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홍성 지역관광추진조직(DMO)
홍성 지역관광추진조직(DMO)

다소 구태의연한 논의이긴 하지만, 아직도 분양신청기간 종료 이후 변심으로 인해 조합원 지위를 회복하고 싶다는 토지등소유자들의 민원이 종종 발생한다.

위와 같은 사유로 인해 조합과 현금청산자들 사이에 다툼이 잦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제72조 제5항을 통해 “사업시행자는 정관 등으로 정하고 있거나 총회의 의결을 거친 경우 제4항에 따라 제73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는 토지등소유자에게 분양신청을 다시 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해, 정관 개정 또는 총회 의결을 통해 현금청산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뒀다.

최근 필자가 자문하고 있는 한 조합에서 현금청산자의 부동산 물건을 이전받은 한 토지등소유자(이하 민원인)가 현금청산자의 지위를 다투며 조합원 지위 회복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 특히 위 조합에서는 정관으로 ‘일부 환지예정지 소유자에 대해서는 그들을 조합원으로 본다’는 규정을 뒀는 바, 해당 정관의 해석 등이 문제됐다.

민원인은 환지계획상 환지대상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정관 규정과 도시정비법 제72조 제5항을 들어 조합원지위회복을 청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먼저, 정관 규정은 그저 환지처분 대상자들을 조합원으로 본다는 규정일 뿐, 이미 현금청산이 된 사람들의 지위가 다시 회복된다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었기 때문에 위 정관 규정에 근거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도시정비법 제72조 제5항은 총회 의결 또는 정관 규정 내용 등을 통해 ‘재량적’으로 현금청산자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취지일 뿐, 현금청산자에 대해 조합원 지위 회복 기회를 반드시 부여해야 한다는 기속적 내용의 조항은 아니라는 이유로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의 대법원 판례는 “사업시행계획인가가 폐지되거나 실효됐다 하더라도 조합이 일방적 의사로 현금청산자의 조합원 지위를 회복시킬 수 없다”고 판시(대법원 2021. 2. 10. 선고 2020두48031 판결)한 바 있고, 인천지방법원에서는 “‘현금청산자가 사업시행인가 폐지로 인해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정관을 변경했더라도, 이는 원고들이 조합을 탈퇴한 후에 이뤄진 정관변경이어서 이로 인해 원고들이 다시 피고의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인천지방법원 2020. 1. 10. 선고 2018구합55924 판결).

심지어, 무효인 정관에 따라 조합원 지위를 함부로 인정하는 경우, 위 무효인 정관에 기초해 조합원 숫자를 변경한다면, 조합설립변경인가는 물론이고 그 이후의 관리처분계획 및 후속절차가 전부 무효로 될 가능성이 높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두5130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조합이 정관을 개정해 현금청산자의 조합원 지위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뒀더라도, 이미 토지등소유자가 현금청산자 지위를 득한 이후 정관을 개정했다면, 조합은 위 현금청산자에 대해 조합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고, 만약 그렇게 보지 않는 경우 이는 도시정비법 및 대법원의 현금청산자와 관한 법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 된다. 여기에 더해 이전 소유자의 현금청산 의사 결정 권한을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게다가 민원인은 환지예정지 지정 이후 현금청산자 지위를 이전 받으면서 조합으로부터 별도의 합의를 통해 정해진 현금청산금 이외에 별도의 보상금을 득한 바 있었다.

원칙적으로 정비사업의 시행은 조합원이 종전자산을 조합에 귀속시켜 공용환권절차(관리처분계획절차)를 통해 종후자산으로 맞바꿔 비례율에 따라 추가 분담금을 더 부담하거나 청산을 받는 절차로 진행된다.

특히, 재개발사업의 경우 정비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을 전부 조합원으로 보고 있고(강제가입제), 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은 전부 조합원으로 편입돼 현금청산을 할 것인지,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며, 현금청산자와 조합원으로서의 권리 행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현금청산자는 오로지 규정에 의한 금전적 보상만을 받고, 조합원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종후자산만을 분양받는 것이다.

그러나 민원인은 현금청산자의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소유자와는 별도로 보상금을 지급받은 뒤, 다시 조합원의 지위 회복을 청구했다. 이는 다른 현금청산자와 달리 민원인에게 특별한 이익을 보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고, 달리 말해 현금청산자로서 현금청산금 및 보상금을 지급받은 것에 더해 조합원 지위를 회복해 종후자산도 취득하게 해달라는 요청과 다를 바 없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이중보상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원인이 현금청산금 및 보상금을 전부 지급받은 뒤, 다시 조합원의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비사업시행 절차와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어서 불합리하고, 만약 조합이 해당 민원인의 조합원 지위를 함부로 회복하는 경우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의무 등 행사를 규정한 도시정비법 및 조합의 정관 각 규정에 위배될 수밖에 없게 된다.

나아가 다른 현금청산자들의 조합원 지위 회복 여부를 묻지 않고 민원인과 같은 환지처분 대상자에 대해서만 조합원 지위를 회복시키는 것은 조합 내 다른 현금청산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본 사안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도시정비법은 ‘불편부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이 일부 현금청산자들의 몽니에 이기지 못해 정관을 개정하거나 총회 의결까지 거쳐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자 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긴 하지만, 위와 같이 업무 처리를 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현금청산자들과의 형평성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별도의 편익을 부여할 만한 중요한 법적 근거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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