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한) 현 안광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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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의의 배경

도시정비법은 재건축사업에 수용권을 부여하지 아니하고 매도청구권을 부여했고, 수용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재건축사업에서 구역 내 세입자는 손실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에서 세입자의 손실보상금을 인정하지 않는 도시정비법에 대해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에서 2014년과 2015년에 헌법재판소는 이미 2차례에 걸쳐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결정을 했으나, 최근 법원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자 이에 맞추어 국회에서는 재건축사업의 세입자에 대해서도 손실보상을 인정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제기된 위헌법률심판의 신청과 개정안 발의는 모두 “재개발과 재건축은 정비기반시설이 양호한지 불량한지에 따라 구별될 뿐 세입자의 보호 여부와는 필연적 관련성이 없는데,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에서 세입자들에게 손실보상청구권이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을 이유로 하고 있다.

 

∥ 헌법상 재산권의 한계와 제한

헌법은 재산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면서 보상을 전제로 하지 않는 재산권의 ‘한계’와 보상을 전제로 하는 재산권의 ‘제한’을 구별하고 있다. 즉 헌법 제23조 제1항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소유권과 임차권 등 재산권의 한계는 법률과 당사자들의 약정에 의해 정해지고 이 경우 정당한 보상은 필요로 하지 아니하며, 다만 ‘공공필요’에 의해 재산권이 제한될 때에 한해 정당한 보상이 필요한 것이다.

 

∥ 정비기반시설과 공공필요

발의된 개정안은 정비기반시설의 양호 또는 불량이 세입자 보호와 필연적 관련성이 없다고 하고 있으나, 위 헌법규정에서 본 바와 같이 보상여부는 ‘공공필요’에 따른 제한인지 여부로 결정되는 것이며, 정비기반시설의 양호 또는 불량은 ‘공공필요’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므로, 개정안의 이유 자체가 헌법적 내용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공공필요’를 기준으로 해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한 재개발사업은 과거 도시재개발법에 근거해 공익사업으로 규율돼 왔고, 정비기반시설이 양호한 재건축사업은 과거 주택건설촉진법에 근거해 사익사업으로 규율돼 왔으며, 도시정비법이 양자를 통합해 공익사업으로 규율하면서도 재건축사업에 수용권을 부여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이 규정한 ‘공공필요’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이 재산권 제한을 벗어난 재산권 침해에 해당해 위헌적 요소가 많다는 입법자의 고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 세입자의 사용・수익 중지와 보상문제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사업의 세입자는 재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도시정비법 제81조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있은 때부터 해당 부동산의 사용・수익을 할 수 없게 되는 제한을 받게 돼 정당한 보상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법 제70조는 세입자에게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고 세입자의 보증금과 그 밖의 계약상 금전의 반환청구권 등을 사업시행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사업시행자는 이를 다시 소유자에게 구상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계약기간에 한해서는 민법,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사용・수익이 중단되지만, 세입자는 관계법령에 의한 보증금, 상가권리금, 그 밖의 계약상 금전반환청구권을 사업시행자에게 청구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재건축사업이 헌법상 ‘공공필요’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공익사업법 상 손실보상이 적합하지 아니하므로 사법적 규율에 따라 보상을 받도록 한 것이며, 이와 같은 체계로 규정된 도시정비법, 민법,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은 헌법 제23조 제1항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헌법에 부합된다.

 

∥ 형평성 문제

도시정비법은 헌법상 ‘공공필요’를 기준으로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에는 수용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고 매도청구소송으로 재건축에 반대하는 소유자들의 소유권을 확보하도록 했다. 수용에 의해 소유권을 확보할 때에는 개발이익이 배제된 ‘공시지가’에 의한 보상이 이루어져 소유자들은 ‘공공필요’에 따른 일정한 희생을 감수하게 되지만, 매도청구에 의해 소유권을 확보할 때는 개발이익이 충분히 반영된 ‘시가’에 의한 보상을 하게 되는데, 이 또한 헌법상 ‘공공필요’를 엄격히 적용해 위헌적인 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최근 발의된 개정안은 위와 같은 위헌적 요소를 반영해 소유자에 대한 수용권한을 인정하지 아니하면서도, 오직 세입자에 대한 손실보상금만 규정하고 있어서 재개발과 재건축 사이, 소유자와 세입자 사이에 형평성을 위반하는 문제가 있다.

재개발조합은 수용절차를 통해 개발이익을 배제하는 대신 세입자와 사업에 참여하지 아니하는 소유자에게 이주비, 영업손실보상금을 지급해 공법상 손실보상을 하게 되는데, 발의된 개정안은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조합에게 개발이익을 모두 반영해 소유권을 확보하도록 하면서도 세입자에게 손실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 모순과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법 제81조는 관리처분인가가 있으면 세입자 뿐 아니라 소유자도 사용・수익이 정지되는데 개정안은 세입자에 한해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해 형평에 반하는 문제가 있고,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소유자에게도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한다면 개발이익 반영과 손실보상이 모두 인정돼 헌법상 정당한 보상에 반하게 되고,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헌법상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 제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 마치며

최근 발의된 개정안은 오직 ‘세입자 보호의 필요성’만을 중시하고 ‘정비기반시설의 불량과 양호의 차이’가 헌법 제23조 제3항 재산권 제한의 필수 요건인 ‘공공필요’에 직결된다는 점을 간과해 위헌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그 내용도 공법상 손실보상을 세입자에 한정하고 있는 점에서 형평성에 위반될 소지가 있으며 재건축에 수용권을 부여하지 않은 법체계와도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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