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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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관계

가. 피고는 인천 부평구 일원에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2008년 12월 1일 설립된 조합이다.

나. D교회(대표자 E)는 이 사건 사업구역 내에 있는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이다. D교회는 2017년 12월 2일 당회에서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해 장로인 원고를 D교회 대표로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를 했고, 2017년 12월 31일 사무총회에서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다. 원고는 2020년 1월 18일 피고의 총회에서 상근이사로 선출됐다. 피고는 부평구청장에게 기존 임원을 위 총회에서 선출된 임원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으로 조합설립변경 신고를 했고, 부평구청장은 동년 3월 18일 피고에게 ‘원고는 조합원이 아니어서 임원으로 선임할 수 없으므로, 이를 보완할 것’이라는 취지의 보완요구통지를 했다.

라. 피고 조합은 원고에게 이 사건 사업 시행을 위해 부평구청장의 위 보완요구통지에 따라 원고를 임원에서 제외해 조합설립변경신고를 하겠다고 통지했고, 원고는 조합을 상대로 임원지위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 당사자의 주장

-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업구역 내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D교회는 피고의 조합원 자격이 있다. 조합원이 법인 아닌 사단일 경우에도 그 대표자가 조합임원이 될 수 있으므로, D교회의 당회에서 대표자로 선임된 원고는 조합원인 비법인사단의 대표자로서 피고의 임원 자격을 가진다. 그럼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임원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상근이사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의 상근이사 지위 확인을 구한다.

 

- 피고 조합의 주장

D교회의 등기부상 대표자는 E이고, 피고와의 관계에서만 원고를 대표자로 선출해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의무를 행사하도록 정한 것을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원고가 D교회의 대표자라고 하더라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45조 제5항 제3호에서는 토지등소유자가 법인의 경우에만 그 대리인이 조합임원 또는 대의원으로 선임될 수 있다고 정했으므로, 비법인사단의 대표자인 원고는 조합의 임원으로 선출될 수 없다.

 

∥ 법원의 판단(인천지방법원 2020가합54370 임원지위확인 판결)

가. 도시정비법과 피고의 정관에는 비법인사단이 토지등소유자인 경우 조합원의 권리 행사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물론 여러명이 토지 등을 합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조합원의 자격 및 그 권리 행사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이 여러명의 공유에 속하는 때에는 공유자를 대표하는 1명을 조합원으로 본다는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1호(정관 제9조 제4항)와 법인인 토지등소유자가 대리인을 지정하는 경우 법인의 대리인은 조합임원 또는 대의원으로 선임될 수 있다는 도시정비법 제45조 제5항 제3호(정관 제10조 제2항 제3호)가 있다.

나. 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은 총회에 참석해 정비사업과 관련한 다양하고 중요한 사항에 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도시정비법 제45조), 정비구역 내에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그 소유관계가 법률과 조합의 정관에 정하지 않은 형태라고 해 조합원으로서의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토지등소유자를 조합원으로 한 도시정비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비법인사단은 집합체로서 물건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토지등소유자로서 조합원의 자격을 가진다고 봐야 하고, 단체인 비법인사단의 특성상 그 대표자가 비법인사단의 조합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다. 총유에 대해서는 사단의 정관 기타 규약에 의한다(민법 제275조 제2항). D교회가 속한 H교회의 헌법에 따르면, 이 사건 토지 등은 D교회 명의로 소유하는 재산으로서 D교회의 당회에서 관리하고, D교회의 사무총회는 최고 결의기관으로 장로의 인사에 관한 안건을 처리하며 재산의 관리사항 등의 보고를 받아 그 처리를 승인한다. D교회가 이 사건 토지 등의 소유자로서 갖는 피고 조합원의 지위와 관련해 당회에서 장로인 원고를 대표자로 선임하고 사무총회에서 이를 승인한 이상, 원고는 D교회의 대표자로서 당연히 피고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D교회가 2년 이상 이 사건 토지 등을 소유해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D교회는 피고의 정관 제14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조합임원의 자격이 있고 원고는 D교회의 대표자로서 피고의 임원도 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따라서 피고의 임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원고는 피고의 2020년 1월 18일자 총회에서 상근이사로 선출됨으로써 피고의 상근이사의 지위에 있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

 

∥ 위 판례와 모순되는 가처분 결정(임원 후보자등록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

가. B 교회는 A 재개발조합(채무자)의 사업구역 내에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하고 있고, B 교회는 2017년 당회에서 C를 B 교회의 대리인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를 했으며, 위 결의에 따라 C에게 A 재개발사업에 대한 권리행사 등 제반 사항을 위임했다.

A 조합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조합장을 선임하기 위해 조합장 입후보 등록신청을 받아 C, D, E 에 대한 조합장 입후보 등록을 확정하고, 이를 공고했다.

채권자는 “채무자 조합의 개정 전 정관에 따르면 법인의 대리인은 채무자의 대의원으로 선임될 수 있을 뿐 임원이 될 수 없으므로(제10조 제2항 제3호), B 교회의 대리인인 C는 채무자 조합의 임원인 조합장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컨대 채무자 정관은 조합 임원의 자격과 관련해, 입후보 등록 공고일 현재 거주요건 내지 소유요건을 충족한 조합원 및 위 요건을 충족하는 법인인 조합원의 대리인이 조합 임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정관 제15조 제2항, 제10조 제2항 제3호), 도시정비법 제45조 제5항 제3호 역시 법인의 대리인이 조합 임원으로 선임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채무자 정관 및 도시정비법은 비법인사단이 조합원인 경우, 비법인사단의 대리인이 채무자의 임원 또는 재개발조합의 임원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 비법인사단은 단체로서의 실질을 가진다는 점에서 민법상 법인과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비법인사단은 민법상 법인과 달리 주무관청으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률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권리능력을 가질 뿐이다. 그 결과 법인은 해당 법인 명의로 재산을 소유할 수 있지만, 비법인사단은 그 구성원인 사원들이 총유의 형태로 재산을 소유한다(민법 제275조 내지 제278조). 또한 민법상 사단법인이 사단의 재산에 관해 소를 제기할 때 그 대표자는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채 그 사단법인의 명의로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비법인사단이 총유재산에 관한 소를 제기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표자가 사원총회의 결의를 거쳐 그 비법인사단 명의로 소를 제기하거나, 구성원 전원이 당사자가 돼 필수적 공동소송의 형태로 제기해야 한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다46600 판결,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4다4497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처럼 비법인사단은 권리능력, 재산소유의 형태, 의사결정 방법 등에 있어 법인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비법인사단이 단체로서의 실질을 가져 법인과 공통점이 있다는 사정만 가지고 조합원 권리의 대리행사에 관한 규정인 채무자 정관 제15조 제2항, 제10조 제2항 제3호 및 도시정비법 제45조 제5항 제3호가 비법인사단에 곧바로 유추적용 된다고 볼 수는 없고, 위 정관 및 도시정비법 규정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야 비로소 위 규정들의 유추적용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위 채무자 정관 및 도시정비법 규정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볼 수 없고 ▲비법인사단도 조합원으로서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해 총회 의결권 등 조합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점 ▲조합의 임원 또는 대의원이 조합의 대표권, 사무집행권, 감사권 등 조합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으나 이러한 권한은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위해 부여된 것이지 해당 임원 또는 대의원 개인의 이익을 위해 부여된 것이 아니어서 임원 또는 대의원으로 선임되지 못하는 것은 위와 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이익을 향유하지 못하는 것에 그칠 뿐이지 조합원의 이익을 침해받는 것은 아닌 점 ▲비법인사단은 의사 결정과 대표권 행사 측면에서 법인보다 절차가 복잡하거나 신속하지 못하므로 비법인사단의 대리인이 조합의 임원 또는 대의원이 되면 본인인 비법인사단의 사정에 의해 효율적인 권한 행사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비법인사단을 법인과 차별해 규율할 필요성도 있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춰보면, 비법인사단의 대리인에게 임원 또는 대의원의 피선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채무자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 후보자로 C를 등록한 결정 및 C의 후보자등록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가 인정된다.

 

∥ 결론

임원의 지위 확인을 구하는 본안 판결(첫 번째 사례)과 임원 후보자등록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두 번째 사례)은 사실관계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모순된 결론에 이르게 됐다. 이는 결국 도시정비법 제45조 제5항 제3호와 조합정관의 해석에 관한 차이로 귀결된다.

첫 번째 사례는 ‘정비구역 내에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그 소유관계가 법률과 조합의 정관에 정하지 않은 형태라고 해 조합원으로서의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토지등소유자를 조합원으로 한 도시정비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비법인사단(교회)의 대표자로 선임된 자의 조합원 자격과 조합 임원으로의 선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반대로 두 번째로 소개한 가처분 사례는 ‘비법인사단(교회)은 권리능력, 재산소유의 형태, 의사결정 방법 등에 있어 법인과 차이가 있으므로 비법인사단이 단체로서의 실질을 가져 법인과 공통점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조합원 권리의 대리행사에 관한 규정인 채무자 정관 제15조 제2항, 제10조 제2항 제3호 및 도시정비법 제45조 제5항 제3호가 비법인사단에 곧바로 유추적용 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전제하에 이를 부정했다.

그러나 두 번째 사례는 법인격 유무라는 형식적인 틀에 갇혀 조합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편협한 사고에 빠지는 누를 범했다고 생각한다.

비법인사단에 대해서는 법인에 관한 민법규정 가운데서 법인격을 전제로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를 유추적용한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2. 10. 9. 선고 92다23087 판결 등)에 의하면 도시정비법 제45조 제5항 제3호 및 채무자 정관 제15조 제2항을 비법인사단에도 유추적용해야 한다.

정비사업조합에서 사업구역 내에 토지등소유자가 법인격이 있는 법인이든 비법인사단이든 동일하게 1인의 조합원으로서 피선거권 등 조합원의 권리는 평등하게 취급해야 함은 자명할 것이고, 이에 더해 법인에 관한 민법규정을 비법인 사단에도 유추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더하면, 비법인 사단의 대표 또는 위임을 받은 대리인을 법인의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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