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 발표 … 초과이익 1억원 이하 면제

수많은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정부의 재건축부담금 완화 방안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국토교통부가 9월 29일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것. 지난 8월 16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8.16대책)’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재건축부담금 제도는 2006년 도입된 이후 2차례 유예 등을 거치면서 정상적으로 시행되지 못한 채 종전의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동안 집값 상승 등 시장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불합리한 수준의 부담금이 산정되는 문제가 초래됐고, 이에 따라 그간 많은 지자체 및 전문가들이 제도개선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특히, 과도한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지연·보류 등의 원인이 돼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도 높은 도심 내에 양질의 주택 공급이 위축되는 문제를 유발했다. 또, 양도세 등과 달리 1주택자 및 고령자에 대한 보완장치 없이 주택보유 목적, 부담능력 등과 무관하게 모든 소유자에게 획일적으로 부과돼 실수요자에게 과도한 부담금으로 작용해왔다.

국토부는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 학계, 전문가, 관련단체 등과의 수차례 간담회를 통한 광범위한 의견 수렴 및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 분석해 왔으며 지난 9월 27일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주택공급혁신위원회 논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개선방안의 큰 원칙은 재건축사업에 따른 과도한 초과이익은 환수하되, 도심 내 주택공급이 원활해지도록 그간 시장여건 변화, 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부담금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그간의 주택가격 상승 등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과기준을 완화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초과이익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부담금을 면제하고 있으나 초과이익이 1억원 이하인 경우까지 면제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이에 따라 부과율 결정의 기준이 되는 부과구간도 기존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 단위로 확대했다.

둘째, 부과체계의 정합성 제고를 위해 부과 개시시점을 조정했다. 현재 부담금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초과이익은 정비사업을 위한 임시조직인 추진위원회 구성 승인일부터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비사업의 권리 및 의무를 부여받는 실질적인 사업주체는 조합이며, 부담금 납부 주체도 추진위원회가 아닌 조합이라는 점을 고려해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을 조합설립 인가일로 조정해 부과체계의 합리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셋째, 공공기여 감면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재건축사업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유도한다. 현재 재건축사업 시 공공임대, 공공분양 등을 공공기관에 저렴하게 공급할 경우 용적률 상향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매각대금이 초과이익에 산입돼 부담금이 늘어나게 됨으로써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기여에 대한 사업 유인이 감소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국토부는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 주택을 매각한 대금은 부담금 산정 시 초과이익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해, 재건축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이 보다 확대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넷째, 1주택 장기보유자와 고령자 등 실수요자를 위한 제도가 신설된다. 현재는 주택보유 기간, 구입 목적 등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 탓에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금이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정책 취지와 달리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국토부는 1세대 1주택자로서 해당 주택을 준공시점부터 역산해 6년 이상 보유한 경우 부담금을 10% 감면하고, 10년 이상은 최대 50%까지 감면할 계획이다. 단, 준공시점에 1세대 1주택자여야 하고, 보유기간은 1세대 1주택자로서 해당 주택을 보유한 기간만 포함한다.

또한 경제적 여력, 종합부동산세 규정 등을 고려해 1세대 1주택 고령자(만 60세이상)는 담보 제공 조건을 전제로 상속·증여·양도 등 해당 주택의 처분 시점까지 납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개선방안이 적용될 경우 7월 기준 예정 부담금이 통보된 84곳 단지 중 38곳은 부담금이 면제되고, 특히 지방은 32개 단지 중 21곳이 면제되는 등 지방을 중심으로 부담금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1000만원 이하 부과 예정 단지는 30곳에서 62곳으로 증가하는 반면, 1억원 이상 부과예정 단지는 19곳에서 5곳으로 감소되는 등 부담금 부담 완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으로 실수요자의 부담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예정액 1억원이 통보된 단지는 부과기준 현실화로 7000만원이 줄어들어 3000만원이 되고, 이에 더해 1세대 1주택 장기보유 최대 50% 감면을 받을 경우 1500만원이 돼 최종 85%의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권혁진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방안은 법률 개정사항인 만큼 입법과정에서 국회와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주택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후속조치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같은 재건축부담금 완화방안이 나오자 정비업계에서는 조합원들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랜드엔지니어링 신병기 부사장은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본면제금액을 1억원으로 조정한 것은 개발이익이 없음에도 산출하는 계산으로 나타나는 이익 때문에 부과되는 부분을 막아주는 완충작용을 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고, 개시시점을 조합설립시점으로 변경한 것 역시 부과기간 단축으로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면서 “재건축사업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면서 제도의 취지는 잘 살린 방안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면, 다소 아쉬움을 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중앙감정평가법인 권영진 감정평가사는 “부과기준 금액을 상향했지만, 서울 도심의 사업진행 가능성이 있는 재건축사업장을 중심으로 보자면 각 사업장별로 초과이익 금액 자체가  상당히 커진 상황이어서 부과율을 하향조정하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면서 “개시시점도 종전자산평가 기준시점과 일치시켜 사업시행인가고시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초과이익환수라는 제도의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오엔랜드이십일 대표이사)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과도한 재산권 침해 등 도입 당시부터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돼 왔던 제도였다. 완전 폐지는 아니지만, 이번 방안을 통해 보다 현실적으로 완화, 개선될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을 조합설립까지로만 늦춘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조합이 법인격을 갖춘 실질적인 사업주체인 것은 맞지만, 사실상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사업시행계획 인가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도 사업시행인가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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