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일방적으로 잔금 일부 송금, 계약이행 착수로 볼 수 없다”

A씨는 2020년 11월 3일 B씨로부터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했는데, 계약 내용에는 당일 계약금 2000만원을 지급하고, 중도금 없이 2021년 1월 4일 나머지 잔금을 지급하는 한편, 시공사에 미지급 분양대금을 납부하고, 금융기관 중도금 대출을 승계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특약으로 잔금일은 시공사 일정 및 상호 협의 아래 앞당겨질 수 있도록 했으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으면 잔금)을 지불하기 전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액의 배액을 상환,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내용(해제권유보 조항)도 포함됐다.

한편, 이후 A씨는 2020년 11년 9일 사전 연락 없이 일방적으로 B씨에게 2000만원을 송금했으며, 뒤늦게 이를 알게 된 B씨는 A씨에게 항의하면서 위 2000만원을 반환하고자 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B씨는 2020년 12월 1일 위 해제권유보 조항에 따라 계약금의 배액을 포함해 6000만 원을 공탁하면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했고, A씨는 “수분양자 명의변경절차를 이행하라”면서 B씨를 상대로 분양자 명의변경 절차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2022나2005213)을 제기했다.

그리고, 서울고등법원 제21민사부는 최근 위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판부는 ▲A씨가 계약일로부터 불과 6일 후인 2020년 11월 9일 B씨에게 위 2000만원을 송금했는데, 이를 전후해 B씨 또는 B씨측 대리인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잔금 등 지급의무를 이행한다는 취지를 전혀 고지한 바 없고, 위 송금 당시 거래 명목란에도 ‘축 생신’이라고만 입력한 점 ▲A씨가 송금한 2000만원은 A씨가 출연의무를 부담하는 나머지 금액 대비 약 5.2%에 불과한 점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잔금일은 2021년 1월 4일로 정하되, 시공사 일정 및 상호 협의 아래 앞당겨질 수 있도록 돼 있는데, 기록상 이 사건 계약일로부터 불과 몇 일만에 시공사 일정에 어떠한 변경사유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아무런 주장 및 증거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점 ▲A씨와 B씨의 상호협의 아래 잔금 지급일이 앞당겨졌다고 볼 수도 없는 점 ▲이 사건 부동산은 신축 아파트에 속하는 구분소유물로서 입주가 시작돼 지속적으로 그 시세가 상승하고 있었던 바 A씨와 B씨는 이 사건 계약 당시 해제권유보조항을 명시함으로써 잔금 지급일까지 상호간 계약해제권이 보장되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고, 이 사건 계약금 2000만원은 총 매매대금 대비 5%에 불과해 시세 상승 정도에 따라 매도인인 B씨가 보다 수월하게 약정해제권을 행사할 가능성 또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되는 점 ▲여기에 ‘상호협의 하에 잔금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약정 조항은 문언상으로도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잔금일을 앞당길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점까지 합해 보면 A씨와 B씨는 이 사건 계약의 잔금일을 2021년 1월 4일로 정함으로써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잔금일 전에는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했다고 봄이 상당한 점 등을 지적하고 “A씨가 B씨에게 잔금의 일부를 송금했으나, 이로써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의 잔금을 지급해 이 사건 계약의 이행에 착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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