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집값안정 위해 지속적으로 정비사업 활성화해야”

한국부동산원 김학주 도시정비처장
한국부동산원 김학주 도시정비처장

1969년에 감정평가 전문기관으로 설립된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은 부동산 가격공시‧통계 및 부동산 시장 질서유지, 주택청약업무, 실거래신고가격 검증업무,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운영 등을 비롯해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포함한 도시‧건축 관련 정부 정책지원 및 부동산 산업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산하 공공기관 중 정비사업과 가장 밀접한 곳이 바로 한국부동산원이다.

한국부동산원은 2000년부터 약 10여 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일반 정비회사들처럼 실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LH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무를 일찍 철수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부동산원은 정비사업관련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했고, 다른 공공기관과는 달리 ‘전문성과’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많은 현장에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은 이후 법률 및 제도의 변화에 따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에서 손을 떼고 정비사업 ‘지원기구’로 변신한다. 전문가 집단 특유의 전문성에 그동안 직접 수행했던 재개발‧재건축에서 쌓은 노하우를 더해 현장중심의 관리처분계획 컨설팅과 도시정비법 제‧개정 지원업무,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토와 공사비내역검토 등 각종 검증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도시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 지원기구로서 정부정책과 재개발‧재건축사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부동산원 도시정비처 김학주 처장을 만나봤다.

 

- 정비사업과 관련한 한국부동산원의 역할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먼저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 지원기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정비사업 지원기구의 역할로는 도시정비법 제114조에 따라 ▲정비사업 상담지원업무(한국도시정비협회와 공동으로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정비사업전문관리 제도의 지원 ▲전문조합관리인의 교육 및 운영지원 ▲소규모 영세사업장 등의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지원 ▲정비사업을 통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업무 지원 ▲법 제20조의2에 따른 공사비 검증 업무 ▲공공재개발사업 및 공공재건축사업의 지원 ▲그 밖에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업무 등이 있다.

또,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정비지원기구로서는 ▲빈집정비사업 및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정책 지원 ▲빈집정비사업 및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상담 및 교육 지원 ▲빈집정비사업 및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지원과 (소규모주택정비)관리계획의 수립 지원 및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관리 지원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업무와 공사비 검증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및 결정부과액 사전검증 지원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업무 외에도 국토교통부나 지자체가 실시하는 조합운영실태점검 지원, 지자체 또는 조합 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 수행하는 추정분담금 검증 등의 업무도 하고 있는데, 추정분담금 검증 업무는 조합 등의 필요성을 고려해 점차 지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사실 한마디로 말하면 ‘정부정책지원 및 조합 등 민간시행 정비사업 활성화 지원’을 위한 제반 업무라고 말할 수 있다.


- 정비사업과 관련한 활동 진행 시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부동산원이 정비사업에서 수행하는 중요한 활동은 조합이나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 등의 업무를 정부차원에서 지원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정부정책에 있어서는 조합, 조합원, 정비회사 등 다양한 참여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고, 또한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한 사항들이 개선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상황과 의견을 최대한 국토부 등에 보고함으로써 정비사업이 투명하고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정비사업 지원업무의 특징은 조합운영지원이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무를 현장에서 직접 수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무적인 경험과 이해가 정비사업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근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 항상 업계의 소리를 경청하도록 강조를 하고 있다.

조합이나 조합원들 입장에서 볼 때, 정비사업은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고, 그 효율성은 곧 투명성이라는 단어와 동일하다. 과거에는 사업의 효율성을 위해 투명성을 버리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의 정비사업은 두 단어가 동일한 가치를 지닐 뿐만 아니라 사업 성공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 보고 있다.

 

- 활동을 진행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이나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거의 30여 년간 도시정비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나 에피소드도 너무 많다. 과거 정비사업전문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할 때 담당했던 사업장 대부분이 조합원수가 2000명이 넘는 대규모 사업장이었고, 그만큼 내부 분쟁으로 매일 매일이 전쟁터 같이 힘들었던 구역들이 많았다. 그래도 이 일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노력하면 할수록 성과가 나온다는 점이 좋았고, 이 일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보람 있었기 때문이다.

몇 가지를 들자면, 2013년 서울 어느 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당 약 1억5000만원 정도의 추가부담이 포함된 관리처분 변경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어느 현장의 조합원들이건 추가부담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거기다 발생한 추가부담금도 제법 많은 편이었다. 정말 힘들었지만 2달이 넘게 2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에게 추가부담금이 발생한 모든 상황과 조합의 추진방향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설득하는 정공법을 통해 결국 관리처분 총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현장은 이후 이렇다할 부침 없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 한층 보람을 느끼게 했다.

2004년경 역시 어느 대규모 사업장의 관리처분 총회를 준비하면서 매일 밤늦게까지 작업을 했고, 조합장이 전체 조합원의 약 30% 이상과 직접 상담하도록 해서 결국 총회 전 서면결의 98% 징구라는 기록을 세웠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이외에도 생각나는 일들은 많은데, 의지를 갖고 열심히 고민하고,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결론을 가지고 추진하면 그 만큼의 성과가 나왔다는 게 소중한 경험들이라 생각한다. 정비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수많은 난관을 만나게 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피하거나 편법을 쓰기보다는 모든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오픈하고 차근차근 설득하는 것이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신뢰를 높여 결국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다는 것이 경험에서 체득한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 활동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법․제도의 개선점이나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제도개선이 필요한 점이나 불합리한 사항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많이 생각을 하는데, 이 자리에서 꼬집어 말하긴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제도개선 사항에 대해서는 그때마다 필요한 건의를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조합이나 정비회사 등의 의견을 수시로 듣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은 곤란하지만, 정비사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점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다. 흔히 집값이 상승하면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집값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오해를 받고는 한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통해 신축되는 아파트의 가격은 인근 또는 유사지역의 신축아파트 가격을 따라가게 돼 있다. 결국 신축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구축 아파트간의 가격차이가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인데, 실제로는 재개발․재건축사업으로 인해 가격이 높은 신축아파트들이 많이 생기게 되는 것일 뿐이다. 이를 두고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집값을 올리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품질 좋은 신축아파트들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규제로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위축되면, 이미 지어진 신축아파트들의 희소성이 더 높아지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집값안정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집값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 더 말하자면, 급격하게 변화된 기술발전에 대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 간의 소통은 만나서 하는 시대에서 SNS 등 비접촉 방법이 더 많아지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직접 참석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총회의 방법을 비대면 방식으로 더욱 확대하는 방안, 동의서 징구에 있어서 종이서류가 아닌 전자적 방식으로의 전환 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 정비사업지원기구로서 한국부동산원 도시정비처의 계획이 있다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더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의 정비회사 관리제도는 회사를 등록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식인데, 정비사업전문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 한명 한명에 대해 경력과 수행이력 등도 체계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오랜 기간 수행 했어도 자신의 경력을 증명 받을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은 전문가들을 정비업계에서 이탈시키는 문제를 발생시키고, 결국 전체적인 전문성 하락, 정비사업의 효율성 하락을 불러오게 된다.

사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도시정비협회와 오래 전부터 개선하고자 고민을 해왔다. 한국부동산원의 역할 중 하나가 ‘정비사업전문관리제도의 지원’ 업무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이와 함께 필요한 제도개선 방안 역시 지속적으로 건의를 하고 있다.

 

- 각 구역의 추진위원장․조합장, 토지등소유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추진위원회나 조합에서 발생하는 분쟁예방에 대해 말하고 싶다. 집행부에서 일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업지식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게 돼있다. 그래서, 조합원 눈높이와는 당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조합원들과 조합집행부가 멀어지게 되는데, 그 거리가 멀수록 민원이 많아지고 분쟁도 잦아지게 되는 현상을 수없이 많이 봐왔다.

예를 들어, 조합원들이 당연히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 지난번 소식지에서 알린 내용이 있으니 이번에는 추가로 알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 등등 사소한 것들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원인이 된다. 집행부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그리 큰 일이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일반 조합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소식이 없을수록 자꾸 의심하게 되고, 누군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점점 더 조합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성공적으로 사업을 잘 이끄는 조합들은 조합원과의 소통을 잘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소한, 조합원들이 돈 아까우니까 더 이상 보내지 말라는 민원이 발생할 정도까지 계속 조합의 소식을 알려주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정비사업전문관리업무를 수행할 때, 특히 대규모 분쟁사업장에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인데, 가장 효과가 있었다.

※ 김학주 처장은?

 건국대학에서 부동산학을 전공한 김학주 처장은 졸업 후 SK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맡은 업무가 재개발사업의 수주 및 관리업무였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한국부동산원으로 이직을 하게 됐고, 본격적으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부천중동주공, 광명하안2, 고덕시영 등 대규모 사업장들이 김학주 처장이 담당했던 곳들이다.

또한 공기업선진화 정책에 따라 정비사업전문관리업무를 민간에 이양하게 된 후에는 공공지원민간임대(옛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 검증업무, 공사비 검증, 소규모주택정비, 빈집정비 등의 업무를 기획하고 운영해 오고 있다.

이외에도 김학주 처장은 국토교통부나 지자체 등의 각종 자문위원이나 TF위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정비사업아카데미 등 각종 강좌에 전문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적성에도 맞을 뿐만 아니라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업무라 만족하고 있다”는 김학주 처장은 정비사업 지원기구의 담당 부서장으로서 현장과 정책기관의 중간에서 합리적 방안을 만들기 위해 귀를 연 채 뛰어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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