도부터다. 온양군·아산군·신창군이 ‘아산군’으로 통합되면서 산하의 12개면 중 탕정면이 하나로 속하게 됐다.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탕정면은 비교적 외곽지역이었기 때문에 별 다른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이들 중 다수가 안전한 곳을 찾아 탕정면으로 피난을 오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살기 좋다는 이유로 일부가 이곳에 남아 터를 잡고 농사를 짓고 살았다고 한다.

1960년대에는 근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농업 경제가 침체되고 이농현상을 보이며 탕정면의 인구는 계속 감소해 갔다. 하지만 1970년대 정부가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온 신종 벼를 우리 토양에 맞게 개량되면서 벼농사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또한 기후가 좋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비닐하우스 농법이 도입되면서 포도재배를 하는 농가가 대폭 증가했고 이는 농가 전체의 소득을 혁신적으로 증대시키는 계기가 됐다.

여기까지가 불과 20여년 전의 탕정면의 모습이다. 이후 탕정면은 국내굴지의 대기업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기업도시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04년 7월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현 삼성디스플레이)이 들어서면서 그 모습이 확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이 가동되면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고 인구가 속속 유입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유럽형 건축양식으로 꾸며진 ‘블루크리스탈 빌리지’가 들어서면서 변화의 정점은 찍었다. 블루크리스탈 빌리지는 삼성디스플레이시티(산업단지) 조성 당시 고향에 남기로 뜻을 모은 주민 66명이 조합회사를 만들어 꾸민 이주자 단지로, 정식 명칭보다는 ‘지중해마을’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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