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취지 이해하지만, 현장 애로사항 해소해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공사비 검증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건설동향브리핑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제도의 문제와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현장에서 느끼는 공사비 검증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공사비 검증제도는?

공사비 검증제도는 공사비 검증 역량이 떨어지는 조합을 상대로 시공사가 공사비를 부당하게 상승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9년 4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과 함께 도입된 제도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자(일반적으로 정비사업 조합)는 시공자와 계약체결 후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는 경우 ▲시공사와의 최초 계약체결 후 공사비의 증액비율이 사업시행계획인가 이전에 시공사가 선정된 구역은 10% 이상,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선정된 구역은 5% 이상인 경우(생산자물가상승률 제외) ▲검증 완료 후 공사비의 증액 비율이 3% 이상 증액되는 경우(생산자물가상승률 제외) 등의 사유가 발생할 시 한국부동산원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공사비 검증을 의무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위 경우 중 첫 번째는 전체 공사비를, 나머지 경우는 증액된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에 따라 도급계약서와 지질조사서, 변경 전후의 설계도 및 시방서, 공사비 내역서, 물량산출서 등의 서류 제출이 요구된다.

한편, 검증기관은 전체 또는 증액 공사비가 1000억원 미만이면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 1000억원 이상이면 75일 이내에 검증결과를 신청인에게 통보(부득이한 경우 10일 범위 내에서 1회 연장 가능)해야 한다.

또한 검증기관은 필요시 서류보완을 요청할 수 있으며, 보완 기간은 검증기간에서 제외되고, 검증과정 중 필요시 소명자료 요청이나 중간설명회 등의 과정을 거치며, 최종 검증결과는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 형식으로 신청자인 조합에게 통보된다.

 

∥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공사관리(CM)와 관련된 전문성이 낮고, ‘대리인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조합이 시행하는 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공사비 검증제도의 취지는 이해된다. 하지만, 정책의 취지 및 순기능과는 별도로, 현장에서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비사업 분양실적 기준 상위 10개 시공사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검증절차 이행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소요돼 사업 지연이 발생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또한 ▲검증 결과가 실질적으로 증가되는 공사비 대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산정된다는 점 ▲현실과 맞지 않는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점 ▲검증 시점에는 정확한 물량산출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검증절차를 이행하도록 하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 검증이행 시간 :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사업지연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공사비 검증 시 공식적인 검토 절차 이행 시간(접수-회신)이 아닌, 검증 신청일에서 회신일까지 기준으로 보면 약 2.5배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허종식 의원실에서 한국부동산원에 요청해 수령한 자료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에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됨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접수일’부터 최종 회신일까지는 국토교통부가 정한 기준(사업장 규모에 따라 60∼75일) 내인 평균 65일 소요되고 있으나, 최초 ‘제출일’ 이후 서류보완 등을 거쳐 ‘접수일’까지 평균 95일가량 소요돼 최초 접수일에서 회신일까지는 평균 160일이 걸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검증 결과는 공사비 증액 협상에 매우 중요한 기준점으로 활용되기에, 시공사는 감액을 당하지 않기 위해 신청 전 서류 작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고 있다. 실무자들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을 완료하는 데 1년가량 소요되는 사업장이 많다고 한다.

- 불필요한 비효율 : 공사비 검증은 증액 전후 설계도 및 내역서 ‘비교’를 통해 적정성을 검토하는 절차로, 전후의 설계도와 내역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요구되고 있다(변경전 설계도와 시방서는 부재 시 제출 불필요).

하지만, 서울시에서 2010년 이후 사업시행인가 후 내역서를 바탕으로 선정된 구역 외에는 기존 내역서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출이 요구되고 있어, ‘검증을 위한 내역서’를 불필요하게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창조’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 과도한 감액 등 : 공사비 검증 결과에 대해서도 상당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허종식 의원실에서 한국부동산원에 요청해 수령한 자료에 따르면 최초 신청액 대비 검증 결과로 통보된 감액률은 25.6%에 이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실제 비용이 발생함에도 공사비 검증에서 인정되지 않는 항목이 있다거나, 프로젝트별 공사의 특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거나, 기존 내역서의 오류로 인한 실투입 비용 증가가 인정되지 않는 등의 사유로 비용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고, 건설사가 조달하는 가격보다 더 저렴한 ‘인터넷 최저가’를 바탕으로 공사비를 깎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검증과정에서의 부당한 감액으로 인해 영업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장이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검증 시점의 문제 : 일반적으로 공사비 검증은 사업시행 인가 후 최초 관리처분 인가계획을 신청하는 시점이나 착공 전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공사가 공사비를 거의 정확하게 파악 가능한 시점은 실시설계가 완성되는 착공 전후다. 두 시점의 차이로 공사비 검증은 구조적으로 부정확할 수밖에 없으나, ‘충분하게 소명 못 하면 감액’ 되는 현재의 방식은 건설사의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의무이행 대상 : 공사비 검증 절차 이행을 위해서는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가운데, 이 절차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대상과 관련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생산자물가상승률을 제외하고 일정 비율 이상의 공사비가 상승할 시 의무적으로 공사비 검증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최근 공사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상황 속에 계약서에 따른 예외를 인정받아 상호 합의하에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한 수준의 증액 계약을 한 경우에도 굳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검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 외 정비사업장은 ‘평단가 계약’(평당 공사비로 가계약을 체결한 후 인허가 후 연면적 변화에 따라 공사비 총액 확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위면적당 공사비 변동이 크지 않은 채 공사 연면적이 증가해 공사비 총액이 일정 비율 이상 상승하는 경우에도 공사비 검증 절차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 이의제기 절차 부재 등 : 검증 결과에 대한 충분한 소명이나 협의절차, 또는 이의제기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필요시 소명자료 요청과 중간설명회를 거친다고 하지만, 최종 결과는 일방향적으로 통보되고 있으며, 여기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는 부재한 상황이다.

 

∥ 신속·공정·정확성 제고 노력 필요

- 검증절차 효율화 : 입찰 시 공사비 내역이 존재하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지금처럼 설계도 및 내역서의 전후 ‘비교’를 통해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만 소모된다. 따라서, 검증요청 당시의 설계도와 내역서에 기반해 공사비의 적정성 검증만 실시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검증 의무이행 대상 축소 : 현재 공사비 검증 지연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아래와 같은, 굳이 불필요한 사업장은 검증이행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① 단위면적당 상승폭 일정비율 이하인 경우 의무 검증 대상 제외 : 서울시를 제외한 사업장에서는 ‘평단가 계약’을 하는 상황 속에서 인허가 과정이나 건축설계 과정에서 조합의 요청으로 시공 연면적이 상승하는 경우 공사비 검증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 있음(세부적 기준 추가연구 필요)

② 계약서 상 공사비 증액(ESC) 기준으로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하도록 현장은 현재의 ‘생산자물가지수’가 아닌 ‘건설공사비지수’를 사용해 공사비 검증 의무 대상 결정

③ 최근 공사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계약서에 따른 예외를 인정받아 상호 합의하에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한 수준의 증액 계약을 한 경우 공사비 검증 의무 대상 면제(상호 합의 시로 한정)

- 이의신청 절차 또는 중재기관의 중재절차 신설 : 검증 결과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산정되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이의신청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공사지연을 최소화하면서 일부 사안을 공정하게 재검증 또는 중재 받을 수 있는 절차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는 공사지연 최소화, 중재 대상, 공정성과 전문성 담보 방안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 추가로 신속성 및 예측가능성 제고 방안 고민 필요 : 표준화 비율이 높은 공동주택의 특성을 고려해 검증절차 이행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안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분양가상한제도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본형건축비+가산비’ 방식을 벤치마킹해 ‘표준물량+α(검증자료 제출 시 인정)’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

- 검증 시점에 따른 부정확성 보완 위해 ‘사후정산’방식 일부 적용 : 실시설계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정확한 내역을 알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그 전에 검증을 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검증시점 당시는 소명이 불가능하나 이후 실시설계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증가한 비용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 정산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분양 시 조합의 ‘보류지’ 비율을 높여 향후 정산에 활용하도록 하는 방향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도시정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