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에서 ‘위기’라는 말이 나온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3년여 간 많은 정비사업장들이 사업진도를 나가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정비사업 전문기자들 사이에서 “요즘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구역이 흔치 않아 기삿거리가 없다”는 웃지 못 할 농담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정비사업 구역이 좌절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 속에서도 나름대로 사업을 진행한 구역도 있고, 기회를 엿보며 착실하게 준비한 사업장도 있다. 특히, 국내 최대 저층 주거지역으로 남아있는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는 현재, 그동안의 움츠림에서 벗어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고덕시영 : 일반 분양 준비하며 고덕지구 최선두로

고덕시영아파트 재건축사업 공사현장
고덕시영아파트 재건축사업 공사현장

고덕지구의 재건축 대상 단지는 총 7개 단지. 이중 현재 가장 선두에 달리고 있는 단지는 고덕시영아파트다.

고덕시영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서정원)은 지난해 11월 30일 관리처분계획 변경 등을 위한 정기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지난 1월 15일까지 조합원 분양계약을 진행했으며, 이주를 마치고 지난 12월 31일 착공에 돌입하는 등 고덕지구 재건축단지 중 선두에 섰다. 또한 송파구 문정동에 견복주택을 마련하고 현재 일반 분양 진행을 위한 채비에 한창이다.

특히,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고덕시영아파트는 5호선 고덕역 역세권으로 한강조망이 가능하고 까치공원, 동자공원, 고덕산 등 단지가 공원으로 둘러싸인 뛰어난 주거환경을 자랑하고 있어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명덕ㆍ묘곡초등학교가 단지 인근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명일ㆍ배재중학교, 한영외고 등도 가까워 교육환경이 양호한 편이고, 단지 인근 및 시외로 나가는 교통망이 우수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장점 등에 더해 고덕시영 조합측은 다양하고 넉넉한 입주민 편의시설 등을 바탕으로 오는 2월 중 분양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강동구 고덕동 670번지 일대 16만2113.20㎡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고덕시영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용적률 249.05%, 건폐율 19.94% 등을 적용해 지하 3층~지상 35층 규모 공동주택 3658세대 및 부대복리시설 등이 지어질 예정이다. 공동주택은 전용면적별로 ▲59㎡ 소형주택 211세대 포함 1074세대 ▲72㎡ 96세대 ▲84㎡ 2009세대 ▲97㎡ 372세대 ▲101㎡ 4세대 ▲109㎡ 64세대 ▲120㎡ 32세대 ▲141㎡ 4세대 ▲161㎡ 2세대 ▲192㎡ 1세대 등으로 구성됐으며, 이중 총 1114세대가 일반분양분이다.

 

∥고덕주공2단지 : 조합원 분양 접수 중

지난해 중순 사업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바꾸고, 공공관리제도를 적용한 시공자 선정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고덕주공2단지도 사업진행에 탄력을 붙이고 있다.

고덕주공2단지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변우택)은 지난해 12월12일 시공자인 에코사업단(대우건설ㆍ현대건설ㆍSK건설 컨소시엄)과 계약을 마치고, 현재는 조합원 분양 신청을 받고 있다. 분양 신청기간은 오는 3월1일까지이며, 조합측은 빠른 사업진행을 위해 1월1일과 설 연휴를 제외하고는 공휴일에도 분양신청을 접수받고 있다.

고덕주공2단지조합은 조합원 분양신청이 마무리 되는대로 그 결과에 따라 평형별 세대 조정을 준비하는 한편, 6월 중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관리처분총회 시 의결될 예정인 조합원들의 이주결의에 따라 이주를 진행하고, 이주기간 중 설계변경에 따른 행정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고덕지구 내 타단지에 비해 이주개시가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편, 고덕주공2단지는 시공자와의 계약 체결 과정에서 자문위원회 제도를 운영해 관심을 모았다. 조합원 중 건축분야 관련 조합원 20여명을 전문자문위원으로 위촉해 계약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변우택 조합장은 “자문위원회와 이사회, 대의원회 등 여러 단계를 거쳐 계약(안)을 검토해 조합이 주도적으로 계약을 이끌어나가면서 조합원들의 입장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며 “많은 조합원 여러분이 궁금해 했던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 모든 조합원 여러분이 1차 분양신청기간 중 분양을 신청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변 조합장은 “지난 10여 년간 조합원 여러분이 지켜봐왔던 바와 같이 조합은 조합원 여러분의 이익 극대화와 투명한 사업 진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조합과 조합원의 신뢰와 상호협조만이 빠른 사업진행 및 조합원 여러분의 이익 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만큼 각종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않기를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고덕주공3~7단지 : 사업 탄력 붙인다

고덕시영아파트 및 고덕주공2단지를 제외한 고덕지구 내 타 단지들도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고덕주공3단지는 지난해 12월 강동구청에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신청하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덕주공3단지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이윤근)은 사업시행계획변경이 인가 되는대로 조합원 분양을 다시 한 번 신청ㆍ접수받고, 6월 중 관리처분 등을 위한 총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시공자인 현대건설ㆍ대림산업과의 계약체결을 준비, 10월 중 이주개시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02년 시공자 선정 당시 도급제로 사업방식을 결정했다가 2010년 10월 2일 임시총회에서 사업 방식을 지분제로 변경했던 고덕주공3단지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사업정체 분위기를 또 한 번 사업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반전시켰다.

고덕주공3단지 조합측은 최초 사업방식 변경 후 시공자인 대림ㆍ현대 공동사업단과 약 11개월간의 협의를 거쳐 확정무상지분율을 제시 받았으나, 대림ㆍ현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지난 2011년 9월3일 정기총회에서 양사가 각각 제출한 지분제 사업제안서를 총회에 상정한 바 있다. 또한 당시 고덕주공3단지 조합원들은 현대건설의 사업제안서를 선택하며 현대건설 단일시공사로의 변경을 의결했다.

하지만 총회 이후 단일시공사로의 변경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조합측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4000여세대의 대단지를 단독 시공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입장을 비췄으며 “도급제 방식으로 대림산업과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면 최선을 다해 프리미엄 단지로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조합측은 현 상황을 직시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지난해 8월31일 정기총회에 사업방식 재변경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또한 중ㆍ소형 규모를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 사업시행계획(안)도 변경했다. 60㎡이하 규모를 519세대, 60㎡초과 85㎡이하 규모를 1253세대 늘리고, 85㎡ 초과분을 951세대 줄인 것이 골자다.

물론 이와 같은 변화의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추가분담금 등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지난해 8월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사업방식 재변경의 건은 통과됐지만, 사업시행계획 변경과 관련된 안건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이후 조합측은 11월 다시 한 번 총회를 개최해 사업시행변경 계획을 의결 받을 수 있었다.

변경된 사업시행계획(안)에 따르면 강동구 상일동 121번지 일대 17만4972㎡를 대상으로 재건축사업이 진행되는 고덕주공3단지는 용적률 249.98%, 건폐율 18.27% 등을 적용해 지하 3층~지상 34층 규모 공동주택 41개동 4066세대 및 부대복리시설 등이 지어질 예정이다. 공동주택은 전용면적별로 ▲59㎡ 소형주택 108세대 포함 1220세대 ▲84㎡ 2676세대 ▲114㎡ 170세대 등으로 구성된다.

고덕주공4단지도 신축 평형 비율 등을 조정해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덕주공4단지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최용식)은 지난 12월 21일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사업시행계획변경(안) 등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변경된 계획안은 59㎡ 및 84㎡ 규모를 각각 144세대와 159세대 늘리고, 85㎡이상 규모를 184세대 줄이는 것이 골자다.

지난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변경(안)을 의결함에 따라, 고덕주공4단지는 지하 3층~지상 25층 규모 공동주택 13개동 687세대(전용면적별로 59㎡ 소형주택 27세대 포함 총 258세대, 84㎡ 387세대, 108㎡ 42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고덕주공4단지조합측은 내달 내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신청하고, 인가를 득하는 데로 조합원 분양신청 절차에 돌입, 5~6월 중 분양신청을 받고 8월 중 관리처분 총회, 올해 말 이주 등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4월 건축교통통합심의를 통과한 바 있는 고덕주공5단지는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고덕주공5단지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이희창)은 지난 12월 14일 사업시행인가 등을 위한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사업시행계획서(안) 수립 및 사업시행인가 신청의 건’ 등 이날 총회에 상정된 대부분의 안건을 의결 받았다. 특히, 사업시행인가 신청과 관련된 안건은 총회 참석 조합원의 약 95%에 해당하는 641명의 조합원에게 동의를 얻어내 눈길을 끌었다.

또한 4개 감정평가업체가 경합을 벌인 ‘감정평가업자 선정의 건’에서는 가온감정평가법인과 하나감정평가법인이 다수 조합원의 지지를 얻어 고덕주공5단지 협력업체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이날 총회에서 통과된 사업시행계획(안)에 따르면, 강동구 상일동 131번지 일대 8만3387㎡를 대상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는 고덕주공5단지는 용적률 249.97%, 건폐율 19.50% 등을 적용해 최고 30층 규모 공동주택 1572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이 신축될 예정이다. 공동주택은 전용면적별로 ▲60㎡ 미만 소형주택 94세대 포함 334세대 ▲60㎡ 이상 85㎡ 이하 924세대 ▲85㎡ 초과 314세대 등으로 구성된다. 이는 정비구역 지정 당시에 비해 전용면적 85% 이하 규모를 대폭 늘리고 대형 규모를 줄인 것으로, 중ㆍ소형 규모를 선호하는 최근 추세에 부합하기 위한 변화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고덕주공5단지는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모든 절차를 마치게 됐다.

다만, 아쉬움으로 남는 점은 이날 총회에 상정된 주요 안건 중 하나였던 ‘공사발주방식 사업방식 변경의 건’이 부결됐다는 점이다. 고덕주공5단지는 지난 2010년 7월 지분제 방식으로 시공자 선정에 나서 무상지분율 161%를 제시한 현대산업개발을 협력업체로 맞이한 바 있다. 해당 안건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사업지연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분제인 사업방식을 도급제로 변경하기 위한 안건이었지만, 참석 조합원 679명(서면결의자 포함) 중 512명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그쳐 의결 정족수(636명) 미달로 부결됐다.

이에 고덕주공5단지조합측은 오는 4월 경 총회를 개최, 다시 한 번 사업방식 변경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평균 무상지분율 174%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두산건설을 시공자로 맞이하며 고덕지구 내 무상지분율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고덕주공6단지는 현재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단지 인근 학교의 일조건 등으로 인해 사업시행인가 당시 3층으로 묶였던 한 개동을 12층으로 변경하는 것 등이 골자다.

사업시행인가 당시 사업계획에 따르면, 강동구 상일동 124번지 일대 7만6230.90㎡를 대상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는 고덕주공6단지는 용적률 247.28%, 건폐율 18.18% 등을 적용해 지하 3층~지상 3~30층 규모 공동주택 19개동 1649세대가 지어질 예정으로, 공동주택은 전용면적별로 ▲59㎡ 소형주택 85세대 포함 418세대 ▲84㎡ 918세대 ▲116㎡ 298세대 ▲142㎡ 13세대 ▲168㎡ 2세대 등으로 계획됐다. 사업시행인가 당시에도 전용면적 84㎡ 이하 중소형이 전체 세대수의 약 81%를 차지해 고덕지구 내 타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ㆍ소형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고덕주공6단지 역시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중ㆍ소형 규모를 늘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많은 건설사들이 중ㆍ대형 규모로 인한 미분양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고덕주공6단지는 현재까지 ‘도급제로의 전환’은 계획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덕주공6단지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정기춘 조합장은 “사업시행변경과 관련해 소형 평형을 늘리는 것은 아직까지 논의 중”이라고 밝히며 “도급제 방식으로의 변화는 향후 분양 등과 관련해 조합원들의 피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시공자 계약과 관련해서는 “선정 당시 작성한 계약서대로 추진하되, 조합원들의 뜻을 따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덕주공7단지도 건축심의 및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고덕주공7단지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조기태)은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위한 사업계획(안)을 마련, 이달 중 건축심의를 신청하고 4월 경 열릴 예정인 정기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의결을 받을 계획이다.

조합측이 준비한 변경된 사업계획은 현재 계획돼 있는 탑상형 구조를 판상형 구조로 변경하는 한편, 내부기둥의 위치를 발코니 쪽으로 변경해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내부 면적을 보다 넓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동간 간격을 늘렸으며 대형규모를 줄이거나 없애고, 중ㆍ소형 규모를 늘렸다.

사업계획이 조합측 준비(안) 대로 확정되면 고덕주공7단지는 전용면적별로 ▲59㎡ 소형주택 97세대 포함 469세대 ▲84㎡ 1370세대 ▲114㎡ 59세대 등 총 1898세대 단지로 탈바꿈 된다. 이전 사업계획에 비교해 290세대 늘어난 규모다.

고덕주공7단지 조기태 조합장은 “그동안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하루 빨리 조합원들과 함께 달라진 주거환경을 누리고 싶다”며 “4월 중 사업시행변경인가 등을 위한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뜻을 모은 후 5~6월 중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접수하고,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내년 초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조합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 만큼 많은 조합원 여러분이 조합을 믿고 힘을 실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개포지구와 함께 서울의 최대 관심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고덕지구의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던 재건축시장도 다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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