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지난 연말, 주택시장, 그 중에서도 특히 재건축시장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받던 ‘부동산 3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부동산3법’이란 ‘주택법’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그리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말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부동산3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었고, 실제로 재건축․재개발 관련 단체가 중심이 된 토론회와 국회 항의방문 등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들이 ‘부동산3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로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데다 사실상 규제법인 ‘부동산3법’의 영향으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 움직임이 빨라지고,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불리던 ‘9.1대책’을 내놓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의 기대감은 사뭇 높았다. 하지만 추가적인 법률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9.1대책’이 ‘약발’을 발휘하지 못한 채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면서 이런 기대감은 곧장 허탈과 불안함으로 이어졌다. ‘부동산3법’의 조속한 개정은 산소호흡기에 연명하던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호흡기를 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던 셈이다.

개정된 ‘부동산3법’의 주요 내용은 세 가지이다. ‘주택법’의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의 초과이익 환수 유예, 그리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재건축 조합원 주택공급 규제 완화가 주요 골자이다.

먼저 분양가 상한제는 이번 법률 개정을 통해 공공택지에만 적용하고 민간택지는 적용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재건축 단지 등에서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가능해져 수익성 확보에 상당한 도움이 되게 된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의 폐지를 요구했지만, 여야 합의 과정에서 ‘탄력 적용’으로 절충됐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자유로운 시장경쟁 체제를 왜곡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특히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사실상 제도를 유지하는 효과가 소멸되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단순한 주택공급 일변도에서 벗어나 ‘살기 좋은 주택공급 시대’로 접어든 지금, 양질의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로 여겨져 왔다. 가격이 제한되어 있으니 좋은 품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법 개정을 통해 민간택지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음에 따라 획일적인 가격산정 체계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최신자재 사용 등으로 주택 수요자의 다양한 기호에 맞는 양질의 주택 건설을 활성화하고 주거기술 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경우에도 조합원들의 부담이 완화돼 사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재개발·재건축 관련 한 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조합원 부담금이 10% 내외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고, 입주 후 내부 마감재 등을 재시공하는 비용의 절감과 분양가 심사 등에 따른 사회 경제적 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의 효과는 서울 강남권 등 극히 일부 지역에 국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강남권은 분양가격이 올라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강북이나 수도권 등은 분양가 상한제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분양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면 폐지 내지 최소 5년 이상 부과 유예가 예상되던 초과이익 환수제도 야당과의 합의과정에서 3년으로 줄어든 채 통과됐다. 재건축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보다 훨씬 실질적이다. 부과가 유예될 경우 조합원들의 부담이 가구당 수천만원 가량 줄어들게 돼 침체상태에 빠져있던 재건축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도입 당시부터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그동안 폐지 요구가 끊이지 않았었다. 더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과거와 달리 재건축을 통한 과도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더 이상 필요 없는 규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었었다.

특히 조합원들이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얻는 정상적인 이익도 최고 50%까지 환수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었다. 재개발 등 다른 정비사업은 제외하고 재건축만 부과하면서 발생한 형평성 문제도 내내 논란거리가 됐다. 특히 초과이익 환수제는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못한 재건축구역은 올해부터 환수대상이 되기 ‘부동산3법’ 가운데 가장 시급한 통과가 필요했었다.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보유주택의 수만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 개정돼 앞으로는 조합원 1인당 3채까지 공급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과도한 투기방지 차원에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내 재건축 단지의 경우 소유 주택수와 관계없이 1주택만 공급하도록 했지만, 이 조항 역시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확산되면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만 남았을 뿐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했었다. 따라서 조합원이 원하는 경우 주택의 우선공급 기회를 확대해 정비사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조합원의 재산권 제한 문제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높았었다.

조합원에게 3주택까지 공급허용이 가능해지면 다주택 조합원이 우선 공급받는 만큼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감소하게 돼 사업성 개선효과가 기대된다. 또 조합원이 소유 주택 수만큼 주택을 공급받고 이를 전월세 주택으로 공급하면 민간 임대주택이 증가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부동산3법’ 개정이 주택시장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는 이견이 분분하다. ‘9.1대책’ 발표 직후 등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시각도 있고, 이 정도 대책만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너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시각을 반영이라도 하듯 요 근래 주택시장 관련 기사는 두 가지이다. ‘부동산3법 훈풍’ 어쩌고 하는 기사에는 특정 지역 아파트 분양 상담 및 계약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반면, ‘효과 없는 부동산3법’ 어쩌고 하는 기사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어쨌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전체적인 경제상황이 나아지기를 간절하게 기대하는 것이 2015년 신년을 맞이한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싶다.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5년 2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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