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송송 길창용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주)대영이이씨 정준화 대표
(주)대영이이씨 정준화 대표

직장을 다니면서 건설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회사를 퇴직한 후 우연한 기회에 재개발‧재건축사업에 관심이 있는 지인으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를 설립하려 하니 같이 해보자”는 권유(?)를 받았다. 그리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비사업 분야에 대해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일을 시작했다. 30여년간 직장에서 배운 것이 건설과 관련된 일이었던 만큼 다소 생소한 사업 분야이기도 했지만, 유사한 부분이 많아 남보다 앞서있다 생각했고, 나름 자신도 있었다.

사업초기. 필자는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 또는 법적 절차상의 분쟁이나 문제제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자문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서의 경험, 사람들과의 상호 신뢰가 초기 사업안정의 핵심이라는 판단 하에 업무를 진행했다. 또한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한국도시정비협회와도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정비사업에 직접적으로 몸담은 지 5년여가 지난 지금은 ‘당시의 생각이 착각이었나?’라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분야에 대한 깊은 이야기는 강호에 고수가 많은지라 각설하더라도, 이 일을 하며 늘 뇌리에 떠나지 않는 의문이 있어서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기준에 따르면, 정비회사는 국내 어떠한 등록자격 기준과 비교해도 최상위에 해당하는 기준을 만족하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또 설립자본금 역시 상위기준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변호사, 건축사, 기술사, 회계사, 공인감정평가사 등 전문인력들이 대거 고용된 정비회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비리와 연루돼 있을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또한 실제로 비리에 연루돼 법적 처벌을 받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법적 모순 때문일까, 아니면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시장에 만연한 사업적 관례 때문일까?

정확한 정답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시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정비사업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정비회사 선정 단계에서부터 과다한 현금 입찰보증금(입찰보증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납입보증) 납입조건을 내건다거나 초기 단계인 (가칭)추진위 또는 추진위원회에서부터 여러 항목의 대여금을 정비회사에 요구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대여금은 보통의 경우 조합설립 후 시공사 또는 금융차입 시 상환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대여금 차입이 가능한 정비회사가 아니라면 정비사업 초기단계인 현장의 진입은 사실상 불가한 상황인 셈이다. 또한 이는 ‘정비회사 선정 과정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한편, 대여금을 차입해 사업장에 진입했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유에 의해 사업지연이 발생할 경우, 이에 따른 자금압박으로 사업장을 포기하거나 도산 등으로 인해 정비회사 변경이 종종 발생돼 왔음도 익히 알고 있는 현실이다.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분야의 규모를 감안할 때, 자기자본만으로 수억원씩 선투자해 견딜 수 있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이며, 대형 SOC 건설사업 분야 등을 제외하고 특정 전문인력들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사업진행 자금대여를 요구하는 사업분야가 과연 어떤 분야가 있는지를 알고 싶다.

현실이 이러함에, 금전적으로 열악한 일부 정비사업전문업자들의 일탈이 나머지 모든 회사를 매도하게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사업진입이 대여금 차입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면, 이는 투기와 무엇이 다른 것이며, 금전적 대여가 우선시 되는 현실에 왜(?) 최상위의 특정 전문인력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사업적 능력과 경험의 부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전문가임을 자처(?)하며 다짐했던 ‘성실과 신뢰, 열정과 전문성으로 사업의 승부를 걸 수 있다’는 순진한 이상이 사업진입 초기 대여금 제공이라는 현실에 가로막혀 여러번 좌절을 맛보았다.

대여금 제공이 사업장에 대한 투기와 이와 관련한 금전적 비리의 첫 시발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정비사업의 부정적 행태가 어찌 업계 자체의 노력만으로 개선되겠는가?

대형 도시재생사업으로서 현재까지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이 필수(요즘 다소 논란은 있지만)임은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지속해야 한다면, 각 사업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비사업자의 선정을 위해서라도 재개발‧재건축사업장의 초기 자금지원이 쉽게 될 수 있는 법적, 행정적 장치 구축과 지원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비사업 초기 추진주체들에게 보다 나은 초기자금 지원체계(수월한 자금대여 방법 등)를 제공하는 것이 추진위‧조합과 정비회사가 금전적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에는 모든 정비사업전문업자가 계약 시 사업비 대여가 아닌 계약금을 받고 사업에 참여하는 시발점이 실현될 수 있길 희망하며, 또한 관련 행정부처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도시정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