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토지주택연구원 조필규 수석연구원

▮ 공공의 부문적 사업참여 통한 조합 지원 필요

▮ 사업성 악화 조합에 재정 지원해야할 때 

 

LH토지주택연구원 조필규 수석연구원
LH토지주택연구원 조필규 수석연구원

◇ 새정부의 부동산 정책방향

최근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이른바 ‘8·16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주거 안정 실현을 위한 5대 전략 중 도심공급 확대는 주로 재건축, 재개발 관련 정비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심공급 확대를 위해 신규 정비구역 지정 확대를 통해 5년간 전국에 22만호(서울 10만호)를 공급하고, 재건축 부담금과 안전진단 완화 등의 계획을 밝혔다.

주택시장 안정과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도심에서 양질의 주택공급이 충분히 공급돼야 했지만, 그동안 과도한 규제 등으로 도심 공급의 핵심인 정비사업이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도심에서 신규 주택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재건축, 재개발에서 민간 정비사업을 정상화하고,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한 다양한 도심개발 모델을 도입해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그간 신규 정비구역 지정이 감소하고, 특히 서울은 기존 정비사업 구역이 해제돼 도심의 주택공급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러한 주택공급 기반을 회복하기 위해 특·광역시 등이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사전 제시하는 등의 사업촉진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주거 안정을 위해 도심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민간시장 활성화와 함께 내 집 마련 및 주거상향 수요에 부응하고, 충분한 주택공급을 통해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안정 기반을 마련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비구역 지정 이후 사업성 악화 등으로 오랜 기간 방치돼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무엇보다 사업의 추진동력이 필요하다. 사업성이 없으니 민간에서는 별 관심이 없고, 올해 될까 내년에 될까 한숨만 내쉰 주민들은 인근 새 아파트로 입주하는 주민들을 보면 그저 부럽기 짝이 없다. 오매불망(寤寐不忘) 정비사업이 추진되기를 기다리는데 사업성 악화 등으로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동네는 점점 슬럼화 돼가는 상황을 오랜 기간 지쳐보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다.

이러한 우리의 상황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이웃나라 일본의 재개발사업을 살펴보고자 한다.

 

◇ 일본 재개발사업의 특징

일본의 재개발사업은 도시재개발법(1969년 시행)에 근거해 시가지내 노후 목조건축물 밀집지역의 협소한 부지정리, 불연화된 공동건축물의 건축, 공원, 광장 등의 공공시설 정비를 통해 도시기능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 재개발사업은 제1종과 제2종으로 구분되는데, 제1종은 조합시행의 권리변환방식(관리처분방식)이며, 제2종은 공공시행의 관리처분으로 ‘수용권이 부여’되는 것이 우리나라와 제도적 차이점이 있다.

사업의 추진주체는 개인, 조합, 지자체, UR(도시재생기구) 등 한국과 유사한 형태의 사업시행자가 참여하고 있으나, 개인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일본 재개발사업 주민 동의요건의 토지면적이 한국보다 더욱 강화돼 있기 때문이다[한국은 토지주 동의율 3/4 이상(토지면적의 1/2 이상], 일본은 토지주 동의율 2/3 이상토지면적의 2/3 이상)].

한편, 일본의 경우 2003년부터 UR 등이 재개발사업에 ‘참가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됐다. 주택건설의 목표가 정해진 재개발사업에 관여하는 참가조합원으로 UR,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주택공급공사 등 공적자금에 의한 주택을 건설하는 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UR 참가조합원 제도는 UR이 조합방식 재개발사업(재건축사업은 제외됨)에 참여해 토지, 건물의 권리는 없지만 미리 시설건축물의 일부 취득자로서 정관에 정해진 조합원과 공동으로 사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UR은 취득하는 시설건축물의 일부 가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참가조합원 부담금으로 조합에 지불하며, 해당 금원은 사업경비로 사용된다.

이러한 UR의 ‘참가조합원 제도’는 UR이 중심이 돼 사업 참가자를 모집하는 만큼 현재 LH 등이 진행하고 있는 공공정비사업과 유사한 점이 있다.

일본은 사업 참여자의 다양성 향상을 위해 도시계획결정 이후 사업지구별로 민간사업자의 사업 참여 제안을 받아서 그 내용을 반영시켜 각 지구에 적절한 참여방법을 결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자는 사업 초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UR 입장에서는 사업지구별 다양성을 추구함과 동시에 공공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사업자의 참여방식과 운영은 사업지구별 여건과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있다.

 

◇ 공공조합원의 필요성

사업성이 낮아 사업추진이 어려운 재개발사업의 경우 일본 UR과 마찬가지로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LH 등 공공이 직접조합원 형태로 참여해 사업을 촉진시키는 것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LH 등 공공기관의 참여형태는 재개발구역 내 유상·매입하는 국공유지를 LH 등 공공에 무상양여하고, LH는 이를 바탕으로 조합의 음성적인 자금차단과 사업활성화를 위해 조합에 재정지원을 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 같이 LH 등 공공이 조합원 형태로 재개발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필자는 ‘공공조합원’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지난 정부 때 도입된 공공정비사업(재개발)은 ‘용적률 완화’, ‘기금지원’, ‘시행자 지정 동의요건 완화’, ‘분양가 상한제 제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는 민간 주도 정비사업에서도 인센티브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공공의 차별성이 퇴색될 우려가 있는 만큼 공공의 사업다변화 필요하다. 예를 들어, 행정관청에서 조합에 기금을 지원하듯이 공공이 조합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공공이 정비사업에 참여해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다하기보다는 재정지원을 통한 참여가 필요한데, 사업 초기 조합에 자금을 지원한다면 외부로부터의 음성적인 자금 유입을 차단해 사업 활성화는 물론 투명성 또한 높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정비사업은 시공사, 설계자, 감정평가업체, 정비회사 등 무수히 많은 협력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정비회사는 사업 초기부터 참여해 조합의 행정업무, 용역업체 선정업무, 인허가 및 대관업무, 단계별 총사업비 등 본 사업 착수 이전의 행정업무 및 용역업체 선정업무 등을 주관 및 협조하는 한편 조합의 운영비 등을 대여하고, 시공사 선정 이후에 시공사로부터 그 대여금을 받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초기자금이 부족한 추진위원회 및 조합이 시공자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유착관계를 방지하기 위해 2008년부터 ‘공공자금을 활용한 융자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음성적인 자금이 조합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업 초기 음성‧불법적인 자금이 유입되고, 그 과정에서 송사(訟事)로 인해 사업추진이 안 되는 곳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LH 등)이 공공조합원으로서 사업참여 시 국·공유지를 무상양여 받고, 조합에 저리로 재정지원을 한다면 사업의 투명성은 분명히 향상될 것이다.

따라서 LH 등 공공이 정비사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 민간과 경쟁하기보다는 민간을 선호하는 조합원을 지원하고,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활성화를 위한 공공정비사업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과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민간 의존적 사업형태를 탈피하고, 부분적 공공참여를 통해 유연한 사업대응이 필요하다. 그것이 필자가 제안하고 있는 ‘공공조합원 제도’인 것이다.

 

◇ 공공조합원 제도가 활성화 되려면

공공조합원 제도는 사업성 악화 등으로 사업추진이 어려운 재개발사업을 대상으로 LH 등 공공이 사업에 참여, 재정지원을 통해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공공조합원 제도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적은 금액이더라고 안정적이고 지속해서 확보할 수 있는 재정정책 설계가 필요한데, 이는 LH 등 공공이 공공조합원으로 사업 참여 시 반드시 고민해야할 선결과제 중 하나다. 일회성 재정지원이 아닌, 정부와 함께 정비사업에 대한 재정(기금)지원 등을 통합해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유도해야 한다.

한편, 공공의 재정지원이 조합의 사업추진을 위한 초기 자금조달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 지역까지 그 효과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공의 재정지원은 시급한 재개발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특히, 공적자금으로 지원 이후에 민간참여가 이뤄지도록 공공이 각종 금융상품을 연계해 민간부문에 대한 금융컨설팅의 지원이 연계돼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LH)이 조합의 재정지원과 함께 사업추진에서 필요한 각종 금융정보를 연계, 융자·투자·보증 등을 집적화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공조합원 제도가 주택시장 안정 및 주거환경개선과 함께 선호도 높은 도심에서 충분한 주택이 공급되는 것은 물론, 새 아파트로 입주를 희망하는 조합원의 바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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