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수석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수석변호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물론이고,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규모주택정비법)에서도 조합설립을 위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요건이 갖춰졌다는 점을 전제해 시장·군수로부터 각종 정비사업의 지정개발자를 지정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정비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사업 시행을 신속히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물론 천재지변이나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이 늦어지는 특수한 경우에도 지정개발자가 지정될 수 있지만,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아래 신탁업자 등이 지정개발자로 지정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필자가 여러 발표회나 강의를 통해 누차 밝힌 바 있지만, 현행 지정개발자 제도는 애초 도입 목적과 다소 상충되는 지점이 있는 바, 이하에서는 대표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도시정비법 및 소규모주택정비법은 지정개발자로 신탁업자를 지정하는 경우 “도시정비법 제48조 제1항 각호의 사항에 대해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항목은 정비사업비의 사용,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와의 계약, 시공사 선정, 자금의 차입,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청산금의 징수 등으로서 실질적으로 총회 의결 사항의 대부분을 담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은 지정개발자가 신탁업자인 경우 정비사업의 중요한 시행과정에 있어 토지등소유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취지에서 신설된 규정이긴 하나, 오히려 지정개발자 지정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규정이다. 조합설립동의 요건을 갖춰 지정개발자로 지정된 신탁업자로서는 결국 토지등소유자의 의결이 없으면 사업시행과정에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거의 아무것도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는 도시정비법 및 소규모주택정비법상 1개의 정비사업시행지에 1개의 사업시행자만 존재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일탈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조합 시행방식과 큰 차이가 없게 돼 이도저도 아닌 제도가 되고 만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도시정비법 및 소규모주택정비법은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 시 지정개발자가 있는 경우 전체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면서도,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 전에 토지등소유자로부터 동의서를 별도 징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반면 조합이 설립된 경우에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 시 조합 총회의 과반수 찬성 의결이 있는 경우 위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 징구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조합의 구성원과 같은 전체회의를 두고, 사업시행과정 상 대부분의 사항을 전체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으면서도, 유독 지정개발자가 지정된 정비사업은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 시 전체회의의 의결에 더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까지 별도로 징구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을 위한 의결정족수 또한 전체회의(지정개발자 방식의 경우)와 조합 총회가 동일하다는 점을 더해 보면, 위와 같은 규정은 지정개발자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이중의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정개발자 방식, 특히 신탁업자가 지정개발자로 지정돼 정비사업의 시행자로 나서는 경우, 입법자가 정비사업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위와 같은 규정들을 신설한 점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애초 지정개발자 제도가 도입된 경위와 취지를 고려할 때, 이는 모순이다. 지정개발자 방식의 정비사업 시행에 있어서 지정개발자가 조금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업무 진행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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