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매화 명소 Best 4

북한산생태공원 홍매화의 꽃봉오리.
북한산생태공원 홍매화의 꽃봉오리.

사군자 중 하나로 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꽃, 매화는 벚꽃보다 일찍 개화하고 절정도 더 빠르다. 이로 인해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통 개화 시기는 남부지방의 경우 1~3월, 중부지방은 3~4월 즈음인데, 올해 서울에는 3월 중순부터 매화가 개화하기 시작했다. 봄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요즘. 매화를 구경하러 나들이를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 빌딩 숲 사이 홍매화의 향기, 봉은사

봉은사 영각과 홍매화 나무.
봉은사 영각과 홍매화 나무.

서울의 매화 명소로 인기 있는 곳은 봉은사다. 봉은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도심에 있는 고찰로, 신라시대 때 창건돼 조선시대에는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이 됐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또한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서 찾기 힘든 도심 녹지공간으로서 시민들에게 산책코스로 사랑받는 사찰이다.

한편, 봉은사는 3월이면 홍매화가 개화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진여문과 보우당 등 사찰 곳곳에서 홍매화를 만날 수 있는데, 꽃잎이 짙은 홍매화와 매화 가지들이 도심 속 사찰 건물들과 어울려져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봉은사 영각 부근에서 만나는 매화나무가 인기가 많아 홍매화철이면 주변에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각 근처에는 가장 오래된 전각인 판전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정면 처마에 걸려 있는 현판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만날 수 있다. 봉은사는 추사 김정희가 생전 자주 찾던 사찰이었으며, 대웅전과 판전의 현판이 그의 작품으고 특히 판전 현판은 김정희의 생전 마지막 작품이다.

 

◇ 매화와 고궁의 운치, 창덕궁 낙선재

창덕궁 낙선재를 배경으로 핀 청매화.
창덕궁 낙선재를 배경으로 핀 청매화.

대중교통으로 쉽게 떠날 수 있고 궁궐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매화 명소로 창덕궁이 있다. 창덕궁은 서울의 다섯 개 궁궐 중에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자연의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조화롭게 배치해 우리만의 건축미를 살렸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창덕궁에서 매화가 유명한 곳이 바로 낙선재다. 낙선재 앞뜰에서는 백매화와 청매화를 모두 볼 수 있다. 둘 다 모두 꽃잎은 흰색이지만, 백매화의 꽃받침은 붉은색이고 청매화의 꽃받침은 초록색이다. 낙선재 바로 위쪽인 성정각 자시문 앞에서는 붉은 꽃잎을 자랑하는 홍매화를 볼 수 있다.

한편, 낙선재는 조선 왕실과 그 인연이 깊다. 헌종은 낙선재를 건립해 규장각을 건립한 정조의 뜻을 이어받고자 했고, 실제로 낙선재 영역인 승화루에 많은 서책을 보관했다.

또한 낙선재는 헌종 이후에도 조선 왕실과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이후 순종이 주로 거주했으며, 순정효황후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낙선재 동쪽에 위치한 석복헌에서 생활했다.

이외에도 영친왕 이은이 낙선재에서 생을 마감했으며, 조선의 마지막 황실 가족인 덕혜옹주도 귀국 후 이곳에 머물다가 삶을 마감했다. 지병으로 고생하던 어느 날 덕혜옹주가 낙선재에서 다음과 같은 낙서를 남겼다고 한다.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매화가 예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매화가 추운 봄에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모습이 지조와 절조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낙선재에 얽힌 스토리를 알고 나면 매화의 모습과 그 향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질 터다.

 

◇ 하동군에서 온 매화 군락지 ‘청계천 하동 매화 거리’

하동매화거리.
하동매화거리.

매화향과 함께 산책할수 있는 곳을 추천하자면 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에 있는 ‘청계천 하동 매화 거리’를 꼽을 수 있다. 2006년 하동군이 기증한 매실나무를 심어 매화 군락지를 만든 곳이다.

제2마장교 아래 둔치 길로 내려가면 매화길이 시작된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햇살이 비치는 꽃잎을 볼 수 있다. 뒤늦게 매화 거리를 찾아간 탓에 설령 매화가 이미 다 떨어졌더라도 괜찮다. 매화 옆으로는 담양에서 기증한 대나무숲이 이어진다. 대나무의 푸른 잎이 바람에 부딪히며 흔들릴 때마다 내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느껴진다.

 

◇ 숨은 봄꽃 나들이 명소, 북한산생태공원

북한산생태공원.
북한산생태공원.

북한산생태공원은 불광동에서 구기터널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공원이다. 봄이면 매화뿐만 아니라 벚꽃도 볼 수 있어 숨은 봄나들이 명소 중 하나다. 또한, 공원이 북한산 둘레길로 가는 길목에 있어 공원을 둘러본 뒤 북한산 둘레길을 함께 걷기 좋다.

특히, 북한산생태공원에는 홍매화가 많다. 공원을 걸으며 숨겨져 있는 매화꽃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북한산생태공원만 돌아보기 아쉽다면, 근처에는 불광천을 추천한다. 불광천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일대의 쓰레기장으로 활용돼 지역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했지만, 2000년대 들어 하천을 재정비하고 자연 하천 형태로 복원됐다. 개울 따라 자전거도로와 산책길을 조성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봄에는 벚꽃, 개나리 등이 천변을 따라 개화하며 4월에는 불광천에서 벚꽃 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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