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진의 인지여부와 관계없어”

반포주공3단지(현 반포자이) 재건축조합과 GS건설이 수천억에 달하는 개발이익을 놓고 벌인 법정 싸움이 10여년만에 조합측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법원 제3부는 지난 5월 12일 반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이 GS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2013다49381)에 대해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법정 다툼의 경과

GS건설은 지난 2001년 11월 반포주공3단지 아파트 조합 창립총회에서 사업참여제안서를 통해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조합원의 무상지분 권리금액을 평당 약 2368만원으로, 평균 무상지분율을 171.84%로 산정하되 조합원들에게 우선분양하고 남은 아파트 잔여세대를 일반분양할 때 실제 일반분양금 총액이 당초의 예상 일반분양금 총액보다 10% 이상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분을 조합원들의 수익으로 환급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조합은 전체 조합원 2510명중 80%가 넘는 2151명으로부터 위 사업참여제안서와 같은 내용의 재건축동의서를 교부받아 당시 법령에 따른 재건축결의를 이뤘다.

또한, 조합은 2002년 9월 GS건설과 위 사업참여제안서의 내용과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했는데, 약정에는 “GS건설의 귀책사유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정부의 정책변경이나 행정명령 등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경우 주택건설촉진법령, 건축법령 등 관계 법령의 범위 내에서 원고에게 공사변경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 경우 조합과 GS건설은 협의해 공사를 변경한다(제28조)” “위 공사변경이 있는 경우, 조합의 요구에 의한 설계변경이 있는 경우, 일반분양가 총액이 10% 이상 증가되는 경우 조합과 GS건설이 합의해 조합원 무상지분 권리금액을 조정한다(제29조)”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진행된 본계약 협상과정에서 GS건설은 정부의 정책변경 등으로 최소 2000억원의 추가비용 발생요인이 생겼음을 주장하면서 이를 전액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조합은 ‘10% 이상 초과분에 대한 배분을 받지 않는 대신 추가 발생 비용(2000억원)을 포함한 모든 사업비용을 시공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되, 각 조합원의 무상지분 권리금액을 평당 약 2452만6000원으로 책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본계약안을 마련했다.

또한 2005년 2월 총회를 개최해 재적조합원 2516명 가운데 약 55%에 해당하는 1378명의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 같은 달 본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조합은 GS건설이 요구한 추가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부동산 시장 또한 좋지 않아 분양 수익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는 조합의 판단미스였다. 부동산 경기가 다시 좋아졌고, 반포자이가 입지 등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분양을 완료해 GS건설은 3000억원이 넘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반포주공3단지 일부 조합원들은 “총회 결의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효”라며 위 본계약의 무효확인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법정다툼이 시작하게 됐다.

이후 해당 사건에 대해 제1심 및 항소심에서는 각각 ‘청구기각’과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됐으나, 대법원은 2009년 1월 30일 “본계약과 관련된 안건은 당초 재건축결의 시 채택한 조합원 비용분담 조건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에 해당해 그 결의를 위해서는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관리처분총회에서 안건에 동의한 조합원이 이에 미치지 못한 만큼 결의는 무효”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10년 2월 19일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이 사건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라고 판시,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판결이 확정되자 조합원들은 조합장들을 새롭게 선출하는 등 새로운 조합을 구성해 지난 2010년 분양 수익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에 나섰다. 그러나 이 소송은 한동안 계류됐다. 비용이 발생하는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소송 진행을 위한 변호사 선임과정에 대한 조합원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했기 때문이다.

이에 조합은 2012년 3월 총회를 개최해 소송 대리인 선임에 대해 조합원들의 의결을 받은 후 다시 소송을 재개했다.

또한 해당 소송에 대해 하급심은 “비록 이 사건 결의가 무효로 확정됐다 하더라도, 비법인사단의 대표자가 ‘정관’에서 총회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한 대외적 거래행위를 그 결의를 거치지 않고 한 경우, 거래 상대방이 그러한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가 아니라면 그 거래행위는 유효하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경우 거래 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은 이를 주장하는 비법인사단(조합)측이 주장ㆍ증명해야 한한다. 또한 ‘법령’에서 법인 대표자의 대표권을 제한하고 있는 경우에도 그 대표권 제한에 위반된 대표자의 행위를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법인의 이익 또는 법인 구성원의 이익과 대표자의 행위를 유효한 것으로 신뢰한 거래상대방의 이익 또는 거래의 안전을 비교 형량해 후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큰 경우 그 거래행위를 일단 유효로 하되, 거래상대방이 대표권 제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GS건설이 본계약과 관련된 안건에 특별결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계약이 무효인데, 이에 대한 증거가 없는 만큼 본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과는 달랐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대법원 제3부는 먼저 “도시정비법에 의한 재건축조합의 정관은 재건축조합의 조직, 활동, 조합원의 권리의무관계 등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으로서 공법인인 재건축조합과 그 조합원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는 자치법규이므로 이에 위반하는 활동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구 도시정비법(2005년 3월 18일 개정되기 전의 것)은 시공자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이 조합원의 비용분담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해 이를 정관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제20조 제1항 제15호), 정관 기재사항의 변경을 위해서는 조합원의 2/3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0조 제3항)”며 “그러므로 시공자와의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에 관한 안건을 총회에 상정해 의결하는 경우 그 내용이 당초의 재건축결의 시 채택한 조합원의 비용분담 조건을 변경하는 것일 때에는 비록 그것이 직접적으로 정관 변경을 하는 결의가 아니라 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정관을 변경하는 결의이므로 그 의결 정족수는 정관변경에 관한 규정인 구 도시정비법 제20조 제3항, 제1항 제15호의 규정을 유추적용해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를 요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나아가 조합원의 비용분담조건을 변경하는 안건에 대해 위와 같이 특별다수의 동의요건을 요구함으로써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고 권리관계의 안정과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고자 하는 도시정비법 관련 규정의 취지에 비춰 보면, 재건축조합이 구 도시정비법의 유추적용에 따라 요구되는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당초의 재건축결의 시 채택한 조합원의 비용분담조건을 변경하는 취지로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계약은 효력이 없다”며 “계약체결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강행법규에 위반한 계약은 무효이고, 이 경우 계약상대방이 선의ㆍ무과실이라 하더라도 민법 제107조의 비진의표시의 법리 또는 표현대리 법리가 적용될 여지는 없다. 따라서 도시정비법에 의한 재건축조합의 대표자가 그 법에 정한 강행규정에 위반해 적법한 총회의 결의 없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러한 법적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거나 총회 결의가 유효하기 위한 정족수 또는 유효한 총회결의가 있었는지에 관해 잘못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 계약이 무효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총회결의의 정족수에 관해 강행규정에서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강행규정이 유추적용돼 과반수보다 가중된 정족수에 의한 결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결의 없이 체결된 계약에 대해 비진의표시 또는 표현대리의 법리가 유추적용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강행규정이 유추적용되는 경우라고 해서 강행법규의 명문 규정이 직접 적용되는 경우와 그 효력을 달리 볼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민법 제107조(진의 아닌 의사표시)

①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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