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신뢰회복 위해 노력할 것”

재개발사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민간사업이지만,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라는 말이다. 작게는 조합원들의 낡고 열악한 주택을 허물어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지만, 크게 보면 기반시설을 재정비하는 등 낙후된 지역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헌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개발사업은 그 공익적 성격에 걸맞은 대우를 받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나 지자체 등 관에서 보는 재개발사업은 각종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었을 뿐, 이렇다 할 ‘지원’이 없었던 것.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정부의 주택정책이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간사업을 지원하되, 사업성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의 경우 공공이 보다 밀접하게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이 모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비사업지원기구로서 이러한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지윤 차장을 만나 공공재개발사업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지윤 차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지윤 차장

- 정비사업과 관련된 LH의 역할을 소개한다면.

LH는 국민행복의 토대인 집을 짓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개발해 국민에게 더 나은 삶과 더 좋은 생활 터전을 전해드리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공기업이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건설 및 신도시 개발뿐만 아니라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에도 참여해 보다 나은 토지주택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LH는 1983년 서울 을지로16·17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참여를 시작으로 ▲신림1·2-1 재개발사업 ▲사당 재건축사업 ▲내수 및 마포2-3·1-52지구 도시환경정비 사업 등을 서울시에서 수행했고, 수도권에서 성남하대원 재건축사업 및 단일 재개발 최대규모인 안양덕천재개발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또한 성남구시가지 재정비를 위해 지자체와 협약을 체결한 후 사업지 인근에 LH가 확보한 순환이주용주택을 활용해 사업을 시행하는 순환재개발 방식을 도입, 이주에 따른 문제점 해소 및 원주민의 재정착율 제고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주거환경 및 사업성이 극히 열악한 주거환경개선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편, LH는 정비사업 관련 정책 등을 총괄하는 본사조직과 각 시도별 지역본부 내 도시정비조직이 구성돼 정비사업을 직접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정비사업에 특화된 현장 접점 조직 ‘수도권도시정비특별본부’를 신설해 주택공급을 위한 정부 정책사업을 수행 중이다.

수도권도시정비특별본부의 주요업무는 ▲공공이 공적지원을 통해 정체된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정상화하는 ‘공공재개발사업’ 및 ‘공공재건축사업’ ▲민간사업 진행이 어려운 개발소외 지역을 대상으로 재개발과 유사한 현물선납 제도를 도입해 주민주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재개발과 같은 대규모 정비사업이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정비사업 등이 있다.

주로 주택수요가 가장 높은 서울특별시 후보지가 대상이며, 현재 수도권 본부에서 서울 및 수도권에 총 156곳, 약 10만호의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공공재개발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공공재개발사업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10년 이상 장기 정체된 대상지를 선정해 진행하는 정비사업 형태 중 하나다.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같은 공공기관이 정비사업에 참여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심 내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사업으로, 공공이 공적지원을 받아 정체된 정비사업을 정상화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사업속도를 높여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적지원으로는 ▲법적상한의 120% 허용 등 도시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제외를 통한 사업성 제고 ▲통합심의 및 수권소위 운영으로 사업절차 간소화 ▲초기사업비의 50%까지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1.8%의 저리 융자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공공재개발사업은 서울시 기준으로 지난해 24개 지구, 올해 8개 지구 등 총 32개소가 선정됐으며, LH는 그중 18개 지구(지난해 선정 12개 지구, 올해 선정 6개 지구)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경기도에도 지난해 수원 1곳, 올해 광명1곳을 선정해 추진 중에 있다.

한편, 공공재개발사업은 지난해 초 후보지를 선정한 이후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노력 덕분에 대부분의 구역에서 사업이 순항중이다.

LH가 담당하는 서울시 공공재개발 후보지 12곳 중 11곳이 정비계획을 수립 중으로, 사전기획 절차 등을 이행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경우 신속한 사업을 도모하고자 신속통합기획과 유사한 ‘정비계획입안 전 사전기획’이라는 절차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사전기획은 구역별로 사전기획가를 선정해 정비계획안을 만들고 도시계획위원들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거쳐 사전기획안을 마련, 추후 도시계획위원회 보류 및 재심의로 인한 사업지연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4개 구역에서 사전기획 절차가 완료돼 정비구역입안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며, 나머지 구역들도 조만간 사전기획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말 2~3곳이 정비구역 지정 및 고시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나머지 구역들도 내년 상반기까지 정비구역이 지정완료 될 예정이다.

이는 통상 5년 남짓 걸렸던 정비구역 지정 기간이 약 1년 6개월 만에 완료된 것으로, 현재 공공재개발사업의 추진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 신속하게 공공정비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2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사업을 위해 보내준 주민들의 성원이고, 두 번째는 전문적이고 투명한 사업진행과 직원들의 적극적인 업무대처다.

공공재개발사업은 공공이 주도해 진행한다하지만 주민들의 협조 및 동의가 없다면 진행이 불가능하다. 결국 주민들이 얼마나 사업에 잘 참여해주는 지가 그 사업의 성패를 가르며, 이에 따라 주민들의 사업 참여를 위한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정비사업은 사업초기가 가장 중요하다. 사업 진행에 있어 LH가 가장 주안점을 둔 사항이 사업초기에 함께 사업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주민 추진조직을 구성‧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방침을 수립, ‘주민대표회의’를 구성하기 전까지 주민협조조직인 ‘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사무실과 운영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준비위원회는 주민 5~25명 내외로 구성되며, 정비계획수립을 위한 동의서 징구 및 사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간 공공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기 전까지 운영비용 및 사업비 지원이 매몰비용 등의 문제로 어려웠지만, 사업활성화 등을 위해 필요성 등을 적극 피력해 초기사업비 지원이 가능하게 된 것이 지금 사업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순항할 수 있는 가장 원동력이었지 않나 생각한다.

한편, 일반적인 사업과 달리 정비사업은 현안 및 그에 따른 대처방법을 달리해야 하는데, LH가 그동안 쌓아온 정비사업 노하우를 통해 구역별로 다른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일례로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전농9구역의 경우, 2004년 정비예정구역 지정 이래 추진위와 반대파간 입주권 부여기준 관련 의견대립 등으로 장기간 사업이 표류하고 있었으나, 첨예한 갈등상황에 LH가 적극 노력해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혁신적 합의방안을 마련, 18년 넘게 표류하던 정비사업을 극적으로 정상화한 사례가 있다.

또한 봉천13구역의 경우 구역 내 시장 활성화로 높은 월임대료가 형성돼 상가소유자들의 재개발 후 상가위치, 공사기간 동안 중단되는 임대료 수익에 대한 우려로 장기간 재개발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LH가 사업에 참여한 이후 적극적인 협상 등을 통해 공사기간 동안 상가 임대료 보전에 합의함으로써 2008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장기 정체돼온 구역의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설명회, 소식지 등을 통해 토지등소유자의 사업전반에 대한 궁금점을 해소하고, 구역 내 사무실에 직접 직원이 상주하는 ‘찾아가는 설명회’를 통해 토지등소유자별 개별추정분담금 안내 등의 상담을 진행해 사업 참여 및 동의서제출 여부에 대한 판단을 도운 점 등도 빠른 시간 내 높은 동의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지 않나 싶다.

 

- 활동 중에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정비사업 구역 안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만큼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이를 설득하는 게 가장 큰 어려운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재개발사업은 재건축사업에 비해 더욱 더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상가 및 대토지 소유자들의 반대와 종교용지 문제, 조합원 분양권이 부여되지 않는 주민 등 다양한 사유로 사업을 반대하고 민원을 제기하며, 이를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토지등소유자들 간의 갈등으로 인한 감정적인 이해관계라고 생각한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모 구역도 초기 집행부와 현재 집행부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져 현재는 초기집행부가 사업반대파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으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 하지만 추진 집행부간 자존심 싸움 등으로 번번이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갈등을 풀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 공공재개발사업이 민간방식에 비해 불리한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공공재개발 사업에 대한 오해 및 공공에 대한 부정적인식이 사업 진행에 있어 가장 불리한 점이지 않나 싶다.

첫 번째로 ‘임대주택이 많고, LH가 짓는 임대주택 수준의 저품질 아파트가 공급되며, LH브랜드를 적용해 민간에 비해 단지가치가 떨어진다’는 오해와 질문이 가장 많다.

하지만 민간과 공공은 동일한 임대주택 적용산식이 적용된다. 인센티브로 제공되는 용적률이 많아 임대주택이 많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반분양분도 동일한 비율로 증가해 조합원의 수익은 오히려 높아지는 구조다.

또한 공공재개발은 주민이 마감재 수준 및 시공사를 직접 결정하며, 결정된 시공사의 브랜드가 적용된다.

두 번째는 최근 LH 임직원의 비위행위로 국민의 신뢰를 져버린 점과 과거 사업조정으로 인한 지자체의 부정적 인식이다.

지난해 큰 이슈가 됐던 LH 일부 직원의 투기 사태로 사업설명회 등에서 공공의 가장 큰 장점인 투명성을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던 기억이 있으며, 현재까지도 반대하는 사람들의 단골 메뉴로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과거 사업조정으로 인해 서울시에서 진행 중이던 일부 정비사업이 취소된 사례가 있었는데, 그때 심어진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시 관계자로부터 “LH를 어떻게 믿나”, “또 사업하다가 도망가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수차례 듣는 등 사업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정적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한 덕분에 어려웠던 사업지구 들이 하나둘씩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로 인해 부정적 인식도 다소 해소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더욱 신뢰를 쌓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정비사업의 위상과 역할 등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있다면.

정비사업은 원도심의 인프라를 활용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최소화 하고, 도시쇠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많은 문제점을 방지할 수 있는 사업이다.

공공재개발 공모나 신속통합기획의 공모신청 사례에서 보면 재개발은 아직도 많은 수요가 있는 상황이며, 준공된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된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에 대한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는 등 정비사업의 수요는 여전히 많다.

이런 정비사업 시장 속에서 LH가 해야할 앞으로의 역할은 ‘조정자’ 또는 ‘안전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심지 내 주택공급확대와 같이 시급한 개발이 필요한 경우, 사업성이 떨어지고 주민간의 갈등이 심해 사업진행이 어려운 지역 등에 참여해 현안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까지 확보된 구역의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는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

앞서 말했듯 LH는 현재 총 20곳의 재개발 후보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선정된 서울시 내 12곳 후보지의 경우 11곳이 사업시행자지정동의율인 67% 이상을 달성해 정비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2~3곳은 올해 말, 나머지 구역은 내년 상반기까지 정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며, 수립 즉시 사업시행자를 지정받고 시공자 선정을 통해 사업을 가시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말뿐이 아닌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LH의 적극행정 의지와 사업 역량을 증명하고, 서울시·자치구 등 관계기관의 인식 개선과 국민에 대한 신뢰회복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

한편, 현재 LH에서는 소식지 등을 활용한 오프라인 홍보와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한 온라인 홍보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개설해 운영 중인 카카오톡 ‘LH 공공정비’ 채널을 통해 공공정비사업에 대한 정보와 후보지별 추진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올해 7월부터는 ‘우리집 재개발은 처음이라’라는 제목으로 웹툰을 제작해 연재하고 있다. 공공재개발사업 소개부터 주민분들이 궁금해 하는 재개발 일반상식 등 다양한 주제들을 알기 쉬운 만화로 제작해 격주로 연재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또한 공공재개발사업의 정의부터 특징, 공공이 시행한 재개발구역 현장탐방까지를 담아낸 홍보영상도 제작해 주민들과 일반 국민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올해는 사업추진 중인 서울시 1차 후보지들의 주민들이 직접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2차 홍보영상을 제작 중이다.

신지윤 차장은?

지난 2006년 LH(당시 대한주택공사)에 건축직으로 입사한 이래 신반포한신1차(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사업 컨설팅(정비사업전문관리업) 업무를 수행한 것을 시작으로 성남재개발, 안양덕천재개발 및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그동안 정비사업 관련 업무에만 매진해 왔다.

특히, 안양덕천재개발사업을 5년간 담당하면서 사업관리 뿐만 아니라 현장감독업무까지 수행, 사업비를 약 1000억원 절감하는 등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으며, 현재는 LH 수도권도시정비특별본부에서 공공재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저작권자 © 도시정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