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영이이씨 정준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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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자회사이자 클라우드 컨설팅 및 구축 서비스업체인 블루울프(Bluewolf)의 CEO 에릭 베리지(Eric Berridge)는 TED 강연에서 10여 년 전 큰 고객사를 잃을 뻔했던 경험담을 발표했다.

“고객이 원하는 최첨단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특정 프로그래밍 스킬이 없어 거의 고객을 잃을 뻔한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습니다. 상심한 저와 제 동료들은 평소에 자주 가던 바에 가서 술을 마셨는데, 바텐더인 제프와 얘기를 나누게 됐고, 제프는 본인이 고객을 만나보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해결방법을 전혀 찾지 못하고 고객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던 우리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로 제프를 고객사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제프는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다 중퇴한 학벌을 가지고 있었으며, 평소 손님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지혜가 풍부한 청년에 불과했고, 프로그래머가 아니었습니다.

제프는 고객의 프로그래밍 스킬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버리게 만들었으며, 논의 주제는 물론 심지어 우리가 만들려던 대상까지 바꾸었습니다. 프로그래밍 스킬에 있었던 문제의 중심을 바꿔 ‘무엇을 만들 것인가?’, ‘왜 만들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해결책을 찾게 됐습니다.”

블루울프에는 당시 200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그 중 절반은 컴퓨터과학이나 공학전공자였다. 하지만, 제프의 사례 이후 에릭 베리지는 직원 채용방식과 교육방식을 바꿨다. 컴퓨터 과학이나 공학 전공자를 채용하면서도 예술가, 음악, 작가를 간간이 포함시켰다. 그랬더니, 제프의 사례와 같은 경우가 반복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블루울프는 1,000여명의 직원이 있는데, 그 중 컴퓨터과학이나 공학전공자는 100명으로 10%에 불과하다.

블루울프의 제프 사례는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의 학문은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언어, 문화, 역사, 철학 등의 인문학을 폄하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문화영향평가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2013년 12월에 「문화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문화영향평가가 도입됐다.

문화영향평가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때에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긍정적 영향을 강화․확산시키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문화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2018년 5월, 2017년에 선정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지 1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바 있으며, 2018년 11월에는 중심시가지형 3곳, 주거지원형 10곳을 선정 발표했다.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인 많은 도시에서는 원도심 기능 회복 및 활성화를 위해 문화예술의 도입 및 관광 활성화를 모색 중이며, 그 일환으로 역사문화콘텐츠의 활용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아주 많은 문화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시간을 내서 문화유산을 찾아보자. 자연과 건물의 조화를 우선시했던 선조들의 지혜도 배우고 우리의 전통적인 미적 감각에도 눈을 떠보자. 그러면 그 가치가 비로소 보이게 될 것이다.

특정 전공만 잘 한다고 해서 뛰어난 엔지니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시대의 엔지니어들에게는 끊임없는 배움과 변신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경계를 넘어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력하고 폭넓은 경험의 스펙트럼을 갖춤으로써 통합적 역량을 갖춘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30여년간 환경업무에 종사해 왔고, 환경영향평가는 그중의 한 분야이지만 이 분야마저도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목마른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인문학에서 그 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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