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인석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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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관계

원고는 서울 송파구 일대를 사업시행구역으로 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근거한 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이고, 피고들은 원고의 조합원으로서 사업시행구역 내에 있는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를 각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원고는 2017년 7월 6일 서울특별시 송파구청장으로부터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후 2018년 10월 22일부터 같은 해 11월 23일까지를 분양신청기간으로 정해 조합원들로부터 분양신청을 받았고, 그 후 분양신청기간을 2018년 11월 24일부터 같은 해 12월 7일까지로 연장했으나, 피고들은 각 위 분양신청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다.

원고는 2019년 4월 3일 송파구청장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았고, 같은해 4월 19일 각 피고들에게 “원고는 2019년 7월 2일까지 피고들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도시정비법 제78조 제2항에 따라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통지를 발송해 그 통지는 그 무렵 각 도달했으나, 원고와 각 피고들 사이에서는 협의가 성립되지 않았고, 이에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도시정비법 제73조 제2항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 날인 2018년 12월 8일에 매매계약이 성립했음을 전제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했다.

 

∥ 피고들의 주장

구 도시정비법(2017년 2월 8일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47조 제1항은 토지등소유자가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사업시행자가 분양신청기간 종료일의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현금으로 청산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분양신청기간의 종료일 다음날’이 매도청구의 목적물 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시점이 됐으나, 이후 개정된 도시정비법 제73조 제1항은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계획이 인가·고시된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현금청산 대상자와 사이에 손실보상에 관한 협의를 하고, 이러한 협의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수용재결을 신청하거나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현행 도시정비법 제73조는 수용재결과 매도청구소송을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수용재결에서의 보상액 산정이 ‘수용재결 당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처럼 매도청구소송의 매매가액 역시 ‘매도청구 당시’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해 현행 도시정비법 아래에서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한 날’이 매도청구 목적물의 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시점이 돼야 한다.

 

∥ 법원의 판단

서울고등법원은 도시정비법 관련 규정의 내용과 체계, 개정 연혁 및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현금청산 목적물의 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시점은 도시정비법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분양신청기간의 종료일 다음 날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① 재건축사업에 참가하지 않은 자에 대한 매도청구권은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도시정비법이 재건축 불참가의 의사에 반해 그 재산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특별히 규정한 것으로서 그 실질이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용수용과 같다고 볼 수 있는 반면,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등에 대한 매도청구권은 조합원이 된 토지등소유자에게 분양신청절차를 통해 조합관계에서 탈퇴할 기회를 보장하고, 탈퇴하는 경우 종전자산의 가액을 현금으로 청산해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성격이 상이하므로, 매도청구 대상이 되는 목적물의 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이 수용재결을 신청하는 경우와 반드시 동일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 구 도시정비법 제47조의 위임에 따른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48조 또한 사업시행자가 현금청산 대상자와 협의해 청산금액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던 점에서는 현행 도시정비법과 차이가 없고, 다만 현행 도시정비법은 그러한 협의를 의무화하고 협의기간이 만료된 후 일정기간 내에 수용재결을 신청하거나 매도청구의 소를 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③ 현행 도시정비법 제73조 제1항의 개정 연혁과 이유를 살펴보더라도 개정의 취지가 현금청산 목적물의 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시점을 종전보다 늦추고자 하는 데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④ 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로 긴급하게 정비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토지 등의 수용·사용이 인정되므로, 수용재결에서 보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시점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매도청구소송에서 현금청산 목적물의 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시점을 정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 평석

전부개정 전의 도시정비법 제46조 제1항은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등에 대한 조치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현금으로 청산해야 한다고만 돼 있었고, 다만 위 규정에 대한 해석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예외적으로만 적용되는 재건축사업에서는 조합설립의 동의를 하지 아니한 자에 대한 매도청구 규정을 준용해 ‘분양신청기간의 종료일 다음 날’을 기준으로 현금청산을 할 수 있다고 봤다(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9다81203 판결 등).

한편, 전부 개정된 도시정비법은 정비사업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등에 대한 현금청산을 위해 사업시행자가 먼저 협의 절차를 진행하고, 협의가 성립되지 않음을 전제로 수용재결 또는 매도청구소송을 통해 현금으로 청산하도록 규정을 변경해 구 도시정비법 제46조 제1항의 해석에 따른 종전의 기준이 전부개정 이후로는 유효한 매도청구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심지어는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등에 대한 조치로서의 매도청구소송 절차는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법상의 당사자 소송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서울고등법원은 “도시정비법 제73조 제1항의 개정 이유가 매도청구의 방법을 변경하는 데 있지 않고,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등에 대한 매도청구의 성격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용수용과 같지 않다면서, 도시정비법의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등에 대한 매도청구에서 목적물의 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시점은 분양신청기간의 종료일 다음 날”이라고 봤던 바, 추후 관련 사건에서 본 판결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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