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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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관계 및 공소사실

피고인 주식회사 A는 토목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인 B는 위 A를 실제로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B는 2018년 5월경 대구 중구 일대에서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E 추진위원회와 개발계획 시행을 위한 용역 업무를 수행하고 수수료를 지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하는 등의 업무를 대행했다.

하지만, 조합설립의 동의 및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의 대행 등을 추진위원회 또는 사업시행자로부터 위탁받거나 이와 관련된 자문을 하려는 자는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하는데, A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을 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이 정비사업을 위탁받아 A와 B 모두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 제1심 법원의 판단

법원은 “소규모주택정비법은 도시정비법 제102조부터 제110조까지를 준용하고 있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등록한 자만이 정비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지만, 벌칙규정은 준용하고 있지 않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상 구체적 위임규정을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 내지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봐 이를 적용할 수 없다”면서 “그렇다면 결국 소규모주택정비법에서 미등록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으므로,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도시정비법과 소규모주택정비법은 규율의 대상을 달리해 제정됐고 ▲소규모주택정비법 제3조는 빈집정비사업 및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소규모주택정비법이 우선해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는 점 ▲소규모주택정비법은 포괄적 위임규정도 두고 있지 않은 점 ▲소규모주택정비법은 도시정비법이 적용되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보다 사업요건 및 규제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취지이므로 처벌에 관한 준용규정이 없는 이상 미등록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관리, 규제하는 것을 넘어 그 미비 시 처벌까지 하려는 것을 입법자의 의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 항소심 법원의 판단

가. 검찰의 주장

검찰은 “▲소규모주택정비법과 도시정비법은 사업 유형의 구별 없이 동일한 요건을 갖춘 업체가 제출하는 동일한 신청서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이 이뤄지고 있는 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등록에 대해서는 도시정비법이 기본법으로 규율된다고 봄이 타당하며, 준용규정의 존재 여부는 이 사건 도시정비법 위반죄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점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전문관리업 관련 규정의 입법취지는 소규모주택정비법에서도 그대로 준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더라도 이 사건과 같이 시·도지사에게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서 정비사업을 위탁받아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하는 업무를 대행하는 것은 도시정비법 제137조, 제139조 위반행위에 해당해 위 규정에 의해 처벌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와 같은 제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나. 대구지방법원 2020노1709 판결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위와 같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는데, 항소심 법원 역시 미등록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정비사업을 시행한 경우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명시하면서도, 원심 판결의 근거 및 도시정비법 및 소규모주택정비법이 각 정비사업의 종류를 구분해 따로 취급하고 있고 이러한 입법취지를 동시에 고려한다면, 도시정비법의 규정을 갖고 이 사건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문언상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넘어서까지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 하는 것으로서 형벌법규의 명확성이나 그 엄격해석을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 결론

위 판결은 2020년 6월경 선고됐음에도 현재까지 소규모주택정비법은 미등록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업무 등 고유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업무를 수행한 경우에 그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준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소규모주택정비법이 적용되는 빈집정비사업,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서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가 정비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미비한 상황인 만큼, 입법으로 이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미등록 혹은 등록이 취소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가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규모정비사업의 실질은 도시정비사업의 일종이고, 소규모주택정비법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 대해 도시정비법의 규정을 그대로 준용하고 있는 것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 관리 및 규율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처리할 것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는 점,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는 정비사업을 효율적이고 객관적으로 수행하게 해 해당 사업의 주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소규모주택정비법에 있어서도 그 취지는 여전히 적용돼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소규모정비사업에서도 ‘등록하지 않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을 한 자’를 처벌할 필요성이 존재함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법의 공백일 뿐인 만큼 결국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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