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담합한 10개 사업자 제재 및 제도개선 추진

공동주택 발주사업에서 발생하는 입찰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손을 잡았다.

우리나라는 전체 주택의 약 62%가 아파트이고, 전체 국민의 약 50%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의 노후화 및 커뮤니티센터 등 편의시설 확충에 따라 관리비와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계약 규모도 증가추세이며, 공사·용역 계약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입주민들 간 사업자 선정과정, 사업비 적정성에 관한 불신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3월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입찰담합에 대한 집중 현장조사를 실시해 일부 업체들의 법 위반 사실 및 업계의 실태를 확인했다.

특히, 공정위는 국내 최대아파트인 송파 헬리오시티아파트의 출입보안 시설 설치공사 등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및 투찰가격을 담합한 (주)아파트너, (주)슈프리마, 아람에너지(주) 등 10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9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으며, 사건조사 과정에서 현행 사업자 선정 제도 및 부정행위 감시 체계의 개선점을 파악하고, 공동주택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함께 입찰참가제한 조치의 실효적 작동, 정례적인 합동조사 등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했다.

 

◇ 입찰 담합의 구조적 특징

업계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입찰담합은 입찰참여업체 간의 수평적 들러리 합의 및 발주처(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와 특정업체 간의 수직적 유착관계가 중첩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이 나타났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은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을 해야 해서 발주처가 특정업체를 밀어주기로 약속했어도 해당업체의 낙찰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으로, 해당업체는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타 업체들에게 자신의 기득권을 주장하며 양보를 요구하거나, 자신에게 협조적인 업체를 들러리사로 포섭하게 된다.

하지만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기관마다 기능과 역할이 구분돼 있어 ▲공정위는 투찰참여업체들 간의 입찰담합을 조사하고 ▲지자체는 국토부에서 마련한 입찰절차 등 관련 기준의 준수 여부를 조사·감사하며 ▲경찰은 배임․입찰방해죄 여부를 수사한다.

 

◇ 제도개선 방안

공정위는 사건처리 과정에서 업계의 실태와 현행 제도의 개선점을 파악해 공동주택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했고,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여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담합을 막기 위해 아래와 같은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첫째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국토부 고시)’을 개정해 입찰담합업체에 대한 입찰참여 제한 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현행 규정상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입찰담합업체는 6개월간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데,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해당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입찰담합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될 소지가 있다.

이에 국토부는 입찰서류에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실 유무 확인서’를 포함시켜 사업자 선정 시 입찰담합업체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하고, 공정위는 확인서 발급이 원활하도록 현행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둘째, 국토부·공정위는 지자체와 협력해 정례적으로 사업자 선정 부정행위에 대해 합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수직·수평적 공모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반면, 공정위의 입찰담합 조사와 지자체의 부정행위 등 사업자선정지침 위반에 대한 조사·감사가 개별적으로 이뤄져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앞으로는 중복조사 방지 및 효율적 조사를 위해 공정위와 국토부, 지자체가 조사대상 아파트를 협의해서 정하고 합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일회성 조사에서 벗어나 매년 3·10월 정례조사하고, 입찰방해·배임죄 혐의가 확인된 경우 경찰에 수사의뢰 하기로 했다.

셋째, 주택관리업자의 이해상충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주택관리업자와 투찰업체가 계열관계인 경우 입찰서류에 명시하도록 사업자선정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주택관리업자는 아파트 입주민을 대신해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업무를 담당하는데, 주택관리업자와 투찰자가 특수관계에 있는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사업자선정지침도 이런 이해상충 문제를 막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적용대상을 관리사무소 직원 개인이 운영하는 사업자로 한정해 일부 주택관리업자가 자신의 계열사를 공사·용역 사업자로 밀어주고 낙찰금액을 올리려고 하는 경우가 확인됐다.

앞으로는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주택관리업자의 계열사인 경우, 이를 사업자 선정 시 입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입찰서류에 계열사임을 표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계열사의 입찰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계열사라는 사실을 입주민에게 알려주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넷째, 입주민의 자율적 감시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유사한 아파트 간 공사비 비교 검색 기능을 추가하는 등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을 개선하기로 했다.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부정행위의 직접적 피해자는 관리비를 내는 입주민으로, 입주민들은 부정행위를 적극적으로 감시할 의사와 능력이 있으나, 현재는 입주민의 감시역량 활용에 바탕이 되는 입찰정보가 활용되기 어려운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현재 K-APT에서 제공하는 입찰정보를 통해 공사비 등을 비교하려면 일일이 입찰결과를 확인해야 해서 검색․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이를 입주민이 시기와 지역, 용역 및 공사 종류, 세대수, 면적 등이 유사한 아파트 간 가격정보를 쉽게 비교 검색할 수 있도록 K-APT 기능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입찰참가 업체의 입찰기록을 검색할 수 있게 만들어 입주민이 자신의 아파트의 공사비가 적정한지 판단할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만성적 생활밀착형 불공정 분야인 아파트 유지보수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입찰담합에 대해 엄정 제재하는 한편, 국토부와 공정위가 함께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면서 “개선안대로 입찰참여제한 조치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입주민에게 스스로 부정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향후 입찰담합은 물론, 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관리비의 부당한 인상을 막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공정위는 오는 10월에 합동조사를 실시하고, 연말까지 사업자 선정지침 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해 아파트 유지보수 시장에서의 부정행위 방지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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