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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금 정비업계에 필요한 것은 “단생단사(團生散死)”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 / ㈜오엔랜드이십일 대표이사
도시정비 | 승인 2019.05.02

정비회사들 “두 개의 협회, 이제는 하나로 합쳐야 할 때”

위기상황 타개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보다 ‘통합’이 우선

 

한국도시정비협회 이승민 회장 / ㈜오엔랜드이십일 대표이사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주 인용한 말인데,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위인들이 적지 않다.

계몽주의 사상가인 벤자민 프랭크린은 “join, or die”(뭉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말을 대영제국을 상대로 싸우는 식민지 주민들에게 단합된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슬로건으로 사용했고,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도 같은 의미의 “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라는 말을 “do not let divisions undo us”라는 말로 바꾸어 외쳤다.

우리민족의 영웅, 충무공이순신 장군께서도 임진왜란 당시 “죽을 각오로 싸우면 살고, 살 생각을 하면서 싸우면 반드시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는 말로 군사들을 독려했다. 충무공은 겨우 12척의 배로 불안해하는 군사들을 이끌고 명량해전을 펼치며 “단생단사(團生散死)”를 강조했고, 기적 같은 승리를 이끌어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누가 언제 사용을 했든, 위기상황에서 약자의 입을 통해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힘을 하나로 뭉쳐야만 가능하다는 절박감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외침으로 터져 나온 셈이다.

뭉침의 중요함을 알려주는 옛이야기도 있다. 어느 정도 나이의 사람들이라면 어렸을 때 한번쯤 ‘삼형제 이야기’를 들어봤을 터이다.

옛날에 삼형제를 둔 아버지가 있었다. 그런데, 세 형제가 심심하면 싸우고 분쟁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아버지는 삼형제를 불러 회초리 묶음을 주면서 부러뜨려 보라고 한다. 그러나 삼형제 모두 낑낑거리며 힘을 써도 회초리 묶음을 꺾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회초리 묶음을 풀어 하나씩 나누어 주고 꺾어보라고 했다. 얇은 회초리 하나는 형제의 손에 힘들이지 않고 툭툭 부러졌다. 이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는 “서로 합심하여 똘똘 뭉치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 수 있지만, 합심하지 않으면 이 회초리처럼 부러지고 말 것”이라고 충고한다. 그리하여 삼형제는 우애를 돈돈히 하며 살았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

하지만,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 이야기의 원전은 고구려의 장군 연개소문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야기 속의 아버지가 연개소문이고, 삼형제는 연개소문의 아들이며, 연개소문이 아들들에게 했던 이야기가 민간에 전해지면서 전래동화로 내려오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개소문은 죽기 전에도 아들들에게 유언하기를 "너희 형제는 물과 고기처럼 화합하여 작위를 둘러싸고 다투지 마라. 만약 그렇지 못하면 반드시 이웃 나라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야기 속의 해피엔딩과 달리 연개소문의 세 아들(연남생, 연남건, 연남산)은 서로 반목하고 싸움을 일삼았다. 연개소문의 뒤를 이어 고구려를 통치하던 그 아들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나면서 오랜 전쟁으로 국력이 쇠약해졌던 고구려는 끝내 멸망에 이르게 됐다.

 

∥분열은 후퇴의 다른 이름

2010년 8월4일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로부터 법정협회 설립인가를 받으면서 한국도시정비협회가 출범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정비업계는 사기충천하며 업계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뒤이어 또 하나의 협회가 탄생하며 분열과 이합집산을 겪어야 했고, 경제위기에 정비사업 규제가 중첩되면서 두 협회 모두 이렇다 할 활동을 펼치지 못한 채 긴 침묵의 시기에 접어들어야 했다.

이 시기, 한국도시정비협회에서는 정비사업 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꾸준히 제기했다. 고사상태의 업계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당국과 지자체의 반응은 싸늘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일단 협회부터 하나로 통합한 뒤 찾아오는 게 좋겠다”고 조언 반 비난 반의 어투로 ‘충고’를 하곤 했다.

협회 활동이 지지부진해지면서 회원사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임원사들 마저 하나 둘 의욕을 잃으며 협회활동을 접기 시작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전문화와 정비사업의 건전한 육성발전을 도모하며, 주거환경 개선을 통하여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공익에 이바지”할 것을 목적으로 의욕적으로 출발했으나 끝내 목적한 결실을 맺지 못했던 것이다.

침묵의 시기에도 협회 통합 움직임은 꾸준히 진행됐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두 협회의 회장이 협회통합에 합의하는 양해각서를 작성하고, 통합총회에서 임원진을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후 통합협회장 등 임원후보자 모집과 총회개최 공고까지 진행되면서 협회통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두 협회의 통합은 끝내 무산됐고, 어쩔 수 없이 임원진의 임기가 만료된 한국도시정비협회만 지난해 11월16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신임임원진을 구성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본인은 임시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회원사와 비 회원사를 가리지 않고 정비회사 대표와 임직원들로부터 많은 조언과 격려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때마다 듣는 이야기가 “협회 통합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 하는 말이다.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고 말할 때마다 아쉬움에 한숨이 나오곤 한다.

두 개의 협회가 탄생하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이야기하는 것도, 누가 잘했고 잘못했냐고 말하는 것도 사실 이젠 별 의미가 없다. 업계의 발전과 회원사들의 권익을 위해 ‘통합’은 미룰 수 없는 지상명제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비관할 때, “단생단사”의 정신으로 물러섬 없이 전장에 나서 승리를 거둔 충무공처럼, 나날이 피폐해지는 정비사업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비회사가 하나의 협회 아래 똘똘 뭉쳐 난관을 헤쳐 나가야만 한다. 협회의 힘은 회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단합된 힘에서 나오고, 회원사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협회통합이 반드시 전제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통합은 업계 발전의 힘

사실 같은 업종에 복수의 협회가 존재했던 것이 정비업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국내의 모든 단체나 협회들의 설립목적은 하나같이 회원사들의 권익 옹호, 증진, 친목 도모 및 상호간 업무질서 유지, 공정 거래 확립 등이다. 그러나 복수의 협회체제에서는 이 목적을 달성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초창기부터 따로 설립됐거나 혹은 하나의 협회에서 갈등이 발생하면서 분리가 됐거나 복수의 협회는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대부분 실패했고, 한바탕 홍역을 치른 이후 ‘통합’되고서야 협회로서 순기능을 발휘하게 됐다.

몇 가지 사례를 짚어보자. 대한의사협회도 건국의사회(建國醫師會)와 조선의학협회(朝鮮醫學協會)로 양립되었다가 1947년 5월 두 협회가 통합된 이후 의사단체중앙회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게 됐다.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도 한국건설감리협회와 한국건설설계협회가 2014년 통합협회 총회를 개최해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로 출범한 후 국내 대표기구로 위상 및 협회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또, 한국의류산업협회와 한국패션협회가 하나가 된 한국패션산업협회도 통합법인 출범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한국패션산업의 대표 기관으로 대한민국 패션 산업 중흥의 국가적 사명을 수행하고 있고, 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2007년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 통합되고서야 공인중개사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기구로 올곧게 존립하게 됐다.

국론의 분열은 내분에 의해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거나 외침을 불러와 결국 나라를 패망에 이르게 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업계의 분열은 업계 종사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타 업계의 업역 침탈이나 공공의 규제에 대한 대응 미비를 불러와 결국 업계 자체를 고사시키게 된다.

복수로 존재하던 협회가 하나가 되거나 혹은 유관 단체들끼리의 ‘통합’이 결국 협회와 업계의 발전에 기폭제가 되는 것은 시너지(synergy)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흔히 ‘1+1=2’가 아니라 3 또는 4 등 훨씬 더 많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하는 것 역시 ‘통합’에서 비롯된 시너지 효과가 산술적인 더하기를 크게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시너지라는 말이 “함께 일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syn-ergos’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굉장히 강한 끈은 하나의 굵은 끈이 아니라 자잘한 끈들이 가닥과 가닥을 이뤄 만들어진 끈이다. 뭉쳐진 끈은 그 무엇보다 강하다. 현수교가 그렇게 자잘한 끈의 연속으로 되어 있다. 아무리 전문성을 갖고 떳떳하고 투명하게 일하더라도 이리저리 채이고 폄하되 온 정비사업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통합’을 미룰 수 없다. 모든 정비회사의 염원인 협회통합을 위해 양대 협회 임원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을 모아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도시정비  krcma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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