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이 점차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내 집 마련의 틈새상품으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역주택조합은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조합을 설립하고 재원을 조달, 땅을 사들인 후 직접 시공업체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일반분양으로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보다 대략 20% 정도 저렴한데다가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는 것이 강점이다.

대표적인 내 집 마련 수단인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현저하게 저렴한 분양가격의 비밀은 토지매입비 및 조합원 이주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이미 토지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데다가 거주하고 있는 조합원 및 세입자 등에 대한 이주비용이 막대하게 발생한다. 당연히 사업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고, 여기에 비례하여 분양가격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반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가가 낮은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또 조합원 이주에 따른 금융비용도 거의 없다. 건설회사 입장에서도 이주비용 등으로 금융권에 대출보증을 서지 않아도 되고, 통상 조합원이 분양세대수의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미분양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건설회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데에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가격이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높다는 것도 한 이유이지만, 정부가 주택법 등의 개정을 통해 규제를 완화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은 동일 시․군 거주자에 한정됐었으나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인접 광역생활권 단위로 확대한 데 이어 전체 %로 완화했다. 또, 기존에 무주택자이거나 60㎡ 이하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만 가능하던 조합원 자격도 85㎡ 이하 1주택자로 자격을 완화한 것도 조합원 모집이 용이해진 계기가 됐다. 게다가 재개발이나 재건축과 달리 추진위원회 승인, 안전진단,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사업기간 장기화를 유발하는 주요단계가 생략돼 사업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 되면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안요소가 많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일단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20인 이상으로서 사업부지 50% 이상의 사용권한을 취득하면 설립이 가능하다.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조합설립요건이 크게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최소 규정일 뿐 이 상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역주택조합 역시 몇 백 세대 이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따라서 최초에는 최소 규정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지만 사업부지 확대 과정을 거치면서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최근에는 적정 규모 이상으로 사업부지를 정하고 조합원 모집을 하는 것이 더 많아졌다.

문제는 역시 ‘땅’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을 통해 처음부터 사업부지가 확정되어 있는 반면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들이 땅을 매입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돈을 갹출해 땅을 매입한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이야기일 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 ‘선수’, 즉 시행사가 관여할 수밖에 없다. 원칙대로라면 주택을 건설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이 자신들에게 부족한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해 시행사에게 업무용역을 줘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행사가 ‘땅 작업’을 하면서 조합원을 모집하는 게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시행사가 대부분 영세하고, 이들에 의해 구성된 조합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실제로 지역주택조합 관련 비리의 대부분은 시행사와 비도덕적인 조합의 ‘사기분양’에서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건설회사나 신탁회사와 공동사업을 펼치는 것처럼 홍보하기도 하지만, 건설회사나 신탁회사는 사업의 일정부분만 책임을 질 뿐 사업의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조합(사실상 시행사)이기 때문에 ‘저렴한 분양가’라는 애드벌룬에 취했다가는 자칫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런 불안요소가 있기 때문에 각 자치단체에서도 지역주택조합 관련 주의사항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는 게 요즘 추세이다.

어쨌든 이런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지역주택조합의 인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실제로 주의 깊게 살펴서 선택할 경우 실수요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다만, 재건축․재개발도 마찬가지지만,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일반 소비자가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여러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토지 매입이 완료됐는지 꼭 체크해야 한다. 80% 이상 확보하고 건립 계획세대수의 50% 이상의 조합원이 있어야만 조합설립이 가능하며, 실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95% 이상의 사업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사업부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10년 이상은 기본이고 아예 사업이 좌초돼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안전하게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려면 최소한 80% 이상의 토지를 확보한 것을 확인하고, 건설회사나 신탁회사, 시공보증, 조합규약 등 제반 사항을 모두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다.

결론적으로 지역주택조합은 잘하면 서민들이 싼 가격에 아파트를 장만하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사업좌초 가능성의 존재, 사업지연에 따른 추가부담금 발생 등의 단점도 존재한다. 결국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하려면 사전에 ‘예습’을 철저히 하고, 조합원으로 가입했으면 ‘시행사와 조합이 다 알아서 하겠지’라고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인노릇을 해야 한다. 이래저래 내 집 마련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준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진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5년 9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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