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피앤씨 강신봉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강신봉 대표 신한피앤씨 /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강신봉 대표 신한피앤씨 /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

정비사업 또한 ‘사업(事業)’의 일종임이 분명하지만, 일반적인 영리목적 사업과는 꽤나 다른 특수성이 있다. 특히 사업을 이끌어 가는 조합장의 지위는 다른 기업의 CEO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크다고 할 것이다.

작은 것 하나조차 재량껏 하기 힘든 자리가 바로 조합장의 위치다. 모든 자금집행이 공개되고, 조합장으로서의 의무가 대단히 강조된다는 점에서 더 많은 책임감을 갖지 않는다면 버티기 힘든 자리임에 틀림없다. 또한, 경영자의 마인드를 갖지 않는다면 사업의 고비를 헤쳐나가는 지혜를 모으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문성을 가지려는 노력도 조합장의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

이제 조합장은 수십여 전문업체를 조율하고 사업일정을 관리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가 됐다. 여기에 더해 사업단계마다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난제들을 만날 때 ‘정말 이러려고 조합장이 되었나’라는 회의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각 사업단계별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몇 가지 살펴보자.

초기 단계에서는 처음으로 접해보는 운영비, 사업비 예산에 놀라기도 하고, 추진위원 구성문제 및 협력업체 선정과 관련한 갈등, 추정분담금에 대한 불만, 동의서 징구와 관련한 민원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무사히 넘겨 조합을 설립하고 나더라도, 사소하게는 총회장에서 조차 조합장이 만능이 돼 모든 문제에 대한 정답을 말하도록 강요받기도 한다. 어렵게 조합을 설립했다가 소송에 발목이 잡혀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많다.

시공사 등 수많은 협력업체를 선정하면서 감내해야 하는 오해, 시공사 본계약 내용과 관련한 불만, 사업비 증액 시 불만, 주택형 구성 불만, 마감재 수준 불만, 감정평가 결과에 대한 불만, 분양신청 관련 불만, 자금운용계획에 대한 불만, 평형배정 등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불만 등 헤아릴 수 없는 갈등 양상은 나열하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주단계가 되면 이주비 지급문제, 이주기간 문제, 세입자 보상문제, 청산자에 대한 소유권 취득과 관련한 문제, 이주 불응자에 대한 문제 등 날선 대립과 다툼이 반복되기도 한다.

또한 입주시기에도 아파트 마감수준과 품질에 대한 불만, 하자처리에 대한 불만, 입주자 대표회의와의 갈등 등 무수히 많은 갈등 요인이 발생할 수 있으며, 만약 추가분담금이라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구역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나마 잔여 재산이라도 남는 경우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조합장의 입장에서는 이조차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잔여재산 배분문제로 인한 갈등 역시 흔한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조합해산 후 수년이 경과한 경우라면 해산 당시 조합원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며, 배분 기준도 출자비율 즉, 종전자산에 비례해서 배분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징수와 지급이 처리된 상태이므로 종후가격으로 배분할 것인가와 관련한 민원이 나올 수 있다. “정비사업은 돈이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사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민원과 갈등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정비사업이며, 이를 이끌어 가야하는 것이 조합장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조합장이라는 자리는 어떠한 각오와 어떠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까?

사실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질문이지만, 몇 가지 제안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첫째, 말을 아끼자는 말을 하고 싶다. 많은 말은 간혹 발목을 잡는 일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조합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검증되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추측하거나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 같다.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조합원의 질문에 확인을 거친 답변을 주는 것이, 신속하지만 잘못된 답변보다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둘째, 전문가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정비사업에는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정비사업이 아니면 들어볼 기회조차 없는 분야도 허다할 정도다. 이 많은 전문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야 그 사업지는 성공할 수 있다. 결국, 조합장은 이러한 전문가들이 애착을 갖고 최선을 다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출발은 어찌 보면 상호 존중이 아닐까 생각한다.

셋째,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사업일정과 목표를 정해놓고 세부적인 실행계획을 체크해 나가는 습관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지금하고 있는 일이 전체 사업과정의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잊으면 안된다. 일정 관리만이 아니라, 지금 단계가 전체 도시정비법 체계 중 어디에 해당하는 지를 확인하고, 관련 규정에 특별한 내용이 없는지 확인해 보는 습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문이 나면 전문가를 통해서 궁금증을 해결하면 된다.

특히,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처벌조항에 해당하지 않는지, 소송의 원원이 되지 않는지 확인하는 습관이다. 이는 자신을 보호하고 정비사업을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하는 작지만 큰 출발이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장은 늘 외롭고, 힘들며, 고단한 자리다. 더욱이 그 역할에 비례한 보상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자리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자리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짊어지고 가야할 막중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그분들의 무거운 어깨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조합장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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