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전만권 실장

법률사무소 소나무 김수환 변호사
법률사무소 소나무 김수환 변호사

‘재난’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우리에게 어색하지 않고 익숙하게 자리매김 했을까? 성수대교(1994.10)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6)가 연이어 발생하고,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을 담은 ‘재난관리법’이 제정(1995.7)되면서 부터로 기억된다. 현재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모두 포함해 재난으로 정의하고, 여러 차례 개정을 거듭하며 안전에 대한 가치와 인식을 생활화 하도록 ‘안전문화 활동’ 까지를 담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다시 제정돼 재난안전 정책의 추진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폭염을 자연재난의 유형에 포함시키고 행정안전부에 기후재난대응과를 신설해 기후변화에 따른 보다 체계적인 대응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적 요건과 조직을 정비했다.

최근 영국 로이즈보험사와 케임브리지대학이 공동 연구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세계 주요 도시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예상되는 도시위험지수(City Risk Index)’ 발표 결과를 보면, 서울이 대만 타이베이와 일본 도쿄에 이어 3위로 평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1970년대부터 압축 성장을 통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10위권 경제규모 달성을 이뤘다. 하지만 안전 수준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OECD 회원국 가운데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와 2017년 포항지진을 겪으며 정부에서는 재난안전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예산과 전문가 양성 등의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안전예산은 감소되고 제도적 개선도 탄력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더욱이 2017년 12월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지난해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후진국형 재난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이러한 재난 발생이 우려되는 취약시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산재해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재난으로부터의 안전은 인간의 존엄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핵심적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서울 용산구에서는 지어진 지 50년이 넘는 4층짜리 상가주택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주말 낮에 발생한 사고여서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건물 내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도 입주해 있어 ‘평일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어떠했을지!’ 재난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로서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정비구역 내 건물로 철거를 앞두고 있다 보니 재난 위험시설 임에도 조합이나 행정기관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안전점검이나 시설물 보강 등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건축물들이 대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되지 못하고 있어 항시 위험에 대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1월 국토교통부에서 ‘제2의 용산상가 붕괴’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후·안전취약 건축물의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첫째, 노후건축물 안전점검의 방식과 절차를 개선했다. 정기점검 대상 중 20년 이상 된 건축물은 5년 이내 마감재를 일부 해체하거나 첨단 장비를 활용해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둘째, 자발적인 안전관리 유도와 부실점검을 예방하기 위해 건축물 관리자의 안전관리 의무와 점검업체 관리를 강화했다. 규모 3000㎡ 이상의 건축물 관리자에게는 건축물 장기수선 계획, 구조안전 및 내진능력, 화재안전 확보계획 등을 포함하는 ‘건축물관리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 된다.

셋째, 소규모 건축물의 관리강화를 위해 제3종 시설물 보다 작은 소규모 건축물도 필요하면 지자체가 지정할 수 있도록 그 근거를 시행령에 담아 명확히 했다. 건축물 붕괴사고를 계기로 노후 시설물에 대한 관리 강화 대책이 마련돼 다행이지만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민적 참여가 있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해빙기(解氷期)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달동네 축대 붕괴나 도로변 낙석 등으로 인한 사고 뉴스를 종종 접했던 것 같다. 이번기회에 일상생활 속에서 예기치 않은 안전위험 요인은 없는 지 미리미리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볼 때며, 올해만큼은 소 잃기 전에 촘촘한 대비로 예기치 않은 재난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때마침 정부에서는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2월 18일부터 4월 19일까지 61일간 국민생활과 밀접한 8개 분야 14만 개소에 대해 관계부처, 지자체, 유관기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합동점검방식으로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한다. 점검 결과 보수·보강이 필요한 경우 행정안전부에서 재난안전특별교부세도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 스스로가 ‘내 집과 주변의 안전 위험시설은 내가 점검 한다’는 사명감으로 안전문화 정착을 이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질 수 없다. 재난안전관리는 실패한 경험 속에서 터득한 노하우와 값비싼 경제적 지불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다.

중국 고사에 발묘조장(拔錨助長)이라는 말이 있다. 급하게 서두르다 도리어 일을 망친다는 뜻으로, 재난안전 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서두르기 보다는 전문화된 조직과 다양한 경험이 축적된 전문가들을 꾸준히 육성하고 국민의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안전에는 지름길이 없다. 재난 없는 안전사회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험난한 비포장 길이라도 우리 모두가 주어진 책무를 다하는 길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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