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김우중 변호사

[지역주택조합 사업 바로 알기]

 

법무법인(유한) 현 김우중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현 김우중 변호사

∥ 문제의 소재

주택법 제12조 제3항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명부가 열람·복사의 대상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조합원 명부에 기재된 조합원 전화번호까지 공개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실무상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주택법 제12조 제3항과 유사한 규정을 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적용된 사안에서, 대법원이 “조합원의 전화번호도 열람·복사의 대상”이라고 판시함으로서 조합원 명부에 관한 다툼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다(대법원 2021. 2. 10. 선고 2019도18700 판결).

‘전화번호가 기재된 조합원 명부’는 기존 조합 집행부의 사업 진행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그 의견을 수렴하고 세력을 모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는 점에서, 정비사업은 물론 지역주택조합사업에서도 조합원 명부의 열람·복사를 두고 민·형사상 분쟁이 빈번하다. 조합 집행부는 ‘사생활 침해라는 조합원들의 항의’ 및 ‘조합원 명부의 악용’ 등을 우려해 이를 열람·복사하는 데에 신중한 입장이고, 실제로 적법하게 열람·복사된 조합원 명부가 (신청 당시와 다른 용도로) 다른 조합원 또는 제3자에게 제공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최근 대법원은 ‘이미 적법하게 열람·복사된 조합원 명부를 조합원이 다른 조합원으로부터 제공받아 임원 해임 총회 개최사실을 알릴 목적으로 사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상의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는다. 위 판결은 도시정비법에 관련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사업에도 적용할 만한 판결이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 ‘조합원의 전화번호’가 도시정비법상 열람·복사의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조합원의 전화번호’가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에 따른 열람·복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면서 ▲도시정비법 제124조의 입법취지는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공개해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점 ▲조합원의 전화번호는 그것이 명부에 기재돼 있다면 ‘조합원 명부’로서 열람·복사 대상이고, 기재돼 있지 않다면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해당해 열람·복사 대상이라는 점 ▲조합원의 전화번호는 정비사업의 추진과 관련한 조합 구성원의 의견수렴과 의사소통에 꼭 필요한 정보라는 점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에 따르면 조합원과 토지등소유자만 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고 그 사용목적도 한정된다는 점 ▲조합원의 전화번호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에 해당하나,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이 해당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대법원 2021. 2. 10. 선고 2019도18700 판결).

위 판결은 도시정비법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주택법 및 지역주택조합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조합원 명부 공개에 관한 주택법 제12조 제3항 역시 ▲“주택조합사업의 시행 관련 자료를 조합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하는 입법취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개정이유 참조) ▲조합원의 전화번호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추진과 관련한 조합 구성원의 의견수렴과 의사소통에 꼭 필요한 정보라는 점 ▲주택법 제12조 제3항에 따르면 조합원만이 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고 동법 시행규칙 제11조 제4호에 따라 그 사용목적을 열람·복사 요청 시 기재해야 한다는 점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은 도시정비법과 주택법이 동일하다는 점 등이 그 근거가 된다.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전화번호 역시 조합원 명부와 함께 열람·복사의 대상이라고 봄이 합당하다.

 

∥ 조합원 간 조합원 명부의 제공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

전술한 대법원 판결은 조합원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 명부의 공개 범위는 ‘조합원과 토지등소유자들’로 제한되고, 위 조합원 명부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면서 그 목적을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해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들 사이의 의견수렴·의사소통’이라고 구체적으로 판시했는데,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판결이 지난 6월 16일 선고된 대법원 2022도1676 판결이다.

2022도1676 판결에서 대법원은 조합원인 피고인이 ‘해임 총회 개최사실을 알릴 목적’으로 다른 조합원이 과거 열람·복사 요청으로 확보해 둔 조합원 명부를 제공받은 사안에 대해 “피고인은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2호의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판단 근거로 든 사정은 위 2019도18700 판결과 유사한데 ▲도시정비법 제124조의 입법취지 ▲도시정비법상에 따라 개인정보를 열람·복사 받은 자는 이를 사용목적의 용도로만 이용·활용해야 한다는 점 ▲도시정비법상 조합원 1/10 이상의 요구에 따라 조합임원 해임을 목적으로 하는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는 점 ▲피고인은 도시정비법에 따라 해임 총회의 요구자 대표로서 조합장 권한을 대행해 해임 총회를 소집하기 위해 개인정보인 조합원 명단을 제공받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해임 총회 개최사실을 알릴 목적’이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 판결 역시 주택법 및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데 ▲주택법 제12조 제3항의 입법취지 ▲주택법 제11조 제1항, 주택법 시행령 제20조 제1항 제1호 가목 3) 및 동조 제2항 제5호, 제8호에 따르면 ‘조합원의 총회소집요구’ 및 ‘조합 임원 해임’에 관한 사항은 조합규약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내용이라는 점 ▲조합임원의 선임 및 해임은 반드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점(주택법 시행규칙 제7조 제5항 제5호) 등에 비춰보면,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해임 총회 개최사실을 알릴 목적’으로 다른 조합원으로부터 조합원 명부를 제공받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2호의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위반죄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조합원 명부의 실무상 이용·활용에 관한 제언

위 2건의 대법원 판결을 종합해 보면,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의 전화번호 역시 ‘조합사업의 시행과 관련해 조합원들 사이의 의견수렴·의사소통’이라는 목적수행에 필요한 내용인 바,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 명부를 위 목적에 맞게 이용·활용하기 위해서 주고받은 것이라면, 제공한 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2호 및 주택법 제12조 제3항에 따라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조합원 명부를 제공받은 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2호의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은 본 법을 위반해 정보를 제공한 자를 처벌하면서,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제공받은 자에 한해 ‘부정한 목적’이라는 구성요건을 추가로 요구하는 바, 위 대법원 판결이 조합원 명부의 무단 반출·유출을 모두 정당화하는 취지가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게다가 개인정보보호법은 ‘부정한 목적’ 외에도 ‘영리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를 처벌하고 있는 바, 개인정보보호법상 ‘부정한 목적’이 없음이 인정되더라도 ‘영리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실이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인정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대법원 판결(2022도1676) 역시 피고인에게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을 뿐, 피고인이 무죄라고 자판(自判)하지는 않았다]

결국 법원의 입장이 조합원 명부의 전달과 전파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며, 지역주택조합사업에 있어서도 조합원 명부의 제공이 처벌받지 않는 경우는 ①지역주택조합사업의 시행과 관련돼야 하고 ②주택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방편이어야 하며 ③조합원들 사이의 의견수렴 및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돼야 하고 ④별도의 영리목적이 없어야 할 것인 바, 조합으로부터 받은 조합원 명부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은 여전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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