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업승인․착공도면과 다르게 시공됐다고 무조건 하자 아니다”

아파트 하자와 관련된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가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과 다르게 시공됐다고 하더라도 준공도면에 따라 시공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하자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와 눈길을 모으고 있다.

안산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2012다18762) 소송에서다. 특히, 이번 판결은 최근 하급심들이 아파트 하자와 관련해 하자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2002년 4월 안산시장으로부터 사용검사를 받았으며,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아파트의 공용부분과 전유부분에 부적당한 설계변경이나 오시공, 미시공, 변경시공, 부실시공 등에 따른 하자가 있음을 발견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하자보수를 요구했으나 하자의 보수가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자 2006년 11월 위 소를 제기했다.

또한 해당 소송에 대해 1․2심은 원고 일부 승소를 내렸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 사건 아파트와 같이 선분양․후시공의 방식으로 분양이 이뤄지는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분양계약이 체결될 당시 아직 착공 전이거나 시공 중이기 때문에 수분양자로서는 직접 분양 대상 아파트를 확인할 길이 없고, 오직 분양자가 주택 관련 법령의 규정에 따라 사업승인을 받으면서 제출한 도면(기본설계도면)과 착공신고를 하면서 제출한 도면(실시설계도면)에 따라 아파트를 건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점 ▲이러한 선분양․후시공의 분양 관행에 주택 관련 법령이 이러한 분양방식을 허용하면서도 그 절차 및 그에 따라 제출할 도서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하고 “분양자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승인도면과 착공도면의 내용대로 아파트를 건축할 의무가 부과돼 있다고 할 것이고, 그와 달리 시공된 부분은 그 변경시공된 부분이 사업승인도면과 착공도면에서 정한 것에 비해 성질이나 품질이 향상된 것이 아닌 한 당해 분양계약에서 보유하기로 한 품질이나 성상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고 볼 것이므로, 분양자는 그 부분에 관해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한다”며 “사업승인도면과 달리 하향품질로 변경시공하거나 미시공한 부분은 하자들에 대한 피고의 하자담보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와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제2부는 먼저 “아파트 분양계약에서의 분양자의 채무불이행책임이나 하자담보책임은 분양된 아파트가 당사자의 특약에 의해 보유해야 하거나 주택법상의 주택건설기준 등 거래상 통상 갖춰야 할 품질이나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인정되고, 하자 여부는 당사자 사이의 계약 내용, 해당 아파트가 설계도대로 건축됐는지 여부, 주택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업승인도면은 사업주체가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받기 위해 사업계획승인권자에게 제출하는 기본설계도서에 불과하고 대외적으로 공시되는 것이 아니어서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사업주체와 수분양자 사이에 사업승인도면을 기준으로 분양계약이 체결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실제 건축과정에서 공사의 개별적 특성이나 시공 현장의 여건을 감안해 공사 항목 간의 대체시공이나 가감시공 등 설계변경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 ▲이러한 설계변경의 경우 원칙적으로 사업주체는 주택 관련 법령에 따라 사업계획승인권자로부터 사업계획의 변경승인을 받아야 하고, 경미한 설계변경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업계획승인권자에 대한 통보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점 ▲이처럼 설계변경이 이뤄지면 변경된 내용이 모두 반영된 최종설계도서에 의해 사용검사를 받게 되는 점 ▲사용검사 이후의 하자보수는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실시하게 되는 점 ▲아파트 분양계약서에 통상적으로 목적물의 설계변경 등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고, 주택 관련 법령이 이러한 설계변경절차를 예정하고 있어 아파트 분양계약에서의 수분양자는 당해 아파트가 사업승인도면에서 변경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계변경이 이뤄진 최종설계도서에 따라 하자 없이 시공될 것을 신뢰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주체도 이를 계약의 전제로 삼아 분양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지적하고, “사업주체가 아파트 분양계약 당시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에 기재된 특정한 시공내역과 시공방법대로 시공할 것을 수분양자에게 제시 내지 설명하거나 분양안내서 등 분양광고나 견본주택 등을 통해 그러한 내용을 별도로 표시해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편입했다고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했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준공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아파트가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과 달리 시공됐다고 하더라도 준공도면에 따라 시공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하자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또한 대법원은 서울고법의 판단과 관련해 “이 사건 설계변경 부분은 사업주체가 주택 관련 법령에 따라 설계변경절차를 거친 준공도면대로 시공됐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플라스틱 창호 부분에 관해는 입주자모집공고나 분양계약 당시 이미 알루미늄 창호에서 플라스틱 창호로 설계변경이 됐고, 당시 제작된 분양안내서의 주요마감재 시설내역에 의하면 창호재질이 플라스틱으로 기재돼 있으며, 이에 따라 제작된 견본주택이 공개된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기록을 살펴봐도 사업주체가 분양계약 당시 이 사건 설계변경 부분과 달리 사업승인도면에 기재된 특정한 시공내용과 시공방법대로 시공할 것을 수분양자에게 광고하거나 분양안내서의 제공이나 견본주택의 제시를 통해 개별적으로 약속하는 등으로 사업승인도면에 기재된 내용이 분양계약의 내용에 편입됐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설계변경 부분에 관해 하자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설계변경 부분이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과 달리 변경시공되거나 미시공됐다’는 이유로 당해 분양계약에서 보유하기로 한 품질이나 성상을 갖추지 못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에 의한 하자담보책임에서의 하자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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