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전월세 대란이 계속되면서 집 없는 서민들의 설움이 갈수록 짙어지는 요즘, 정부가 서민부담 완화 취지로 도입을 장려한 ‘반값’ 부동산 중개수수료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서울시가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지난 4월 14일부터 시행을 시작하는 등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8곳이 이미 도입을 했거나 추후 도입이 확정된 상태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나머지 지역들도 조만간 ‘반값’ 부동산 중개수수료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책당국의 홍보내용 그대로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반값’이 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가격대의 부동산 중개수수료율의 상한선이 낮아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반값 부동산 중개수수료 정책은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중개수수료제도 개선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정책의 골자는 집을 사고팔거나 임대·임차할 때 공인중개사에게 지급하는 중개수수료 요율을 조정하는 것. 이에 따라 중개수수료율 책정에 있어 매매는 6억∼9억 원, 임대차는 3억∼6억 구간을 신설하고 각각 거래가격의 0.5% 이하와 0.4% 이하에서 중개인과 협의토록 ‘권고’했다. 기존에는 매매의 경우 6억 원 이상일 때 0.9% 이하에서, 임대차는 3억 원 이상일 때 0.8% 이하에서 협의토록 하고 있었다. 수수료율이 각각 0.9%에서 0.5%로, 0.8%에서 0.4%로 ‘절반’ 수준이 되는 셈이어서 ‘반값’ 중개수수료란 별칭이 붙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주택 중개에 대한 보수는 국토부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게 되어 있는데, 국토교통부의 정책 발표 후에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 개정을 통해 시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들의 반발도 극심했다. 당장 수입이 줄어들게 되었으니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발이었다. 이에 따라 공인중개사 단체가 상한선 내에서 소비자와 ‘협의’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낮아진 중개수수료율 상한선을 ‘고정요율’로 확정하도록 압력을 넣기도 했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전월세의 지속적인 상승에 지친 소비자들의 눈치보기 끝에 국토교통부의 ‘권고’를 그대로 따르면서 일단락됐다.

사실 한 곳에 터 잡고 살 수 있는 주택소유자가 아닌 전․월세입자라면 누구나 2~3년 주기로 한 번씩은 이사를 다녀본 경험이 있을 터이다. 가격이나 직장과의 거리, 교육 여건 등 여러 조건을 충족시키는 지역을 찾는 것도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지만, 이사비용에 더해지는 ‘복비’도 만만치 않다. 중개수수료 문제로 공인중개사와 얼굴 붉힌 경우도 적지 않아 이래저래 이사 스트레스로 골머리를 앓게 되는데, 이번에 부동산 중개수수료율이 낮아진 것은 조금이라도 이사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중개수수료율이 낮아진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중개수수료는 여전히 공인중개사와의 ‘협의’에 의해 결정된다. 또, 낮아진 수수료율도 일정 구간에 그치기 때문에 ‘복비 절약방법’ 몇 가지쯤은 ‘생활의 지혜’로 알아둘만 하다. 기본적인 중개수수료 절약방법을 알아보자.

일단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 사실 팔든 사든 소비자가 ‘갑’이건만, 부동산거래에 있어서는 공인중개사가 ‘갑’의 위치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소비자는 이런 저런 ‘사정’에 의해 집을 내놓거나 구하게 되니 자연 마음이 급해져 공인중개사에게 끌려 다니게 되기 쉽다. 집을 구해야 하는 사정이 더 급하게 마련인 세입자의 경우는 더 그렇다. 공인중개사가 추천하는 매물 몇 군데만 뒤쫓아 다니다보면 심신이 지치게 되고, “다른 곳에 가도 마찬가지”라며 노골적으로 권하는 물건에 “맞아, 그게 그거겠지”라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선택하곤 한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매물 선택에서부터 휘둘리게 되면 막상 공인중개사와 ‘협의’가 필요한 중개수수료 또한 깎지 못하기 십상이다.

또, 사전에 중개수수료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중개수수료를 둘러싼 분쟁의 대부분은 수수료에 대한 별다른 이야기 없이 매물을 결정한 후 계약 단계에서 발생하곤 한다. 공인중개사는 중개수수료율에 따른 상한치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고, 소비자는 당연히 깎을 것을 염두에 두었을 터이니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이럴 경우 설령 수수료를 깎게 되더라도 이미 얼굴을 붉혔으니 뒷맛이 개운할리 없다. 소비자가 중개수수료율에 대해 명확한 지식을 갖고 처음부터 ‘협의’를 한 후 매물을 보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없앨 수 있다.

아울러 카드결제나 부가세가 포함된 금액인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 사실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의 소비자들은 중개수수료를 카드로 결제하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곤 한다. 그리고 중개업소 대부분도 카드결제체제를 갖추지 않고 있거나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알려주지 않고는 한다. 카드결제가 안 되는 경우라면 소비자로서는 그만큼 깎을 수 있는 빌미가 생기는 셈이니 물어봐서 손해볼 일은 없다.

한편,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어플을 통한 ‘직거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직거래의 경우 아예 중개수수료가 필요 없고, 스마트폰 어플을 통한 거래도 오프라인에 비해 수수료를 낮출 수 있어 인기이다. 하지만 허위 매물과 거래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고가의 주택매매보다는 전․월세 수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점차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기반의 부동산중개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팁 한 가지를 더하자면, 매매 가격을 단 1만원만 깎더라도 중개수수료를 크게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가령 9억원에 나온 주택을 1만원만 깎더라도 협의할 수 있는 중개수수료율이 0.9%에서 0.5%로 낮아진다. 즉, 9억원에 살 때는 ‘9억원×0.9%=810만원’이지만, 1만원만 싸게 사더라도 450만원 정도의 수수료만 내면 되니 그야말로 ‘반값’이 되는 셈이다.

어쨌든 중개수수료는 미리 결정되어 있는 금액이 아니라 ‘상한요율’이다. 즉, 중개수수료율에 의해 계산된 금액은 정해진 고정금액이 아니라 협의 가능한 금액의 최고치라는 것이다. 이 금액 이하에서 공인중개사와 협의에 따라 얼마든지 절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물론 공인중개사도 고객이 원하는 조건을 체크하고 이에 맞는 매물을 찾아 매물 주인과 집의 상태에 따른 수리비용 등을 적절하게 협의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에 대한 수고비인 만큼 무턱대고 깎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정확한 중개수수료 계산에 의해 의견을 제시하고 불필요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5년 6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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