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부동산시장에 ‘기획상품’이 등장, 팔고 사는 거래알선에 그쳤던 부동산중개업소의 영역이 크게 넓어지고 있다.

이 같은 기획상품은 일부 부동산업소에서 일정지역의 넓은 땅을 사들인 후 개발계획을 만들고 진입도로를 신설하는 등 가공을 해서 땅을 분할,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조직을 통해 판내하는 것. 특히 최근 들어 전원주택과 지방임야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는 소액투자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같은 ‘상품’이 등장, 널리 팔리고 있다.

이들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판매직원을 동원해 도심의 직장을 방문, 또는 연고판매하고 있는데 소액투자로써 땅값 상승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에게 제법 인기를 얻고 있다. … 부동산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획상품은 등기까지 마친 상태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불법적인 전매나 사기는 아니지만 개발계획을 과장하거나 가격조작 등을 통해 수요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다”면서 “특히 개발계획이나 건축허가 등은 관련 시청이나 군청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경제신문의 기사 내용이다. 비교적 최근 기사 같지만, 거의 30년 전인 1987년 6월17일자 기사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전히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 자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이 많고, 또 많이 ‘사기’를 당한다는 이야기이다. 바로 얼마 전에도 울산에서 대규모 기획부동산 사기사건이 발생했었다.

기획부동산은 사전적 의미가 있는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예로 든 위의 기사처럼 80년대에 부동산시장에 ‘기획상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런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부동산업체를 기자들이 ‘기획부동산’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해 보도하면서 관용어로 굳어진 것이다.

기획부동산은 말 그대로 부동산을 기획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이다. 개발호재가 적거나 없어 저평가되고 있는 부동산을 자체 기획과 개발과정을 통해 ‘상품’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파는, 상당히 전문적인 업역이다.

하지만 상품가치가 없는 부동산을 상품가치가 높은 것처럼 속여 선량한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획부동산=사기’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고, 크고 작은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열 장정이 도둑 한 명을 못 잡는다’는 속담처럼, 사실 부동산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이라고 하더라도 사기꾼이 작정하고 덤벼들면 평범한 사람은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사기수법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기 때문에 어설픈 상식으로 접근했다가는 피해를 보기 쉽다.

사기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욕망을 자극한다. 사기꾼들은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불어넣음으로써 보다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하지만 적은 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평범한 나에게까지 전해진 정보라면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만이 알고 있다거나 남들보다 빨리 접했다는 ‘착각’이 남들이 뛰어들기 전에 ‘수익’을 봐야 한다는 조바심을 불러오고, 결국에는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덜컥 물건부터 매입했다가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다.

기획부동산은 조직형태와 영업방식을 계속 바꾸고 있고 사기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는데, 대부분 다음과 같은 방식을 보이고 있으니 이런 점에만 유의해도 기획부동산 사기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우선, 다단계 판매 유형이다. 높은 급여와 좋은 근무조건을 제시하여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을 고용한 후 고용된 사람이 토지를 구입하고 다른 사람을 소개하도록 하여 ‘고용-토지매입-소개’로 이어지는 다단계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펀드식 투자자 모집 유형도 있다. 국내ㆍ외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높은 수익률을 허위로 내세우며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후 임의로 투자금을 유용하거나 투자금을 가지고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지분 등기 방식 토지판매 유형도 여전하다. 정부가 2011년 10월 ‘측량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토지분할을 규제하자 ‘공동지분 등기방식’으로 토지를 판매하는 것인데, 이렇게 공동지분으로 묶여 있으면 개발이나 매도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쓸모없는 땅을 팔지도 못한 채 한정 없이 보유만 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소유권 없이 토지판매하는 유형도 있다. 대개의 기획부동산은 토지를 싼 값에 사서 개발호재가 있는 것처럼 호도한 후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해왔는데, 근래에는 매매계약만 체결한 상태에서 토지를 팔아넘기거나 소유주로부터 사용 승낙이나 임대만 받은 부동산을 투자자에게 팔고 도주하여 피해를 입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 도심지역에 위치해 실제 개발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이미 개발에 따른 프리미엄까지 붙은 토지를 더 비싼 가격에 팔아넘김으로써 실수요자인 개발업자나 개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예전에는 ‘○○컨설팅’이나 ‘○○투자개발’ 등의 상호를 주로 써오던 기획부동산이 근래에는 ‘○○연구소’나 ‘○○개발공사’ 등 공공기관으로 착각하기 쉬운 명칭을 사용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갈수록 지능화되고 기획부동산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토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주의해야 한다.

토지를 사라는 권유를 받으면 성급하게 계약하거나 조급해 하지 말고 해당 토지 등에 대한 정보를 직접 알아보아야 한다. 토지 정보는 토지의 지번을 정확히 파악한 후 공적 장부를 열람하거나 부동산 관련 정보시스템을 활용하여 확인한다. 민원24사이트(.minwon.go.kr)나 대법원 인터넷등기소(iros.go.kr)에서 토지대장과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해당 지자체 담당 부서와 현장 인근 중개업소를 통해 업체가 제시하는 개발계획을 확인하고, 법인등기부등본을 열람해 업체 설립일과 소재지 변경사항을 확인해서 신생법인이거나 소재지가 수시로 변경되는 경우는 주의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장을 방문해서 구입할 토지의 위치, 상태는 물론 주변상황, 교통사정 등을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계약하기 전에 토지의 소유관계 및 등기내용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서 체결과 금전 거래는 소유자와 직접 하되 이 과정에서 믿을만한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4년 9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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