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윤강 허제량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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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의 경우, 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는 달리 현금청산 시 청산자들에 대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각 청산자들의 부동산(토지, 건물 등)에 대한 수용재결신청을 해, 위 재결을 통해 산출된 감정금액으로 이를 보상(공탁)해 청산절차를 마무리한다.

다만,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수용재결절차는, 도시정비법 상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에 따르도록 하는 바, 피수용인인 현금청산자들은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금액이 잘못됐다고 생각될 경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그래도 재결금액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 각 사업시행자(재개발조합)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 다시 한 번 감정을 하여 보다 증액된 보상금액을 받을 수 있다.

필자는 최근, 다소 특이한 수용보상금 증액 청구 사건을 서울의 모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의뢰받아 수행하게 됐다. 우리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피수용자는 원래 수용재결서(각 지방토지수용위원회가 재결한 최초의 것) 정본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6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다시 이의재결서 정본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위 사건은 원고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신청 기한을 도과해 ‘각하 재결’을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행정법원에 ‘수용보상금 증액’을 청구했던 것이다.

즉, 서울지방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수용재결서를 받은 지 30일이 초과한 상태에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재결을 신청했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신청 기한 도과를 이유로 피수용자의 이의재결신청을 ‘각하’했는데, 위 피수용자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각하 재결서를 받은 후 30일 안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토지보상법 제85조 제1항에서는, “이의신청을 거쳤을 때에는 이의신청에 대한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는 바, 위 법문 규정은 단지 ‘재결서’라고만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이를 형식적으로 해석하면 당연히 ‘각하 재결서’도 포함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도 피수용자(원고)측은 위 사건과 같은 경우 “법문 상 행정소송 제기시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우선 위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감정 절차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토지보상법 제85조 제1항에서 제소기한을 둔 취지는, 재개발사업과 같은 공익사업에서 신속하고 원활하게 절차를 마무리 짓기 위함이고, 또한 위 법문 상 ‘이의신청을 거쳤다’는 의미는 당연히 ‘적법한 이의신청을 거친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형식적으로 각하된 재결서에 대한 행정소송 제소 기한을 준수했다고 하여 이를 적법한 소 제기로 보는 것이 불합리한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이를 적법한 소 제기로 본다 하더라도 이의재결 절차에서 피수용 부동산에 관한 실질적인 감정평가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행정소송은 다툴 대상이 없어 기각돼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특히 대법원에서는 “행정처분이 있음을 알고 곧바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때에는 그 처분이 있음을 안 날 부터 90일 이내에 취소소송 또는 행정심판을 제기해야 하는데, 처분이 있음을 안날부터 90일이 경과한 시점에서 부적법한 행정심판 청구에 대한 재결이 있은 후, 그 재결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원래의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하여 그 취소소송이 다시 제소기한을 준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고(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1두18786 판결), 과거 서울행정법원에서도 위와 유사한 판시를 한 바 있었다.

필자는 위와 같은 점을 법원에 적극 주장해, 원고의 청구를 전부 각하하는 판결을 받아냈다(현재 항소심 계류 중).

재개발조합에서는 위와 같은 일이 왕왕 일어난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대한 이의신청 기한을 도과한 피수용자들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재결서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부적법한 이의신청인지 여부는 따져보지도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 감정평가절차에서 수용보상금액을 증액감정 받고, 원래대로라면 받을 수 없는 보상금을 추가로 지급받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법원도, 원고 소송대리인도, 수용재결보상금액 증액소송의 일반적인 진행 절차에 따라 형식적으로 토지보상법 제85조 제1항 상의 제소기한만 갖춰지면 감정신청 후 청구취지변경 뒤에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판결하거나, 화해권고결정 등으로 사건을 종료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의신청 기한을 도과해 이의재결신청을 한 사람이, 재결서를 받기만 하면 30일 이내에 언제든지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만약 위와 달리 해석한다면, 피수용자는 이의신청을 어느 시점에 하든지 간에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각하재결을 내린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만 하면 수용재결 금액에 대해 증액청구를 할 수 있는 등,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신청 기한을 도과하는 등으로 부적법한 이의신청에 따라 이의재결서를 받고, 그 이후 제소기한을 준수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더라도 이는 적법한 행정소송 제기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는 바, 각 재개발정비사업조합 현장에서는 이 점을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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