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소나무 김수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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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관의 종류 및 효력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데 있어 조합설립,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등의 인가권자인 행정청은 조합에 ‘도로 폭 확보’, ‘학교 등의 설치’ 등을 부관으로 붙여 인가를 내주는 것이 보편화 되고 있다. 정비사업이라는 공익사업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부관을 부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종종 사업의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요구로 사업이 지체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등에 대한 각종 인가가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해당한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합으로서는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바, 아래에서는 위 각종 인가에 붙은 부관의 종류, 부관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인가의 효력, 부관에 대한 쟁송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조건과 부담의 판단 기준

우선 행정행위의 부관이라 함은 ‘주된 행정행위 즉 각종 인가의 효과를 제한 또는 보충하기 위해 부과된 종된 규율’로, 정비사업에서 문제되는 것은 주로 인가의 효력 소멸을 장래 도래가 불확실한 사실에 의존하게 하는 것, 즉 인가조건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인가의 효력이 상실하게 되는 ‘조건(해제조건)’과 인가의 내용에 부수해 조합으로 해금 일정 작위 또는 부작위 등의 의무를 과하는 ‘부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만약 행정행위에 붙은 부관이 ‘조건’으로 해석되는 경우 조합이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인가의 효력은 상실되는 반면, 부관이 ‘부담’으로 해석될 경우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주된 행정행위인 인가의 효력은 행정청이 이를 철회하기 전까지는 유효하다.

일반적으로 행정청이 부과한 부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된 행정행위인 인가를 직권 취소 또는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긴 기간 동안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사업의 전반 상황이 변하거나 행정청의 입장이 변경되는 등 부담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후속 인가가 가능하거나 인가를 철회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부관이 ‘조건’인지 ‘부담’인지 여부는 조합 사업의 전반적인 계획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인가서에 붙은 ‘문언’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건축조합의 행정행위에 붙은 부관의 판단기준에 관해 서울행정법원은 “행정행위에 부가된 부관이 조건인지 부담인지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례원칙에 의해 상대방에게 덜 불이익한 부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일반 원칙을 전제한 뒤 ① 해당 인가조건이 비록 ‘조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인가조건을 준수하지 아니할 경우 조합설립인가가 당연히 실효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으므로 그 불이행을 인가에 대한 해제조건으로 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② 해당 인가는 조합에게 해당 인가조건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를 부여하면서 만일 인가조건을 불이행하는 경우에는 직권취소 등 불이익 처분을 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인가의 효력에 대한 당연실효를 전제하고 있지는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조합설립인가 당시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공유물분할 완료할 것’이라는 의무를 부과한 것은 ‘조건’이 아니라 ‘부담’에 불과해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에도 행정행위인 조합설립인가의 효력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17. 6. 30. 선고 2015구합80345 판결).

 

3. 위법한 부관에 대한 쟁송의 가능성

한편, 부관이 위법한 경우 조합이 이를 다툴 수 있을까? 대법원은 ‘부담’의 경우에는 독립적 처분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부담만을 취소하는 취소소송이 가능하다고 판단(대법원 1992. 1. 2. 선고 91누1264 판결 등)하고 있고, ‘조건’의 경우 주된 행정행위의 불가분적 요소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독립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으나 전체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행정청에 부관의 변경을 신청하고 거부처분이 내려지면 이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누6808 판결 등)이다.

즉, 부관의 경우에도 비례의 원칙(행정행위의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 부당결부금지의 원칙(행정행위와 그 반대급부가 실질적 관련성을 맺고 있어야 한다)과 같은 행정행위의 내용적 한계를 준수해야 하고, 만약 그 한계를 넘어서는 부관은 위법하고 이에 불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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