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대표 / (주)신한피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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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인터넷 포털의 백과사전에서 검색해보니 학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그 주요 논점은 다음과 같다고 풀어놓았다.

먼저 ‘국가라고 하는 공동생활의 틀 속에서 단순히 개개인의 풍습이나 도덕 등의 자율적인 규범만으로 유지되지 않는 질서를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법과 그 밖의 방법을 동원하여 유지시키는 작용’을 정치라고 보는 견해가 있고, ‘국가만으로 한정되는 인간활동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생활의 형태, 이를테면 회사·노동조합·교회·학교·가정 등 어디에서나 발생되는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의견의 차이를 조정해 나가는 통제의 작용도 모두 포함하는 것’을 정치라고 보는 견해도 있으며, 위의 두 가지 입장을 취하면서 특히 ‘사회적·경제적·이데올로기적 대립의 항쟁관계 속에서 상대방을 복종시키고 스스로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활동’을 정치의 본질로 보는 견해도 있었다.

물론 ‘국가는 특정계급의 이익을 보호하는 권력기관이며, 국가의 통치는 적대적인 여러 계급의 저항을 통제하고 스스로의 권익에 필요한 질서를 유지·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지배계급에 속하는 모든 대중은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하여 부단히 저항하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다양하고도 조직적인 노력을 경주한다. 이러한 지배와 저항을 본질로 하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규정하는 마르크스주의적인 견해도 있다.

알듯 말듯 하면서 왠지 복잡한 게 제대로 감이 오지 않는다. 다시 국어사전에서 정치를 검색해보니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되어 있다. 백과사전보다는 간단하지만 여전히 복잡하다.

어린이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아하~! 정치의 본래 뜻이 이것이로구나’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복잡하게 비비꼬아 어렵게 설명할 필요 없이 ‘갈등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정리하니 정치의 개념이 명확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현실정치를 돌아보니 도무지 정치를 찾을 수 없다. 갈등과 다툼이 해결되기는커녕 갈등이 다툼을 낳고 다툼이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오는, 갈등과 다툼의 끊임없는 확대재생산만이 현실에 있을 뿐이다.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는 ‘갈등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정치의 뜻을 정치를 업으로 삼는 정치인들이 모르고 있는 형국이다.

아니, 어쩌면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9단’들이 즐비한 대한민국 정치풍토에서 어찌 ‘갈등과 다툼의 해결’이라는 정치의 본뜻이 이처럼 철저하게 왜곡되고 무시될 수 있겠는가.

국정을 감사한다는 자리에서는 국정에 대한 감사는 없고, 여전히 사소한 잘못까지도 끈질기게 물고 뜯는 이전투구만 존재한다. 국정을 감사받는 이도, 국정을 감사하는 이도 ‘국정’은 나 몰라라 한 채 무조건적인 고함치기에 모르쇠로 받아칠 뿐이다. 이러니 국정감사 자리에서 ‘여․야의 갈등구조로 밀고나가야 한다’는 식의 쪽지만 난무할 밖에.

아니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이런 일이 해마다 벌어지는 것일 게다. 다만, 정치인들이 알고 있는 정치가 ‘갈등과 다툼의 해결’이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이데올로기적 대립의 항쟁관계 속에서 상대방을 복종시키고 스스로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활동’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일 것이다.

그래, 이 같은 정치인들의 정치관에 대해 십분 이해해보자. 어차피 정당의 목표가 ‘정권획득’이고, 그 정당의 구성원인 정치인들이 정권획득을 위해 ‘갈등과 다툼의 해결’이라는 정치의 근본적인 뜻을 ‘우리가 이길 때만 존재가치를 가지는 갈등과 다툼의 해결’이라고 애써 우기는 것도 이해해보자.

그런데, 이렇게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은 여전히 남는다. 대표적인 게 ‘국민의 뜻’과 ‘민생의 안정’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 어떤 정치인도 ‘국민의 뜻’과 ‘민생의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선거철에 쏟아놓은 그 많은 공약과 정치활동 과정에서 뱉어내는 수많은 말들의 한켠에도 ‘국민의 뜻’과 ‘민생의 안정’이 벌겋게 눈을 뜨고 있는데, 실제 정치에서 ‘국민의 뜻’과 ‘민생의 안정’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왜 매년 회기가 끝날 때까지 산적한 ‘민생법안’은 여야의 정치적 힘겨루기에 밀려 먼지 풀풀 뒤집어쓴 채 박대를 당하는 것일까?

박대를 당하는 민생법안 가운데 정비사업 관련 법안도 세 개나 있다. 이른바 ‘재건축 3법’ 또는 ‘부동산 3법’이라고 불리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폐지, 재건축시 보유 주택의 수만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경제침체의 돌파구를 ‘9.1대책’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대책을 통해 풀고자 하던 정부정책은 야당의 반대에 부딪쳐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약발’이 다해버렸으며, 관련 법안들 역시 국회에 계류된 채 정기국회 기간 내 처리가 무산되고 말았다.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는 재건축 주민들의 부담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폐지 요구가 빗발쳤었다. 분양가 상한제가 유지되면 조합원 이외의 일반에게 분양하는 아파트의 가격이 제한돼 분양수입금이 줄어들게 되고, 줄어든 수익만큼 조합원들의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는 또 어떤가. 간단하게 사업초기부터 입주할 때까지 해당 지역 평균보다 더 오른 집값을 초과이익으로 간주해 환수하는 것으로 사실상 조합원들의 이익을 강제로 빼앗아 가는 것이어서 도입 때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금년 내에 폐지가 되지 않으면 2년의 부과 유예기간이 끝나 당장 내년부터 부활하게 된다. 정부와 여당이 제도 폐지를 반대해온 야당의 주장을 반영해 전면 폐지 대신 5년간 부과를 유예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서면서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지만, 연내 국회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안타까운 것은, 언제나처럼 현재에도 ‘재건축3법’을 비롯한 대부분의 민생법안들이 여야 간의 힘겨루기 내지는 진영논리의 볼모신세로 전락해있다는 것이다. ‘민생안정’을 바라는 ‘국민의 뜻’이 ‘정권획득’을 원하는 정치인들의 ‘목적’에 의해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리거나 ‘타협’의 대상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이런저런 사유로 각급 정치인들을 제법 알고 있는 편이다. 이번에 쟁점이 되고 있는 ‘재건축3법’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정비사업과 관련한 규제 완화나 제도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현재 ‘재건축3법’을 반대하고 있는 야당 소속의 의원 가운데 친분이 있는 이 역시 정비사업을 둘러싼 제반 규제법률이 폐지 내지는 완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곤 한다. 규제 자체가 과하거나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에서이기도 하고, 또 국민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입법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뿐이다. 정치인 ‘개인’의 합리적인 견해와 정치적 신념 등은 소속 정당의 ‘당론’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공천권’이라는 무시무시한 권한을 쥐고 있는 정당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당랑거철(螳螂拒轍)의 만용에 불과해진다.

여당과 야당의 당론이 같을 수는 없다. 정치적 기반도,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도 다르다. 소속 국회의원들 역시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정당을 선택했고, 그 정당에서 의원으로서 정치활동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정당이 다르더라도, 정치적 기반과 방향이 다르더라도, 언제나 정확하게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나침반의 바늘처럼, ‘갈등과 다툼의 해결’이라는 정치의 기본적인 뜻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불통이 소통이 되고, 불신이 신뢰가 되고, 다툼이 화합으로 발전하기 때문이요, 민생의 안정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재건축3법’은 물론 여전히 산적해 있는 갖가지 정비사업 관련 규제들이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간절히 기대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가 제 뜻을 찾아 국민을 편안케 하고, 경제를 활성화시켜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게 되기를 더 우선적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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