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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월에 갇힌 초고층아파트
RE magazine | 승인 2015.10.30
하재광 국장 / 월간 알이매거진

부산의 분양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부산 해운대의 S아파트 펜트하우스의 3.3㎡당 분양가가 무려 7,002만원에 달해 역대 단일 아파트 분양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평형 아파트의 가격은 67억9,600만원에 달한다. 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 역시 3.3㎡당 2,700만원으로 같은 지역의 종전 평균 분양가보다 1,000만원 가량 비쌌다.

해운대 일대는 최근 가장 핫한 지역으로 꼽힌다. 해운대 백사장에 면한 수려한 경관과 조망에다 초고층으로 우뚝 선 아파트들이 신도시라는 이름에 어색함이 없어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강남, 서초, 송파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이라면, 부산은 해운대구와 수영구, 남구가 ‘부산판 강남3구’인 ‘해운대3구’로 불리며 신흥 부촌의 최고봉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등이 자리한 해운대 일대는 초대형화, 초고층화 된 건물들이 외벽을 고강도 유리로 장식한 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50층 이상 초고층건물이 가장 많은 곳 역시 부산이다.

건축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층’의 개념도 변해왔다. 아파트만 하더라도 90년대까지는 10층 이상이면 고층소리를 들었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20층이 넘어야 고층 소리를 듣고, 현재 대부분의 재건축 아파트들은 25층 내외로 지어지고 있다. 한강변 아파트들이 재건축을 통해 50층 이상의 초고층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는 35층을 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을 중심으로 50층을 훌쩍 넘는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탄생하며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해운대 S아파트와 같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단지 내에서 운동과 취미생활, 쇼핑, 문화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한데다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부동산 가치가 높고, 전망이 빼어나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화려함을 감당하려면 많은 비용을 감내해야만 한다.

초고층아파트는 대부분 커튼월(curtain wall)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건물의 중심구조인 기둥과 보가 건물에 가해지는 모든 하중을 감당하고, 외부의 벽체는 단순히 공간을 칸막이하는 커튼 구실만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규격화 된 외벽 패널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되기 때문에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건물의 외관 디자인의 다양성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외벽이 유리로 장식되고 있다는 데 있다. ‘빛공해’로 인해 주변 거주자들의 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 최근 송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도시의 고층화가 진행되면서 법원이 일조권과 조망권을 인정했던 것처럼 빛 반사에 의한 피해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빛 공해가 외부적인 피해사례라면, 초고층아파트 내부적인 불편함도 적지 않다. 부산에 거주하는 지인 A씨도 요즘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몇 년 전 다소 무리를 해서 해운대 초고층아파트를 분양받았던 그이다. ‘뜨는’ 지역이니 내심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했었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이득을 볼 때까지 사는 것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찜통더위가 유난했던 이번 여름, 휴일에도 집에서 시원하게 쉬질 못한 채 밖을 맴돌아야 했다. 냉방비 부담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휴가지인 해운대에 살고 있으니 여름이면 찾아오는 친척과 친구들도 적지 않은데, 폼 잡으며 집 자랑하기보다는 외부 숙박업소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초고층아파트는 베란다가 없는 탑상형 구조이다. 외부 공기와 바로 접하기 때문에 실내 온도변화가 심해 에너지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층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일반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높다. 커튼월 방식의 초고층아파트라면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하는 관리비 폭탄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특히 냉난방 비용이 높은데, 통유리 형태의 커튼월은 직사광선과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돼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냉난방 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드니 그만큼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서 유명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관리비를 검색하면 십중팔구 붉은색으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적혀있다.

이러니 초고층아파트 주민들이 가장 쉬쉬 하는 게 바로 관리비이다.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에둘러 말하지만, 이 말 역시 일반 아파트보다는 높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또, 대다수 입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음에도 매달 나오는 높은 관리비에 부담을 느낀다. 사정이 이러니 분양가보다 실거래가격이 더 낮은 경우도 심심찮다.

여기에 “집에서 생선 구워먹은 적이 언제인지 모른다”고 할 정도로 불편함을 느끼는 환기문제도 그렇고, 고층일수록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부산 해운대가 그렇듯 도시는 점점 더 화려해지고 아파트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통유리로 장식된 화려한 초고층아파트에 사는 대가로 만만치 않은 것들을 지불해야만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지만, 떡의 본분은 ‘맛’이다. ‘멋’을 찾다가 ‘맛’을 잃는 것처럼, 화려함을 찾다가 주거 본연에서 멀어질 수 있음을 잊지 말자.

- 본 칼럼은 대한제당 웹진 2015년 1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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