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산개발 문미혜 대표 /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사

법률사무소 소나무 김수환 변호사
법률사무소 소나무 김수환 변호사

재개발·재건축사업 등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확산, 그리고 끊임없이 바뀌는 정책 변화는 정비사업으로 인해 드러나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주거지역내 공동체 해체와 주민 간의 갈등으로 인한 민원의 발생,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사회적 인식, 그리고 아파트 위주의 획일적인 도시공간 조성과 정비사업이 과도하게 고비용 구조를 갖고 있어 조합원의 부담금이 과중한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는 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정비사업의 부정적인 측면들 중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와 정책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제도와 정책으로 인해 발생되는 정비사업의 부정적인 측면의 부각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이 있어 문제가 된다. 이들은 정비사업을 터부시하는 정책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정비사업이 마치 필요하지 않거나, 시행해서는 안되는 것인 양 외면하고 도시재생뉴딜사업, 정비사업 연계형 뉴스테이사업 등 또 다른 대안사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정비사업이 아니어도 쇠퇴한 주거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도심에 주택을 공급할 적절한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부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는 정비사업을 진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비사업이 갖고 있는 순기능을 대체할 새로운 재생수단이 있냐는 것이 중요하다. 즉 주택공급은 물론, 쇠퇴지역의 재생이라는 도시 공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비사업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존재하냐는 것이다.

만일 정비사업을 대신할 수단이 도시재생사업이라면, 이것은 적절하지 않다. 도시재생사업의 취지나 사업시행방법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분명히 있으나,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만 한다는 것이 사업의 중요한 장애요인이다. ‘재정투입을 중단하는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재생사업이 작동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해소할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난 2010년 4월,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통해, 민간 주도의 도시정비사업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도록 공공에서 지원ㆍ관리하는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했고, 2015년 공공지원제도로 이름을 바꿨으며, 서울시는 2010년 10월 조례 개정을 통해 공공지원제도를 도입하면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에서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바꿨다. 사업시행인가를 거치면 보다 구체적인 설계도면이 나오므로, 이를 공사금액 추산 등에 활용해 시공자를 선정하라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해 많은 사업비가 투입돼야 하는데 지원금 자체가 사업비로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그나마 제때 지원을 받지 못한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공공지원을 받지 않은 지역보다 사업이 지연되고 제도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공관리제도로 자금 운용의 투명성이 강화되기 보다는 예산이 부족해 사업 지연 원인으로 작용하는 또 다른 문제점이 생겨난 것이다. 정비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고려, 자금 운영의 투명성만을 내세운 정책으로 오히려 정비사업의 순기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모든 사업에는 자금이 제일 중요하고, 특히나 정비사업의 성패는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정비사업의 사업비는 대부분 정비회사, 시공사, 신탁사 그리고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금융기관에서 직접 대출을 받거나 도시주택공사의 PF보증서를 담보로 사업비를 조달 받고 있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초기 사업비를 추진위원회 구성에 찬성한 토지등소유자가 갹출해서 부담하는 현장은 거의 없으며, 누군가의 협조 없이는 추진위원회 구성조차 할 수 없다.

첫 관문부터 소위 조합원은 빚을 안고 시작해야하며, 사업이 지연되기라도 하면 차입금에 대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과도한 분담금이 발생해 주민과 집행부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각종 민원으로 이어져 사업지연의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에서 사업시행자가 사업비를 부담하는 것은 사업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을 사업시행자가 가져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비사업을 통해 수혜를 보는 사람은 해당 조합원만은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기반시설설치에 대한 비용도 전적으로 조합원이 부담하고, 향후 사업지가 개발되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걷어 들이는 세금도 기존보다 대폭 상승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도 정비사업을 통한 수혜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정비사업이 민간주도의 사업이므로 내팽개 쳐둘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 시행에 통용될 수 있는 금융정책을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예컨대, 향후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늘어나는 조세를 담보로 정부나 지자체에서 조세담보금융(TIF)정책을 도입해 지자체의 보증으로 사업비를 대여해주면 정비회사나 시공사는 사업비 대여라는 부담이 줄어들어 양질의 용역을 제공 할 수 있고, 조합도 투명‧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과도한 금융비용의 저하로 조합원의 부담금도 줄어들고 사업진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정비사업의 필요성과 사업추진 과정상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 도시에서는 정비사업의 순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필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부정적인 측면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나 정책도 중요하지만, 정비사업 본연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나 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며 유사한 대안사업을 제안하기 보다는 정비사업의 순기능과 역기능 서로 간에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사업시행자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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