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

‘전 정권’ 사업으로 분류돼 정권교체 후 한때 존폐논란도 제기됐던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이하 공공복합사업)이 지난 8.16 대책에서 ‘민간 도심복합 사업’(신설 예정)과의 교통정리를 통해 계속 추진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12월 현 정부 들어 처음이자 지난 2월 인천 제물포역 일대 이후 11개월 만에 부산 부암지구를 9번째 공공복합사업지구로 지정했고, 9차 후보지로 ‘서울시 강서구 화곡2동 주민센터 인근’ 등 3곳을 지정했으며, 기존의 후보지 중 동의율이 낮은 21곳을 후보지에서 철회했다.

 

◇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은?

공공복합사업은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를 위해 지난 2021년 ‘2.4대책’에서 도입된 새로운 사업 수단이다.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을 통해 별도 조항을 신설해 추진 중이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공공성’ 있는 사업추진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시행하고,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별도의 위원회에서 통합심의를 진행하도록 했으며, 토지주 동의 확보를 위한 ‘추가 수익’ 보장과 동시에 동의하지 않은 자의 토지는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업시행자의 재무적 부담 경감을 위해 ‘현물선납 후 현물보상을 통한 정산’ 방식을 도입하고, 용적률을 상향하며 기부채납을 제한(사업지 면적의 15% 수준)했다.

하지만, 공공복합사업은 도입 초부터 ▲토지주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일방향식 구역 지정과 ▲‘투기수요 유입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 대책발표일 이후 해당 구역 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현금청산하도록 해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을 강하게 받았다. 이 중 후자는 사업 후보지조차 발표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대책 발표일 이후 부동산을 신규 취득하는 모든 거래에 잠재적으로 적용될 수 있었기에 특히 강한 비판을 받았으며, 당시는 여러 규제를 통해 민간 정비사업 추진을 상당히 억제해 놓은 상황이었던 만큼 공공이 시행하는 사업에만 이례적으로 과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컸다.

 

◇ 새 정부에서의 공공복합사업 : 민간개발이 어렵고 주민들이 원하는 곳 중심 추진

한편, 공공복합사업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 정권 사업’으로 인식될 뿐 아니라 민간주도 공급을 강조하는 현 정부 국정 기조와도 맞지 않아 정권교체 후 사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8.16대책’에서 기존에 논란이 있었던 부분을 보완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민간 도심복합 사업’을 신설하면서, 공공복합사업은 사업성이 부족한 곳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결정됐다.

기존 후보지는 원칙적으로 기존의 공공방식을 유지하고 예정지구 지정 등 신속한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만, ‘호응이 낮은 사업장(동의율 30% 미만)은 공공복합사업 후보지 철회 후 민간 사업으로의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현금청산 규정도 개선해 후보지 발표 전 매수한 1주택 소유자에게도 특별공급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과거 사업성이 양호한 곳에 후보지를 대거 지정했던 것에서 선회해, 향후 신규 공공복합사업은 노후주거지 밀집지나 낙후지역 중 민간개발이 어려운 지역에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외에도 지난해 10월에는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주민협의체의 권한을 강화하고, 과거에 구역 내에서 추진했던 타 사업의 매몰비용 등 초기사업비를 지원하며,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승인을 일원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법률이 개정되면 소유주들의 우려 해소와 갈등 완화, 신속한 사업추진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정책방향 전환 평가 : 주거환경 개선 및 소유주들의 선택권 존중 측면에서 긍정적

지난 정부에서의 공공복합사업은 사업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과정’과 관련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즉, ‘도심 내 신속한 주택공급’이라는 ‘공익’(정부주장) 달성을 위해 민간 정비사업 추진은 매우 어렵게 해 놓은 상황 속에서(예 : 2015년~2021년 4월 신규 재개발구역 지정 全無), 주민들의 동의를 충분히 묻지 않은 체 일방향적으로 구역을 지정하고, 사업 시행과정에 주민들의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었을 뿐 아니라, 과도한 현금청산 규정을 적용했기에 많은 비판과 반발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토지주들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 외곽에서의 택지개발과는 달리, 기성시가지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주민 다수의 동의(토지주 2/3, 면적 1/2 이상)가 반드시 필요하기에 상당히 무리한 인센티브가 제공됐다.

예를 들면, 주민 다수가 재개발사업 추진을 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비구역에서 해제했던 옛 증산4구역의 경우, 공공복합사업지구로 재지정한 후 LH가 최초로 발표했던 안에 따르면 대상지 전반적으로 용적률을 대폭 상향했으며, 심지어 일부에서는 3단계(2종 7층→준주거) 종상향을 제공했다. 동시에, 공공기여 의무는 대폭 줄여 기존 정비계획안에 비해 공원 면적이 대폭 감소했을 뿐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공급 세대수 기준으로만 보면 정비계획안에 비해 오히려 축소했다.

이는 민간 정비사업에서는 ‘1단계 종상향’이 원칙일 뿐 아니라, 이를 위해서는 상응하는 공공기여를 해야 하기에 오히려 공원, 도로, 임대주택 등 공공기여 의무가 대폭 증가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것으로,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새 정부에서의 공공복합사업은 주거환경개선사업(공동주택 건설형)처럼 민간개발이 어려운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만큼 노후 주거환경 개선과 주거복지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공공복합사업 추진 의사가 없거나 민간 정비사업을 원하는 곳에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한편으로는 강압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지나친 혜택을 제공해 가면서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아닌,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진행해 나가기에 추진 속도도 오히려 훨씬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최근 주택가격 하락과 공사비 급등, 금융비용 상승 등으로 민간 정비사업 추진 여건이 나빠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법률이 개정돼 토지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일부 해소되고, 향후 성공사례가 축적된다면 공공복합사업 추진을 원하는 지역이 앞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남아있는 과제는?

2000년대 초부터 국가적 지원을 통해 시행된 수용방식의 주거환경개선사업(공동주택 건설형) 추진이 어려워졌던 것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시장 악화로 사업성이 저하된 원인도 있었으나, 동시에 토지수용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일시에 지급돼야 했고, 도시규제 특례가 제한적이어서 LH의 재무구조에 상당한 무리가 발생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2000년대 후반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해 LH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부채 비율 증가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일부 사업의 조정이 이뤄졌던 배경도 있다.

하지만, 공공복합사업은 수용방식이 아닌 ‘현물선납 후 현물보상’을 통한 정산 방식이기에 기존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비해 LH 등 공공기관의 재무적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시규제 특례가 대폭 확대되고 신속한 사업추진이 가능해져 사업성 및 리스크도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서울 등 대도시 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민간 정비사업 방식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힘든 곳이 지금도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 주거환경 개선과 주거복지사업은 매우 중요한 도시정책 분야인 만큼, 앞으로 ‘사업성은 낮으나 필요성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LH 등 공공기관과 공공복합사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다만, 여러 제도적 보완 장치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이 낮은 곳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만큼 재무적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등 공공기관은 ‘수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해야 하기는 하나, 공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도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수익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사업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과 재무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 간의 어려운 균형을 잘 찾아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후 주거지 개선사업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토지등소유자들 간의 이견과 갈등, 토지등소유자들에게 보장하는 ‘추가수익’ 규모의 적절성과 관련한 특혜시비 또는 불만족, 마지막으로 사업성 확보를 위해 과도한 도시규제 완화로 인한 사회적 논란 등도 향후 넘어야 할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공공’사업 적용에 대한 일각의 불만, 입주권(1+1 포함)이나 감정평가 관련 갈등, 종교시설 관련 갈등 등 재개발사업 추진에 있어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추가수익 보장에 대해 특혜시비를 제기할 것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의 수가 부족하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할 것이다. 동시에 또 다른 일각에서는 도시규제 완화로 인한 경관 훼손 등에 대한 불만도 제기할 터다.

공공복합사업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사업추진을 통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유용한 사업수단으로 자리 잡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도시정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