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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우리 그냥 정비사업 하게 해주세요!”정비사업 현장, 구역해제로 몸살
김진성 기자 | 승인 2017.06.30

# 서울 도봉구에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동네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어 문 밖에 나가는 것조차 꺼려질 지경이다. 정비사업을 진행하던 중 정비구역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구역해제 찬성표를 던진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공교롭게도 해당 투표의 결과 단 3표차로 구역해제가 결정되고 정비구역이 해제됐는데, 이후 집값이 떨어지고 공가가 늘어나는 등 동네 분위기 암울해졌기 때문이다. A씨는 “정비사업을 다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 때 구역 해제를 찬성했는지 답답하기만 할 따름”이라고 말한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다가 구역해제가 된 구역들을 살펴보면, A씨처럼 과거를 후회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비사업 진행이 여의치 않고, 분담금도 걱정돼 정비구역 해제를 찬성했는데, 막상 정비사업이 중단되고 나니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 탓이다. 난개발이나 집값하락 등의 문제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아직까지도 구역해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초, 지난 3월까지였던 정비구역 직권해제 기한을 올 연말까지로 연장했으며, 경기도도 지난 3월 구역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경기도 정비구역 해제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원시가 ‘토지등소유자 10%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면 주민들의 의견 조사를 통해 정비구역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새로운 출구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구역해제만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일부 구역들의 경우 많은 주민들이 정비사업 진행에 뜻을 모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역해제 논의가 진행돼 사업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장위뉴타운 흔든 서울시 정비구역 직권해제

한 때 서울시 최대 뉴타운으로 꼽혔던 성북구 장위뉴타운은 현재 사업지가 거의 반토막난 상태다. 전체 15개 뉴타운사업구역 가운데 8․9․11․12․13구역이 구역해제 됐기 때문이다. 연초에는 “장위 14․15구역도 해제 위기다”라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문은 사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먼저, 장위14구역의 경우 올해 1월 2일 서울시에 통보된 1/3 직권해지동의안이 지난 5월 11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결과 ‘부동의’ 처리돼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직권해지 동의서가 지분쪼개기로 작성됐다”는 것이 부동의 사유였다.

사실, 장위14구역은 매년 총회를 진행하고, 조합원들의 총회 참석율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정상’ 사업장이었다. 2010년 SK건설과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선정한 후 사업비 지원이 지속되는 등 협력업체들의 사업진행 의지도 높았다. 이와 같은 정상사업장이 괜한 구역해제 논의로 한동안 몸살을 앓은 셈이다.

그나마 장위14구역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장위15구역의 경우 현재까지도 구역해제 논란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장위15구역은 추진위측이 구청에 해제동의서 위변조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요청이 거부되고, 해지동의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결과 ‘동의’ 처리되면서 주민의사결정을 위한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장위15구역 역시 정비사업 사업진행에 대한 주민들의 열의가 커 사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위15구역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현재는 구역해제 동의서 징구에 적극적이었던 주민들을 포함한 대다수의 주민들이 사업진행에 뜻을 모으고 있다”며 “이에 구역해제에 대한 걱정은 덜었지만, 구역해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업진행이 불가능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제논란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장안 111-3구역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수원시 장안 111-3구역에서는 지난해 12월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이 해제동의서 징구에 나서면서 구역해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만 해도 장안 111-3구역은 몇 년간 사업이 정체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월 29일 진행된 임시총회가 많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료하고, 시공자측으로부터 사업비 대여금을 받는 등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해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 또한 커졌다.

그러던 중인 얼마 전, 조합으로서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수원시가 지난 5월 8일자로 정비구역 해제를 위한 공람․공고를 진행한 것. 알고 보니 총회를 며칠 남겨두고 이미 구역해제 동의서가 접수됐던 상황이었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수원시가 공람․공고 개시 이틀 뒤인 5월 10일 해당 공람․공고의 취소 공고를 냈다는 점이다. “수원시 정비구역 등의 해제 기준 제4조 제1항 제2호에 의한 정비구역의 해제 요건 미충족”이 취소사유였다. 해당 기준 조항은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 또는 토지면적(국‧공유지 제외)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토지소유자의 동의로 정비구역 등의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역해제 논란이 위와 같은 공람․공고 취소로 종결됐으면 ‘웃지 못 할 해프닝’ 정도로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11-3구역의 구역해제 논란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조합측은 취소공고를 확인하고 구역해제신청이 반려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수원시측이 지난 6월 30일까지의 ‘보완기간’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111-3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 이지수 조합장은 “정비구역 해제동의서의 동의율이 충족되지 않으면 당연히 접수된 서류를 반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청측은 조합 동의서 징구 규정인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8조 등을 적용해 보완기간을 준 데 이어 두 차례나 기간을 연장했다”며 “게다가 해제동의서를 철회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에게는 보완 기간 동안에도 철회의 기회를 불허하고, 해제를 동의하는 조합원들에게는 동의서를 보완해오라고 시간을 주고 있으니, 이는 누가 봐도 불공평한 것 아니냐.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제 공람․공고부터 진행했다가 곧바로 취소공고를 낸 것만 봐도 시의 의지가 구역해제 쪽에 편향된 것을 알 수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이 조합장은 “정비사업의 진행여부를 결정하는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구역은 지난 총회에서 ‘지지부진 했던 그동안의 정체를 잊고, 사업정상화에 힘쓰자’고 중지를 모은 상황으로, 심지어 해제동의서를 제출했던 조합원 중 조합임원에 선정된 사람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의 뜻은 무시한 채 보완기간이 연장됨으로써 사업을 진행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에 따라 조합원들의 불안감 또한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구역해제 신중해야

성공적인 정비사업을 위해서는 사업기간 단축을 통한 사업비 절감이 필수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 간의 반목이나 소송 등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각 지자체들이 정비구역 해제를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제도를 앞 다퉈 도입하는 등 정비사업 진행에 부정적 요인들이 확대되면 정상적으로 사업추진이 가능한 곳도 주민들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곧 사업지연과 주민부담 증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많은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난개발이나 슬럼화 등 구역해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일몰제 도입 초기부터 우려됐던 매몰비용 문제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이는 비단 구역해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토지등소유자뿐만 아니라 정비사업 현장의 희비를 갈리게 만드는 정책 및 제도수립권자 명심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주민들 대다수가 정비사업 진행을 반대할 경우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는 제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구역해제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할 문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구역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구역해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정비사업 현장들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김진성 기자  mircom06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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