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나철용 수석변호사

[지역주택조합사업 바로알기]

 

법무법인(유한) 현 나철용 수석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현 나철용 수석변호사

∥ 문제의 소재

주택법에 따른 지역주택조합과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①분담금은 조합이 지정하는 신탁회사 명의로 개설된 단독계좌(이하 신탁계좌)에 개별적으로 입금시킴을 원칙으로 하고 ②이외의 계좌에 입금된 분담금은 인정하지 않으며 ③그로 인해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조합원이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 가입계약자가 신탁계좌에 입금하지 않은 금전을 두고 분담금을 납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주택법에 따른 지역주택조합과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분담금은 조합이 지정하는 신탁회사 명의로 개설된 단독계좌에 개별적으로 입금시킴을 원칙으로 하고 이외의 계좌에 입금된 분담금은 인정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조합원이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진다고 정한 경우, 그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에게 분담금 지급을 청구할 때 조합가입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신탁회사 명의 계좌로 납부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 뿐 조합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요구할 수 없고, 변제 수령권한도 없다”고 판시한 다음 “조합원으로서는 조합이 직접 분담금 지급을 청구할 경우 조합가입계약에 정한 지급방법에 관한 약정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고 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채권을 압류한 채권자에 대해도 그 사유로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설시하면서 신탁계좌에 입금되지 않고 임의의 다른 계좌에 입금한 금원은 조합에 대한 분담금의 입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했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다228575 판결, 대법원 2022. 6. 9. 선고 2021다270494 판결 참조).

 

∥ 검토

가.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고, 그 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를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조합원이 납입하는 분담금은 사업의 주된 재원(財源)이 된다.

따라서 통상적으로는 조합과 업무대행사 그리고 신탁회사가 당사자로서 조합원들이 납입한 분담금 등을 신탁회사가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내용의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이 체결되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조합가입계약서에는 ①분담금은 조합이 지정하는 신탁회사 명의로 개설된 신탁계좌에 개별적으로 입금시킴을 원칙으로 하고 ②이외의 계좌에 입금된 분담금은 인정하지 않으며 ③그로 인해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는 조합원이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으며, 가입계약자가 위와 같은 자금관리 대리사무계약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를 승인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초기 일부 조합 또는 (사실상 사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업무대행사는 신탁계좌가 아닌 제3의 계좌(통상 조합 또는 업무대행사 명의의 계좌)로 분담금 납입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고, 이때 신탁계좌에 입금되지 않은 돈을 두고 분담금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논란이 돼왔다.

특히, 일부 조합에서는 조합원 모집률을 높이기 위해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와 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이른바 임의세대) 신탁계좌가 아닌 제3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존재해 위와 같은 논란을 심화시키는 측면이 있었다.

나.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표준규약안에 따르면, 조합원은 분담금을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고(제10조 제2항 제1호) 조합원이 납입하는 분담금은 조합의 운영 및 사업시행을 위한 자금으로 조달되며(제36조 제1호) 조합원 분담금은 제반여건을 고려해 공평하게 부과해야 하고(제37조 제1항) 조합원의 분담금은 조합주택의 사업목적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고(제38조 제1항) 조합의 사업비는 조합이 지정한 금융기관에 예치하되, 시공사와의 공사계약에 따라 시공사와 공동명의의 계좌를 사용하거나, 신탁회사와 자금관리대리사무 계약을 체결해 신탁회사로 하여금 관리하도록 할 수 있다고(제38조 제2항)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경우 신탁회사와 자금관리대리사무 계약을 체결해 신탁회사로 하여금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조합이 분담금을 반환하거나 사업비 등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지역주택조합의 무분별한 자금 운용으로 인한 조합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조합의 자금인출요청에 대한 수탁자의 심사권을 강화할 현실적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헌데, 주택법 제11조의2가 주택조합의 업무대행자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로 한정하고 있고, 이후 개정된 주택법(2020. 1. 23. 개정돼 2020. 7. 24. 시행된 것) 제11조의2 제3항에서 ‘주택조합 및 주택조합의 발기인은 제2항 제5호에 따른 업무 중 계약금 등 자금의 보관 업무는 제1항 제5호에 따른 신탁업자에게 대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분담금 등 일체의 자금 관리는 신탁업자가 관리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강화된 것으로 보더라도 지역주택조합사업에서 분담금의 관리는 신탁계좌를 통한 독립적인 관리가 원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한편 위 개정법 부칙 제4조에 따르면 시행일 이전에 이미 사용검사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조합도 모두 위 강화된 규정을 적용 받는다).

다. 상기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조합가입계약서상 명시된 신탁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임의의 제3의 계좌로 입금한 금원은 원칙적으로 조합원 분담금으로 인정될 수 없고, 조합은 신탁계좌 이외에 다른 계좌를 통한 분담금의 납입을 요구할 수 없으며 변제 수령권한도 없다”는 대법원의 판시내용은 개정 주택법의 취지를 구현하면서 사업의 재원인 분담금의 공정하고 투명하면서도 독립적인 관리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어서 타당한 것으로 사료된다.

한편, “조합원이 분담금을 제때 납입하지 않는 경우 조합은 이를 이유로 해당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고(표준규약안 제12조 제3항 제1호) 위와 같이 신탁계좌가 아닌 제3의 계좌에 임의로 지급한 금원은 분담금으로 인정될 수 없는 것이므로 조합은 이 경우 해당 조합원을 분담금 미납을 이유로 제명할 수 있고 조합원은 가입계약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한 금원을 공제하고 그 차액만을 돌려받을 수 있을 뿐이며 이는 조합원의 귀책사유에 따른 가입계약의 해지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위 대법원 2022다228575 판결).

물론 제명을 하기 위해서는 소명절차를 부여하는 등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구비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도 조합은 해당 조합원에게 신탁계좌가 아닌 제3의 계좌에 임의로 입금한 금원은 분담금으로 인정될 수 없으므로 현재 분담금이 미납인 상태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미납인 분담금을 납부할 것을 촉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제명절차에 회부할 수밖에 없으며 그 소명기회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합원이 신탁계좌에 분담금을 다시 입금하지 않거나 제3의 계좌에 입금한 금원을 분담금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조합으로서는 분담금 미납을 이유로 제명 및 조합원 귀책사유에 따른 가입계약의 해지가 가능할 것이다.

라. 다만, 사안에 따라서는 신탁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제3의 계좌에 분담금조로 금원을 납입한 조합원의 수(數)가 상당해 이들을 모두 제명 처리하는 것이 사업진행상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총회에서 이들이 제3의 계좌에 입금한 금원의 액수를 기준으로 해당 입금액의 적정 비율(예를 들면 80%, 50% 등)은 분담금 납입으로 인정해주되, 나머지 차액의 경우 특정한 기한 이내에 정상적으로 신탁계좌에 입금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통해 구제하는 방법도 존재한다(필자가 수행한 조합 현장의 경우도 이러한 방법으로 이들을 구제해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총회는 조합의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서 조합과 관련된 업무에 관해 폭넓은 범위에서 의결할 수 있는 자율성과 형성의 재량을 가지는 것이라는 점(대법원 2020. 9. 3. 선고 2017다218987 판결 등 참조)을 감안할 때, 신탁계좌에 입금하지 않은 경우 분담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이러한 총회 결의에 의한 구제책까지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신탁계좌가 아닌 제3의 계좌에 임의로 금원을 지급한 조합원들로서는 이를 분담금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억울할 수 있겠으나,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특성, 조합가입계약의 명시적인 내용, 개정 주택법의 취지 및 조합규약의 내용에 비춰보면 오히려 이를 정상적인 조합원 분담금으로 인정하는 것이 형평에 반하고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다시금 정상적으로 신탁계좌에 분담금을 납입할 기회가 존재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총회 결의를 통해 구제될 길도 열려 있으므로 위 대법원 판결이 부당하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들은 제3의 계좌로 입금을 유도한 자들에 대해 별도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를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이 경우에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그러한 요구를 받은 조합원은 가입계약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어서 과실 상계돼 손해액을 완전히 보상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탁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에 지급한 금원은 분담금으로 인정될 수 없음이 원칙이다. 지역주택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쌍방 당사자인 조합(추진위)과 가입계약자 모두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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