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이기영 변호사

[지역주택조합사업 바로알기]

 

법무법인(유한) 현 이기영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현 이기영 변호사

∥ 서설

국토교통부에서 2022년 5월 펴낸 지역·직장주택조합 표준규약 제12조 제4항은 “탈퇴, 조합원 자격의 상실, 제명 등으로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 자에 대해서는 조합원이 납입한 제 납입금에서 소정의 공동부담금을 공제한 잔액을 환급청구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급하되, 총회의 의결로서 공제할 공동부담금 및 환급시기를 따로 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상당수 지역주택조합 규약은 조합원 지위의 중도 상실 시 업무대행비를 포함해 기납부 분담금 중 일정 수준의 금원을 공제한 뒤 남은 잔액을 환급하도록 정하면서,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로 대체돼 입금이 완료됐을 때’를 환급시기로 명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위 문언에서 지칭하는 환급시기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취지

국토교통부 표준규약 제12조 제4항이 후단에서 ‘총회의 의결로서 공제할 공동부담금 및 환급시기를 따로 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것은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납부하는 분담금을 주요 재원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위 표준규약 해설서의 주석에서도 “주택조합의 사정에 따라서는 자금능력의 부족으로 조속한 환급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고, 이러한 경우에도 조속한 상환을 강제한다면 잔존 조합원의 피해가 클 것이므로 예외적으로 총회의 의결로서 환급시기를 사업완료 후 등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라는 점을 명기하고 있다.

실제 각 조합규약들이 구(舊) 조합원에 대한 환급시기를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로 대체돼 입금이 완료됐을 때’라는 불확정기한으로 정하고 있는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만일 사업 도중에 갑작스럽게 이탈하는 자들에 대해 즉각 분담금을 반환해줘야 한다면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조합의 사업일정 및 자금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전체 조합원의 이익 침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해야 하는 결론은 지역주택조합과 같은 비법인사단을 지배하는 단체법적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 즉, 장래 환급을 정한 규약 내용은 조합의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판례 역시 위와 같은 규약의 효력이 문제된 사례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거나 사업이 실패하면 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이 그에 따른 손실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일부 조합원이 탈퇴 등의 사유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해 분담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잔존 조합원들에게 분담금 반환을 위한 추가 재원 마련의 부담을 부가하지 않으면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조합원을 대체하는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가 모집될 때까지 분담금의 반환을 보류하는 것은 관련 당사자들의 적절한 이익의 조정에 해당한다”(대구고등법원 2020. 2. 14. 선고 2018나24340 판결 참조)거나 ▲“자격을 상실한 조합원에 대해 즉시 이미 납부한 분담금의 반환을 강제할 경우 갑작스러운 조합원의 감소와 조합재원의 유출로 지역주택조합에 예기치 않은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다른 조합원의 이익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납입금의 환불 범위나 시기에 관해 일정한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고, 조합원 가입계약에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사람에게 환불할 납입금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거나 그 시기에 제한을 두는 것은 거래상 일반적이다 …(중략)…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사업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거나 사업이 실패하게 되면 그에 따른 손실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데, 이러한 지역주택조합의 성격을 감안하면 일부 조합원이 자격 상실 등의 사유로 분담금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잔존 조합원들에게 분담금 반환을 위한 추가 재원 마련의 부담을 지우지 않고 조합원을 대체하는 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가 모집될 때까지 분담금 반환을 보류할 필요성이 있다”[부산고등법원(창원) 2021. 6. 3. 선고 2020나12779 판결 참조]고 판단하고 있다.

심지어는 위 규약의 내용이 조합원 가입계약에 편입돼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함을 넘어서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해 형평에 어긋난다거나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주 : 물론 조합규약 자체는 약관규제법의 적용대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약관규제법 위반 주장 역시 배척하고 있기도 하다(대구고등법원 2020. 2. 14. 선고 2018나24340 판결 참조).

조합규약은 지역주택조합의 전체 조합원뿐만 아니라 조합의 기관까지도 구속하는 근본규칙이자 자치법규에 해당하는바(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다237100 판결 참조), 일선 법원 역시 분담금 환급시기를 장래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조합규약의 효력을 존중하면서 구 조합원에게도 그 구속력이 미치는 것을 전제로 구체적인 판단에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 문언의 구체적인 해석례 및 검토

위 문언의 구체적인 해석과 관련해 법원은 ▲“위 규정은 ‘신규조합원 및 일반분양자로 대체돼 입금이 완료됐을 때’라는 사실을 불확정기한으로 해 분담금 반환에 관한 이행기를 정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피고의 신규조합원 또는 피고로부터 일반분양을 받은 사람이 원고의 조합원 지위를 승계 또는 대체해 분담금 또는 분양대금을 납부했다거나 피고가 추진하는 사업이 무산돼 그러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분담금 반환청구권은 아직 그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거나(울산지방법원 2020. 6. 18. 선고 2019가합15072 판결)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분담금 환급시기와 관련해 원고에게 유효한 총회의 의결이 따로 없는 이 사건에서는, 피고 규약 제15조 제1항에서 정한 바와 같이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가 대체돼 납기일이 도래한 부담금 일체에 대해 입금이 완료된 때’를 그 이행기로 봐야 할 것이고, 그 구체적인 의미는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가 피고와 사이에 당초 원고가 배정받았던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조합가입계약 또는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그 조합원 분담금 또는 분양대금을 전부 납부한 때’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불확정기한으로서 위와 같은 사유가 발생한 사실 또는 위와 같은 사유가 발생하지 아니할 것으로 확정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분담금 반환의무는 그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는 등[부산고등법원(창원) 2022. 5. 12. 선고 2021나14055 판결 참조] 당해 구 조합원을 대체하는 자가 아직 충원되지 않았다면 곧바로 환급금을 반환받을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앞서 살펴본 대구고등법원 2018나24340 사건에서는 ① 분담금 환급시기를 원칙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조합원의 조합원 지위 상실일 순서에 따라 조합원 지위 상실 조합원과 1대1로 대체되는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가 납입한 분담금(신규조합원의 경우) 또는 분양대금(일반분양자의 경우)이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조합원에게 반환할 분담금 상당액에 이르게 된 때’라고 해석하면서 ② 조합원 지위 상실 시기가 같은 조합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그 조합원들 사이의 조합원 지위 상실 시기의 순서를 정할 수 없고, 그에 따라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전체 조합원들을 대체하는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를 개별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조합원의 수를 초과해 신규조합원 및 일반분양자를 모집한 경우에는 ‘신규조합원 또는 일반분양자가 납입한 분담금 또는 분양대금의 총액이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조합원들에게 반환할 분담금 총액에 이르게 된 때’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정밀한 판단을 내렸는 바, 당초 규정의 취지와 목적을 감안하면 구체적 타당성과 정합성을 갖춘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환급시기의 미도래’라는 주제는 결국 ‘장래 이행의 소’가 가능한지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장래의 이행을 청구하는 형태의 소송은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제기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51조).

여기서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 함은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거나 조건 미성취의 청구권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미리부터 채무의 존재를 다투기 때문에 이행기가 도래하거나 조건이 성취됐을 때에 임의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고, 단지 이행기에 이르거나 조건이 성취될 때에 채무자의 무자력으로 말미암아 집행이 곤란해진다던가 또는 이행불능에 빠질 사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다2557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현재 소송 중인 조합이 장래 환급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점과 그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으면서, 다만 아직 환급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항변만을 하는 경우에는 원고에게 자신의 분담금 반환청구권을 미리 청구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원고가 장래 이행의 형태로 청구를 하는 경우 민사소송법 제251조 소정의 ‘미리 청구할 필요’가 인정될 수 없어 해당 소송은 부적법 각하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관련 쟁점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은 위와 같은 점을 숙지해 적극 주장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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