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2019년 업무계획’ 발표

재개발 관리처분수립 전 세입자 참여 협의체 구성 의무화대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 상향하고 동절기 퇴거 금지

조합설립 후 정비회사 재선정, 정비회사 자금 대여 제한

 

앞으로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20% 이상으로 높아지고, 정비계획수립 시 사업에 따른 주민 부담사항을 정비계획에 포함해야 하는 것은 물론, 관리처분계획 수립 전에 임차인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의무화된다.

또한 추진위원회 때 정비회사를 선정했더라도 조합설립 후 재선정하도록 하고, 정비회사가 추진위원회나 조합에 자금을 대여하는 것도 제한된다. 이와 더불어 수주비리를 반복한 시공자는 정비사업에서 영구 배제하는 ‘3진 아웃’도 도입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9년 국토교통부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 재개발 임대비율 상향

재개발사업은 현행보다 임대주택 건설의무비율이 높아진다. 현재 도시정비법 제10조(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에서는 “전체 세대수 또는 전체 연면적의 100분의 30 이하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9조(주택의 규모 및 건설비율)에서는 “주택 전체 세대수의 100분의 15 이하”로 규정하되, 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5~15%의 범위로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관련법을 개정해서 15%인 현재의 상한비율을 ‘20% 이하’ 등으로 높이고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대주택 건립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재개발조합 등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과 최근 인기를 모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현재에도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추진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상향되면 사업성이 더욱 낮아지게 돼 ‘사업포기’ 현장들도 상당수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각 재개발조합들과 관련 단체들은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향이 가져올 여파를 면밀하게 분석, 집단행동으로 나설 가능성도 검토중이다.

 

◇ 사전협의체 구성 의무화 및 동절기 퇴거 금지

재개발사업의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 사전협의체 구성 의무화도 불만을 사고 있다.

사전협의체 구성은 ‘용산참사’ 이후 강제철거 제한책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도시정비조례와 ‘협의체 구성 및 운영 기준’에 따라 분양신청기간 종료일부터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총회 전까지 3회 이상 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사업시행자와 이주대상자간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이주대상자가 조정위원회의 조정을 신청한 경우, 협의체 운영 중단 또는 조속재결신청 등으로 사실상 협의가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조기 종료할 수 있되, 이 경우에도 이주대상자 중 미협의자가 많거나 추가로 협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협의체를 연장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의 이번 업무계획에 협의체 구성 의무화가 포함된 것도 서울시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참사 10주년을 맞이해 강제철거를 사실상 근절하기 위한 방침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은 “사전협의체 제도나 인권지킴이단 활동 제도화 등의 방법을 통해 강제철거가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며 “도시정비법에 관련 조항이 반영되도록입법화하고, 사전협의체 운영 등을 지키지 않을 경우 벌칙조항도 포함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협의체 운영이 유명무실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협의체의 주요 대상 자체가 조합과 협의를 거부하고 있는 이주자인데, 이들은 법령 및 정관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조합이 산정한 이주비 등을 거부한 채 “더 많은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어 협의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협의체는 조합, 세입자, 전문가 등으로 이루어진 협의체가 서로의 입장만 고집하는 회의를 3회에 걸쳐 했을 뿐 협의가 이루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3회의 협의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친 후 소송 등의 법적 절차를 통해 마무리된다.

국토부가 이번에 밝힌 동절기 퇴거 제한도 협의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사전협의체 제도 자체가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강제철거를 예방하기 위해 이해당사자 사이에 ‘충분한’ 사전협의를 진행하도록 서울시가 지난 2013년 도입한 제도다. 2016년에는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 사전협의체 협의 결과를 반영토록 조례도 개정했다.

이후 서울시에서는 사실상 동계에는 이주가 어려워져 사업기간이 늘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재개발사업의 이주기간은 통상 3~6개월이며, 때로는 이보다 훨씬 길게 잡히기도 한다. 문제는 이주기간이 늘어날수록 금융비용 등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 따라서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동계 퇴거금지 등을 강제하기보다는 조합원과 세입자의 조속한 이주가 가능한 방향의 이주촉진대책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정비회사 재선정, 자금대여 금지

조합설립 후 정비회사를 재선정하도록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아 도입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

정비회사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돼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 사실상 조합과 함께 정비사업을 모든 분야를 책임지는 직역이다. 2003년 도시정비법 시행 당시에도 정비회사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법제화됐었다.

이후 한때 500곳을 상회하던 정비회사들은 경기침체와 규제 강화 등에 따라 부침을 겪어 최근에는 300곳 정도로 크게 줄었고, 이들 업체들도 축소된 정비사업 시장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당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대로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정비회사를 조합설립 후 재선정하도록 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업체간 과당경쟁은 정비사업에도 영향을 미쳐 분쟁 및 사업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가뜩이나 어렵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정비회사들로서는 추진위원회 단계에 조합설립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쳐야 하고, 조합 입장에서도 수년간 합을 맞춰온 정비회사를 변경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해지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정비회사의 자금대여 제한은 정비회사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비기금이 풍부한 서울의 경우 공공관리 등을 통해 사업비 대여가 일정부분 가능하지만, 지방의 경우는 이를 부담할 자치단체 자체가 거의 없다. 서울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추진위원회 등이 요청하는 사업자금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일선 추진위원회와 조합으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따라서 대개의 경우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하는 설계자와 정비회사 등의 협력업체들이 자금을 대여해야만 시공자를 선정할 때까지의 사업운영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은 “지금도 조합이나 추진위원회에서 정비회사에 운영자금 대여를 요구하지만 실제 자금조달이 가능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정비회사는 일부에 불과하다. 공공에서 대신 지원을 해준다면 정비회사로서도 나쁠 게 없다”면서 “하지만 공공에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그 재원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지 등 추진위원회나 조합 운영비 조달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우선 제시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발표에서 정비사업 현장 수주와 관련해 각종 비리와 부정 등을 저지르는 건설사들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과 관련해 수주비리 등을 반복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3진 아웃제도’를 도입해 아예 정비사업에서 영구 배제하도록 하고, 정비회사도 선정비리가 있을 경우 입찰무효 등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도시정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