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 한국도시정비협회 자문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태희 부연구위원

전회에 이어, 현금청산자의 청산자 지위 확정시점 및 청산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금청산자는 일반적으로 ‘분양신청기간 만료일 다음날’에 그 지위가 확정된다는 것이 판례이자 통설이다. 대법원은 2010년경,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는 시점은 재건축사업에서 현금청산관계가 성립돼 조합의 청산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시기이자 현금청산에 따른 토지 등 권리의 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시점과 마찬가지로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철회한 조합원은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날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9다81203 판결)했는 바, 현재 위와 같은 법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업시행자가 분양신청을 다시 하는 경우에는 어떠할까? 이는 현행 변경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라 추가적 법리가 필요하게 된 부분인데, 실무상 다소 혼란이 있다.

즉, 2018년 2월 9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시정비법에 따라 신설된 도시정비법 제72조 제5항에서는 “정관 또는 총회의 의결을 거친 경우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분양신청기간 종료 이전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들에게도 분양신청을 다시 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예를 들어 종후건축물 설계에 변경이 생겨 사업시행계획이 중대하게 변경되는 경우, 사업시행자로서는 현금청산자들에게 분양신청기회를 부여하지 않으면 분양신청절차에 절차적 하자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금청산자들에게 분양신청기회를 다시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현금청산자가 다시 분양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조합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시 현금청산 대상 부동산의 매매가격 산정시점이 기존 분양신청기간 만료시점인지, 아니면 새로 진행된 재분양신청기간 만료시점인지 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는 바, 사업시행자의 입장에서는 종래 매도청구소송 상 감정평가시점에 따라 부동산 매입비가 달라지는 상황을 발생시키게 될 것이므로, 사업비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쟁점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 및 대법원에서 비교적 최근에 정리된 법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서울고등법원은 “재건축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계획의 실질적 변경에 따른 재분양신청절차가 존재했고, 이로 인해 현금청산자의 지위는 재분양신청기간 만료일 다음날 확정됐다”는 주장에 대해 “재건축조합이 종래의 사업시행계획을 대폭 변경해 그에 따른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받은 경우 종래의 사업시행계획 및 사업시행인가에 따라 진행한 분양신청 절차에서 받은 분양신청은 더는 그 내용이 유지될 수 없으므로 그 효력이 상실된다고 할 것”이라면서도, “종래의 분양신청 절차에 따른 분양신청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해 원고의 주장처럼 다시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현금청산대상자로 확정된 자들의 경우에도 그 현금청산대상자 확정의 효력이 소멸되고 새로운 분양신청 절차에 따른 규율을 받는다고 보게 되면, 이는 재건축사업에 더는 관여하지 아니하겠다는 의사로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현금청산대상자들의 의사에 반해 그들을 강제로 다시 조합의 법률관계에 편입되도록 하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면서 “종래의 분양신청 절차에 따른 신청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들은 분양신청기간 종료 다음날에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데, 사업시행변경인가가 있다고 해 상실된 조합원 지위가 다시 부활한다고 보게 되면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재개발조합과 관련해 유사한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는데, 재판부는 “재개발조합의 조합원이 분양신청절차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으면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날에 현금청산대상자가 되고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하며, 그 후 그 분양신청절차의 근거가 된 사업시행계획이 사업시행기간 만료나 폐지 등으로 실효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향해 효력이 발생할 뿐이고, 그 이전에 발생한 조합관계 탈퇴라는 법적 효과가 소급적으로 소멸하거나 이미 상실된 조합원의 지위가 자동적으로 회복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원칙론을 되풀이한 뒤, “조합이 새로운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면서 현금청산대상자들에게 새로운 분양신청 및 조합 재가입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단체 자치적 결정으로서 허용되지만, 그 기회를 활용해 분양신청을 함으로써 조합에 재가입할지 여부는 현금청산대상자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몫이지, 현금청산대상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조합이 일방적으로 현금청산대상자들이 조합원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으로 결정하는 것은 현금청산사유가 발생하면 150일 이내에 현금청산을 하도록 규정한 도시정비법 제47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도 반하고, 현금청산대상자들의 의사와 이익에도 배치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법원은 정관이나 총회 결의를 통해 기존 현금청산자에게 재분양신청기회를 주는 것은 시행자의 재량으로 허용되지만(도시정비법 제72조 제5항의 입법과 유사), 무조건 재분양신청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설사 재분양기회를 부여한다 하더라도 조합원의 지위가 재분양신청기간 만료일까지 다시 부활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공히 토지등소유자가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분양신청을 철회한 것을 두고, 이는 현금청산자가 이미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사업시행자는 재분양신청기회를 부여하더라도 현금청산자의 현금청산 의사(분양신청포기 등)를 함부로 추단해 조합원지위를 마음대로 회복시킬 수도 없다고 봤다.

정리하자면, 기존 분양신청결과에 따라 현금청산자 지위가 확정된 자에게, 사업시행자가 재분양신청기회를 부여하더라도 그는 재분양신청을 해야만 조합원 지위를 회복할 수 있고, 그 전에는 현금청산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 다시 말해, 기존 분양신청절차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토지등소유자들의 경우, 기존 분양신청기간 만료일 다음날부터 현금청산자의 지위가 확정되는 것이 명확하고, 청산 절차(매도청구 등) 역시 기존 분양신청기간 만료일 시점을 기준으로 진행돼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의 소지는 남아 있다. 입법 상 재량사항인 관계로 조합에서 현금청산자에게 재분양신청기회를 주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금청산절차 진행 중 사업시행자가 현금청산자에게 재분양신청기회를 부여했는데, 현금청산자가 분양을 신청하는 경우, 기존에 진행됐던 현금청산절차는 전부 중단되거나 소급해 소멸할 것이므로, 부동산 매매가액(또는 수용재결보상액)의 반환, 재매매계약 등 절차, 현금청산절차 진행 과정에서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소요한 비용 등의 정산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도시정비법은 아무런 규율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각 조합의 정관에 전부 위임하는 것 역시 부적절해 보인다. 추후 시행령 등 개정을 통해 정리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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